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책

심리학이 서른 살에게 답하다 리뷰

시북(허지수) 2010. 8. 18. 14:05

 가끔은 우연을 즐길 때가 있습니다. 도서관에 가서, 수 많은 책들을 둘러보면서, 뭔가 나에게 손짓하는 책이 없는가 살펴보는 것이지요. 때로는 책 한 권 고르는데 30분 넘게 서성인 적도 꽤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소개할 심리학이 서른 살에게 답하다 라는 책은 그야말로 3초만에 결정하고, 30초만에 손으로 집어 들었지요. 평소 심리학 서적들을 좋아하는 편인데다가, 소제목들이 와닿는게 있어서 필이 꽂힌 겁니다. 말콤 글래드웰의 책 블링크에 나와 있듯이, 종종 고민하는 것보다 2초안에 순간 판단하는 것들이 더욱 정확할 때가 있는데, 이번 선택 역시 적중했습니다. 참으로 와닿는 부분도 많고,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몇 가지를 소개하면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저자 : 김혜남 / 출판사 : 걷는나무
 출간 : 2009년 5월 11일 / 가격 : 12,000원
 페이지 : 280 / 판형 : A5


 나이 들어간다는 것이, 좋을 때도 있지만, 종종 두려울 때도 있습니다. 청소년 시기에는 스무살이 되면 정말 자유로워 질 것 같은 상상에 행복해 질 수도 있지만, 30대, 40대를 맞이하는 그 느낌은 종종 막막함과 함께 찾아오기도 합니다. 실제 대한민국 40대 남자는 행복도 지수가 제일 낮다고 얼마전 신문기사에서 봤습니다. 저는 아직 그 정도까지 나이가 되지 못해서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서른 살이 다가 오면서 여러가지 불편함을 느끼곤 했습니다. "나 이대로 정말 괜찮은걸까?" 라는 질문을 던지면, 좀처럼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정신분석 전문의인 저자 김혜남 선생님은 친절하고, 따뜻하게 위로와 현실적인 조언들을 거침없이 해주더군요.

 첫머리에 나오는 "~해야 한다" 보다는 "~하고 싶다", "~를 하니까 즐겁다" 라는 말을 하면서 인생을 보내라고 말하는 대목이 참 좋았지요. 그러므로 무엇인가를 하고 싶고, 즐겁게 하고 있다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 라고 조언합니다. 그 한 마디의 위로가 얼마나 크게 와닿았는지 모릅니다. 저는 하고 싶은 게 많았고, 하고 있으면 즐거운게 많았습니다. 늘 하루가 48시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심심한 인생은 너무너무 싫었지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돈을 많이 벌어서 결혼을 준비해야 한다", "가정을 꾸리는 것은 현실이고, 돈은 반드시 필요하다", "실력을 쌓지 않으면 이후 10년이 깜깜한데, 실력을 집중해서 길러야 하지 않을까" 라고 계속해서 의문들이 든 것도 사실입니다.

 말하자면, 지금 충분히 즐겁게 살고 있는데, 사회적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30대가 되니, 주변의 기대치에 자신을 맞춰나가야 한다는 압박감을 더 많이 받게 되는 것이지요. 20대 초반에는 사실 어떻게 살더라도 젊음 이라는 이름이 있으니 멋지지 않습니까. 그런 자유감이 이제 끝나간다고 생각하니, 최근 마음이 무거웠던 겁니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많이 바꾸게 되었습니다. 이런들 저런들 나는 행복한 인생을, 행복한 하루를 보내도록 노력하겠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라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마음가짐은 자연스럽게 하루를 좀 더 특별하게 만들어 줍니다.

 사람들과 만나는 날이면, "매일을 즐겁게 생각한다", "돈은 없으면 불편할 뿐이지, 없어도 충분히 행복하게 살 수 있어", "뛰어난 실력이 없어도 괜찮아. 그런대로 살아도 사람들과 대화 하면서 배워가면 인생은 좋은거 아니겠어" 라고 오늘의 하루를 좀 더 고맙게 생각하고자 노력한 것이지요. 하루를 살아가면서 좀 더 즐거운 것들을 선택하려고 힘썼습니다.

 글 중간에 나오는 안철수 아저씨를 인용한 부분이 있는데 한 번 보실까요. "서울의대졸업, 20대의학박사, 20대의대교수의 순탄한 과정, 남이 보기에 좋았을지 모르지만, 컴퓨터를 하면서 느낄 수 있었던 자부심, 보람, 사명감, 성취감 등은 느낄 수 없었다. 살아온 시간보다는 살아갈 날이 많은 시점에서, 지금까지 쌓아온 것 보다는 지금 현재 보람을 느낄 수 있고 앞으로 해나갈 것이 많은 쪽을 선택한다는 것이 올바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14년간 공부해서 박사학위 까지 받았던 의학을 깨끗이 포기하기로 했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이렇게 다시 보게 되니, 새롭게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남이 보기에 좋은 인생을 선택하기 보다는, 내가 보람을 느끼는 일을 선택한다는 것. 이후 안철수 아저씨는 컴퓨터 일을 하면서 때로는 직원들 월급도 주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시기도 겪지만, 마침내 이겨내서 현재는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이자 교수로 불리지 않습니까. 위 대목의 핵심은 "포기할 줄 아는 것도 용감한 선택이다" 라는 대목에 나오는 것입니다. 따라서 선택을 할 때, 당신이 좋아하는 것을 따라간다고 생각하면서 움직이라는 것입니다. 선택을 두려워 하지 말고, 당당하게 선택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성공학에 종종 나오는 대목인데 - 인생에서 중요한 것을 간추려 봅니다. 그리고 마지막 한 개가 남을 때까지 계속 포기하고, 없애버리는 연습을 하지요.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포기하는 연습이기도 합니다. 나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살펴보는 것이지요. 마지막 하나가 남게 되면, 그것은 내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할 때, 기준점이 되어줄 수 있는 것입니다. 여자골프스타 소렌스탐도 그러했습니다. 그녀는 한참 물오른 기량일 때, 골프를 포기하며 제 2의 인생을 살기로 결정합니다. 골프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건강, 사업, 결혼, 자선 등이 나를 행복하게 해준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요. 그녀에게는 골프가 마지막 남은 것이 아니었기에 이런 용기 있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었겠지요.

 인생에 있어서, 이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면서 올인을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때로는 아무리 가도 이것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면, 신중하게 다시 한 번 되돌아보십시오. 그리고 지금 내가 진정 좋아하는 것이 맞는지 되물어 보십시오. 인생은 언제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포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나는 이 조언 덕분에, 시간관리에 있어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가령 종종 아버지와 함께 야구를 시청하는 동안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함께 아버지와 웃고 경기를 즐기는 데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야구보면서도 종종 시간이 아까운 느낌이 들어서, 책을 펴놓거나, 다른 일들을 병행하곤 했는데, 그냥 지금 순간의 행복에 좀 더 충실하고자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또 한 가지 좋았던 대목은 "좋아하는 일도 지겨운 때가 있는 법이다" 라는 부분입니다. 유명한 화가 반 고흐는 열심히 노력하다가, 갑자기 나태해지고, 잘 참다가 조급해지고, 희망에 찼다가, 절망에 빠지는 일을 반복한다고 동생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꼭 제 얘기 같았습니다 -_-; 동호회나 블로그를 할 때 저를 돌아보면, 한참 열의를 가지고 좋은 기세로 열을 올리다가, 어느순간 게을러지고 글쓰기가 망설여지고, 좋은 댓글 하나에 기분 좋아하다가도, 반응이 적어도 계속 해나갈지 망설이기도 하는... 그런 우유부단함이 정말 많았습니다. 때로는 내가 글쓰기를 좋아하는 걸까 자문해 보기도 했습니다. 꽤 부담스럽고 힘들다고 느낄 때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말이지요. 고흐는 그럼에도 계속 그림을 그립니다. 어려운 일이었기에 즐거움도 얻을 수 있을 꺼라며, 계속해서 그리지요. 어려움 속에서 보람을 느낀다는 것, 우리가 잘 아는 것 아닙니까. 알면서도 막상 현실 앞에 서면, 어렵지 않을까 라는 두려움 때문에 한 발자국도 쉽게 못 나가던 스스로를 다시 보게 됩니다. 그리고 저자는 고마운 조언을 합니다. "모든 일은 힘들고 고된 면이 있으며, 원하는 일을 하면 항상 놀이공원에 있는 그런 신나는 기분이 들 것이다 라는 것은 착각이고 환상일 뿐이다. 기쁨과 보람은 지겹고 힘든 과정을 참고 넘긴 후에야 찾아온다" 얼마나, 그 말에 감동받았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계속 글을 쓴다거나, 하고 싶은 활동을 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됩니다. 좋아하는 일이라 할지라도 때로는 좀 못하고, 좀 실망할지도 모르지요. 그래도 계속 가다보면, 기대하지 않은 순간에 무엇인가를 마주하게 될 겁니다. 가만히 앉아서 무엇인가와 마주칠리는 없으니까요.

 좋은 부분이 많기 때문에, 위로와 조언에 목말라 있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추천할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의 분들이 읽는다면 더욱 좋겠고요. 세상에 어떤 것도 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습니다. 그러므로 쉽게 스스로를 몰아세우거나, 자학하지 마십시오.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며 다시 일으켜세우고, 그래도 힘내자 라고 말하면서 움직여 가는 인생이 되십시오. 올바른 선택을 하면서 움직여 나간다면, 남은 인생들에서 "아, 이것이 행복이구나" 라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을 찾게 될 것입니다. 언제나 보람차고 황홀한 하루하루 - 이것은 거짓말일지도 모릅니다. 진실은 힘겹지만 열심히 노력하고 움직이는 하루하루가 맞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가다보면 당신은 정말로 기쁨이 느껴지는 행복한 하루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힘내자! 힘내자! 힘내자! 라고 세 번만 말해보세요. 그리고 원하던 일 앞에 앉아서 오늘도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는 겁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