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스타열전

보카 주니어스의 레전드 마르틴 팔레르모

시북(허지수) 2011. 1. 27. 01:40

 2011년 아시안컵 4강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 치열한 승부 끝에 2-2 무승부. 승부차기 끝에 한국이 아쉽게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승부차기에서 한국선수들이 PK를 3개 연속 놓쳐서 비판도 받습니다만, 아무리 확률적으로 PK가 성공확률이 높다고 해도, 중요한 순간에서 실축하는 것은 축구에서 참으로 자주 있어 왔습니다. 일단 그래도 마지막까지 열심히 싸워준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다시 한 번 전하고, 때마침 생각나는 선수가 있기에 소개할까 합니다. 마르틴 팔레르모 라는 90년대 후반 엄청 잘 나가던 공격수 이야기 입니다.

 프로필

 이름 : Martín Palermo
 생년월일 : 1973년 11월 7일
 신장/체중 : 187cm / 85kg
 포지션 : FW
 국적 :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 15시합 9득점


 한 경기 PK 3회 실축, 그리고 보카의 레전드로 우뚝 서기까지 - 마르틴 팔레르모 이야기

 PK 실축에 있어서 팔레르모 같은 선수도 앞으로 보기 드물 것입니다. 1999년 코파 아메리카에 참가한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공격수 팔레르모는, 한 경기에서 무려 나홀로 3번의 페널티킥 실축을 보여줍니다. 대회 후, 부상까지 겹쳐지면서 젊은 공격수 팔레르모는 오랜기간 국가대표로 제외되는 아픔을 겪습니다. 그럼 팔레르모가 허접한 선수였는가? 라고 하면 전혀 아니었지요. 1998년 아르헨리그 득점왕 출신의 기대주 였습니다! 다만, PK란 원래 그렇게 가혹한 법이 있는 것입니다. 쉬워보이지만, 쉽지 않은...

 팔레르모는 아르헨티나의 명문팀 에스투디안테스 에서 현역생활을 시작해서, 1997년 보카 주니어스로 이적하게 됩니다. 이후는 그야말로 팔레르모의 황금의 시절이었지요. 보카에서 2000년까지 102시합 출장에 81득점이라는 경이적인 활약을 펼칩니다. 큰 키를 살린 제공권과 왼발을 사용하는 강력한 슈팅, 골을 만들고자 끝까지 집착하는 공격수이자, 득점감각이 살아 있는, 팔레르모는 그야말로 별명 그대로 - 거인(타이탄) 공격수 였습니다. 1998년 전반기리그에 20골을 넣으며 득점왕에 오르며, 보카 팬들에게 아이돌로 떠올랐고, 게다가 1998년에는 남미최우수선수로 선정, 1999년 아르헨티나 국가대표로 발탁되며 득점을 올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99 코파 아메리카, 충격의 한 경기 PK 3 연속 실축... 혹자는 2번 실축하고도, 또 차러 나간 그의 용기가 대단하지 않느냐 라고 평하는 분도 있습니다. 여하튼 98년 미하일로비치의 프리킥 해트트릭 만큼이나 놀라운 기록을 축구사에 팔레르모가 남겨주었지요. 그런데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2001년 스페인의 비야레알으로 건너가는 팔레르모. 그러나 계속되는 부상불운에 시달리며, 유럽생활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결국은 2004년 고국 아르헨티나의 보카 주니어스로 다시 돌아오게 됩니다. 그리고 남은 축구 인생을 보카 주니어스에서 멋지게 불태우기 시작하지요. 30대에 다시 시작한 그의 두 번째 전성기 입니다.

 팔레르모는 보카 주니어스의 주포로 활약하면서, 소속팀의 우승에 수 차례 공헌하더니, 급기야 2008년 무렵 명문팀 보카의 역대 최다골 기록을 갈아치워 나가기 시작합니다. 2011년 현재 보카 클럽 통산 230골을 넣으면서, 그야말로 (거의) 깨지지 않을 엄청난 기록을 세운 것입니다. 어디 그 뿐입니까, 2009년에는 무려 10년만에 국가대표로 부름을 받습니다. 마라도나 감독의 호출이었지요. 2009년 펼쳐진 남아공 월드컵 남미예선에서 팔레르모는 귀중한 골을 기록하기도 하는 등, 본선 진출에 중요한 공헌을 해낸 것으로도 평가받습니다. 결국 남아공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도 그리스 전에서 골을 기록하는 등 노장의 저력까지 보여주었지요.
 
 이제 PK 3연속 실축은 과거의 추억일 뿐, 지금은 보카 주니어스가 자랑하는 영원한 아이돌이 된 팔레르모 입니다. 그렇기에 실수 한 번 했다고, "쓰레기니 뭐니" 라면서 함부로 비난할 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인생은 새옹지마. 낙심한 일이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을 발판 삼아, 더 멋진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것.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이야기를 마치며 팔레르모의 멋진 골장면 모음을 덧붙여 봅니다. 살다보면 아쉬운 순간이 올 때가 있겠지요. 그리고, 또 다시 그런 쓰라림을 맛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또 다시 실패하더라도, 도전하고, 또 전진하며, 용기를 가지는 것, 그런 마음가짐이 있다면, 결국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다시 일어서고, 다시 준비하고, 다시 도전하는 것, 그것의 중요함이 문득 생각나는 일주일 이네요. 독자님들께 늘 감사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