축구스타열전

러시아의 판타지스타, 모스토보이

시북(허지수) 2010. 8. 4. 17:56
 축구에서 중원의 사령탑이 차지하는 비중은 언제나 중요했습니다. 예를 들어 스페인의 사비를 두고, 무적함대의 네비게이터 (항해자) 라는 찬사를 붙이는 것도, 그가 정확하게 지휘하는 포스가 얼마나 멋진 지를 찬사하는 말이지요. 오늘은 그런 의미에서 훌륭한 명사령관으로 손꼽히는, 러시아의 10번 모스토보이의 이야기를 독자님의 요청으로 준비해 보았습니다.

 프로필

 이름 : Aleksandr Mostovoi
 생년월일 : 1968년 8월 22일
 신장/체중 : 181cm / 76kg
 포지션 : MF
 국적 : 러시아
 국가대표 : 50시합 10득점 (구소련 15시합 3득점)


 러시아의 황제, 천재선수 모스토보이 이야기

 1부리그 스파르타크 모스크바에서 축구커리어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 10대 소년은 출발부터 그 이야기가 화려했습니다. 데뷔하자 마자 주전을 꿰찼을 뿐만 아니라, 최우수신인상에 선정되면서, 그 장래를 촉망받게 됩니다. 그러나, 특유의 기질이 문제였지요. 휘발성 성격이라고 해야할까요. 나 뚜껑 열린다~ 이렇듯 격렬한 면이 있었습니다. 구소련 시절에는 잠시 주춤하던 시기도 있었습니다만, 1991년 대표로도 뛰게 되었고, 그 높은 잠재력은 충분히 주목받던 것이었지요.
 
 1991년 이후 포르투갈 리그로 이적하게 되는데, 한편 여기에서는 출장 기회도 제대로 잡기 힘들었습니다. 이후 프랑스리그에서 다소나마 주전자리를 다시 잡을 수 있었습니다. 1994년 월드컵 무대에도 뛰게 되었고, 이제 다시금 재능이 발휘되기 시작하는 모스토보이, 그 압권은 역시 1996년 스페인리그 "셀타 비고" 팀으로 이적한 뒤였지요.
 
 셀타 비고는 지금도 2부리그에 있지만, 당시에도 10위권 밑을 전전긍긍하던 그야말로 약체 였는데,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러시아 콤비인 카르핀과 모스토보이의 조합이 경기장을 화려함으로 물들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5년 연속 하위권 팀인 셀타 비고팀의 놀라운 반전과 고공비행이 시작되었지요. 이 고공비행에 앞서서 모스토보이의 스타일을 살펴봅시다.

 우선 볼 컨트롤이 좋았습니다. 유럽에서 손꼽히는 테크닉이라 불릴 만큼, 절묘함이 살아있었습니다. 멋진 패스 감각과 변칙적으로 느껴지는 드리블, 골결정력도 있고, 프리킥도 잘 찼지요. 훌륭한 사령탑이 갖춰야 할 요건을 모두 겸비하고 있었습니다. 중원의 다양한 위치에서 플레이 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고, 때로는 공격수로 느낄 만큼 높은 위치에서도 그 기량을 뽐냅니다. 그야말로 만능선수이자, 팀에서도 엄청난 존재감을 자랑하게 되었지요.

 셀타비고는 이후 어떻게 되었는가, 꾸준한 약체였던 이 팀은 이후 97-98시즌부터 6년 연속 7위 이상을 기록하면서, 중상위 팀으로 강력하게 업그레이드 됩니다. 참, 유명한 마켈렐레도 이 무렵 이 팀에서 뛰었었지요. 성적이 나오다보니 UEFA컵 같은 대회에도 나가게 되었는데, 종종 아스톤빌라나 리버풀, 유벤투스 등을 박살내는 다크호스로도 주목 받았지요. 모스토보이는 그야말로 셀타비고의 영웅이었지요. 팬들로부터의 사랑은 거의 절대적이었고, "황제(차르)"로 까지 불리게 됩니다. 홈에서 셀타비고는 좀처럼 패배를 몰랐으며, 또한 모스토보이의 동상까지 세우자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세워지지는 못했지만요 ^^) 아무튼 모스토보이의 이 엄청난 포스는 당시 스페인 라리가 팬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으리라 생각합니다.

 러시아 대표팀에서도 10년 이상 활약하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특히 2002년 월드컵에서는 본선진출에 크게 공헌하게 됩니다. 러시아도 모처럼 월드컵 무대에서의 기대감들이 모아졌지요. 그러나 정작 핵심 멤버 였던 모스토보이는 본 대회에서 부상으로 제대로 뛰지 못합니다. 그 결과는 참혹하게 돌아옵니다. 러시아는 첫 경기에서 튀니지를 2-0으로 제압하지만, 일본과의 두 번째 경기에서 0-1 로 패배하고 맙니다. 일본은 감격의 승리였지만, 러시아로서는 충격이었지요. 러시아 본국에서 폭동이 일어나고 난리도 아니었다고 전해집니다. 게다가 이후 벨기에와의 경기에서도 2-3 으로 패배하면서, 러시아는 탈락하고 맙니다. 우리에게는 2002년이 좋은 추억이지만, 러시아에게는 쓰라린 기억이지요. 모스토보이만 있었으면... 이런 속상한 결과는 없었을 거라는 팬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ㅜㅜ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다치는 선수는 늘 있어왔지요.
 
 2004년 유로 역시 모스토보이에게는 좋지 못한 추억입니다. 첫 경기 스페인에게 패한 후, 감독을 비판했다고 보도되면서 대표팀에서 추방됩니다. 사령탑을 잃은 러시아는 이후 포르투갈전에서도 패배하면서 이번에도 조별리그 탈락. 이후 2년이 흘러서 인터뷰에서 모스토보이는 "당시 감독이 연습량이 너무 많았다, (혹독한 연습 보다는) 나는 경기에서 베스트 컨디션으로 뛰기를 바랐다."라고 말했음이 밝혀집니다. 약간의 오해+과장이 이런 안 좋은 결과를 낳은 거지요. 뭐, 평소부터 모스토보이가 기분파 라는 여론도 작용했겠지만, 연거푸 큰 대회에서 아쉬운 일들을 만났던 모스토보이 입니다. 여하튼 2004년을 끝으로 대표팀은퇴, 2005년을 끝으로 현역에서도 은퇴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생각해볼 것이 있습니다. 모스토보이는 강팀이나, 명문팀에서 활약하기 보다는, 오히려 당시 약팀에서 황제로 불리면서 맹활약을 했고, 동상건립 이야기까지 회자될만큼 유명세를 탔습니다. 그는 비록 우승 타이틀도 몇 개 없었지만,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던 인상적인 선수임에는 분명합니다. 러시아가 낳은 창조적 판타지스타로 불러도 무방할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한편으로는 "스페인의 리즈"로도 불릴만큼 추락한 셀타비고의 위상이 안타깝기도 하고...) 마치면서 영상을 덧붙입니다. 볼을 절묘하게 다루는 그 센스를 감상하기에 딱 좋겠네요. 애독해 주시는 분들에게 늘 감사드리며 ^^ 무더운데, 건강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