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만에 또 멋진 선수 이야기를 업데이트 할 차례가 되었군요. 두근두근! 모처럼 힘을 많이 쏟아서 써야 할 전설적 스타의 차례가 되었습니다. 파올로 말디니 라는 이탈리아 선수입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전성기 시절 "세계최고의 왼쪽풀백" 이라고 평할 수 있을, 걸출한 수비수 였지요. (현역 후반기에는 중앙수비수로 활약) 세리에A 역사상 가장 많은 경기를 뛰었다는 전설의 남자, 그 발자취를 차분히 쫓아가 봅시다 ^^ 이야기 속으로 즐겁게 출발!
프로필
이름 : Paolo Cesare Maldini
생년월일 : 1968년 6월 26일
신장/체중 : 186cm / 85kg
포지션 : DF
국적 : 이탈리아
국가대표 : 126시합 7득점
주요수상 : UEFA 최우수 수비수 (2006-07시즌)
전인미답의 647시합을 소화한 전설의 수비수 - 파올로 말디니
의외의 이야기부터 시작해 볼까요. 2009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제패한 남자, FC바르셀로나의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은 우승트로피를 은퇴하는 파올로 말디니에게 바치고 싶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만큼 말디니의 명성은 호화로웠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록들도 가지고 있습니다. 25년을 축구로 달려온 말디니는, 세리에A 647시합이라는 불멸의 기록을 남겼고, 컵대회, 유럽대회, 국가대표 시합까지 다 더하면 그가 소화한 경기는 1000시합이 넘어갑니다. 그야말로 까마득... 하지요!
AC밀란의 상징으로 절대적인 인기를 자랑하던 말디니는 현역 시절, 1대 1에서 매우 강하고, 과감하게 공격에 참가하며, 훌륭한 상황 판단력, 최고의 전술 이해력을 바탕으로 10년 동안 최고의 왼쪽 풀백으로 불렸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통솔력도 뛰어난 안팎으로 존경받는 캡틴이지요. 인테르밀란의 전설 지아친토 파케티는 말디니를 평합니다. "축구 선수를 목표로 하는 젊은이의 모범이 말디니이다. 다만 그의 유일한 결점은 그가 AC밀란의 선수인 것이다..."라고 재치있게 말합니다. 말디니의 프로페셔널한 행동과 페어플레이 정신은 라이벌인 인터밀란의 서포터들 조차 박수칠 만큼, 훌륭했습니다.
사실 파올로 말디니의 아버지였던 체사레 말디니 역시 과거 AC밀란의 주장을 맡았던 스타 선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파올로 말디니는 어린 시절 아버지 덕이라는 소리, 아버지와 비교되는 소리를 듣는 것이 싫었지요. 이것을 극복하는 비결은 하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실력을 갖추자! 매우 어려운 연습을 하고, 연습하고, 또 연습하고...
당연한 이야기 하나 꼭 하자면, 세계 최고의 선수들로 평가받는 이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긴 연습시간이 있었고, 그 터널을 빠져나왔을 때, 비로소 찬란한 영광이 함께 했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던 선수인 네드베드의 경우 아예 취미가 "연습"이라고 말하지요. 이것이 프로페셔널의 마음가짐입니다. 거장은 결코 하루 아침에 되는 일이 없습니다.
1985년 1월 드디어 프로데뷔를 하게 되는 말디니. 그리고 이듬해 85-86시즌부터 주전자리를 차지하면서, 무서운 10대의 활약은 거침없이 이어집니다. 19살 때, 대표팀 선수로 활약하기 시작했고, 20살 때, 벌써 세리에A 우승 트로피를 차지합니다. 그리고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AC밀란은 무적의 팀, 역사상 가장 강한 팀 중 하나였지요. 주전 멤버 거의 전원이 호화 스타군단이었고, 반 바스텐, 레이카르트, 루드굴리트의 오렌지 삼총사가 공격을 이끌기도 합니다. 그들이 일군 것은 세리에A 무패 우승. 챔피언스리그 연속제패 등... 실로 영광 그 자체였지요. 이들과 함께 했던 젊은 스타 파올로 말디니는 20대 초반, 이미 클럽팀에서 누릴 수 있는 주요 트로피는 싹쓸어 버립니다. 현역 통산 리그우승 7회, 챔스우승 4회라는 눈부신 기록이 말디니와 함께 합니다.
그리고 2003년 캡틴 말디니는 또 하나의 역사를 새깁니다.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캡틴으로 팀을 이끌며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경험하지요. 30대 중반이 넘었음에도, 유럽최우수선수상에 이름이 거론될 만큼, 빛나는 활약들이었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그의 플레이는 신기할 만큼 계속됩니다. 2005년 챔스리그 결승에서도 귀중한 선제골을 작렬시키고, 적극적인 공격 참가를 하면서 팬들을 놀래킵니다. (경기는 제라드가 이끌던 리버풀이 경기를 극적으로 동점으로 끌고가며, 승부차기 끝에 리버풀이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이런 활약들이 더 감동적인 이유는, 2004년에 무릎 부상 때문에 고심하던 말디니 였고, 은퇴를 암시하기도 했습니다. 측면수비수로서 이제 속도도 떨어진다고 지적받기도 했습니다. 말디니는 변신을 감행합니다. 30대 중반, 이제 중앙수비수 말디니로 다시 태어났고, 또 한 번 최고수준의 중앙수비수로 활약을 이어갔던 것입니다. 정신적 지주 말디니의 활약은 40세까지도 계속되었고, 팬과 선수들에게 많은 존경을 받습니다. 그는 이전에 충분히 은퇴할 수 있었음에도, 팀의 수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자신과의 어려운 싸움을 계속해 나갔던 것입니다. 무릎을 수술하고, 현역 마지막인 2008-09시즌에는 30경기나 리그에서 소화하지요. 전설 그 자체 입니다.
한편 그런 전설의 말디니 였지만, 국가대표로 주요대회 우승은 손에 넣지 못했습니다. 월드컵에 4번이나 참가했지만 우승의 문턱에서 아쉬움을 함께 했습니다. 1994년 월드컵 결승전 브라질과의 승부에서는 같은 클럽팀의 전설 바레시와 판타지스타 R.바조의 승부차기 실축으로 준우승, 2000년 유로 결승 프랑스와의 경기에서는 종료 바로 직전 경기가 뒤집히며 준우승, 대표팀 마지막이었던 한일월드컵에서는 우리 한국에게 역전패 당하며, 쓴 맛을 경험해야 했습니다. 국가대표 126시합은 당시 역대최다 기록이었지만, 지금은 이태리의 새로운 전설 칸나바로가 기록을 갱신한 바 있습니다. 그의 등번호 3번은 영구 결번이 되었지요. (여담으로, 말디니의 아들이 AC밀란에서 뛰게 되면 그 3번을 달 수 있다고 합니다! 장남 크리스티안이 96년생이니, 혹시 시간이 흐르면 우리는 AC밀란의 3번을 다시 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하.)
위대한 캡틴 파올로 말디니. 현역 마지막 경기에서는 모든 사람이 기립박수를 아낌없이 보냈지요. 물론, 동영상도 함께 감상하면 좋겠지요. 오늘 준비된 이야기는 여기까지 입니다. 아인슈타인이 그런 말을 했다지요. 성공한 사람보다는 가치 있는 사람이 되라고... 그 말을 빌려온다면, 저 개인적으로, 말디니는 축구 역사상 가장 가치 있는 선수 중 한 명이었다고 감히 적겠습니다. 그는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을 걸어갔고, 그 발자국을 따라 많은 젊은이들이 그를 존경하며, 그 길을 가고자 하고 있으니까요. 다치고, 상처입고, 욕먹고... 괜찮습니다. 인생은 원래 그런 일이 있습니다. 그러나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도 계속가는 당신, 그래서 누구도 도착하지 못했던 그 곳에 서 있는 당신. 그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독자님들께 감사드리며, 행복한 하루 되세요.
2010. 12. 26. 초안작성 / 2019. 11. 26. 가독성 수정 및 동영상 업데이트 / 축구팬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