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스타열전

#2 골 넣는 괴짜 골키퍼 칠라베르트 (그의 꿈에 박수를 보내며!)

시북(허지수) 2019. 11. 4. 12:28

José Luis Chilavert

 

 New! 축구스타열전! 제2편 업데이트는 칠라베르트 이야기에요.

 오래전의 과거글 원문을 조정해서, 가독성을 올리고, 경어체로 수정한 버전이지요. 아! 멋진 영상도 추가되었고요. 하하.

 

 골키퍼, 사전적 정의는 골을 지키는 선수를 의미합니다. 골키퍼의 활약으로 웃고 울었던 경기는 얼마나 많은가요. 우리나라도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승부차기를 막아내고 근사한 미소를 날려주시던 이운재 선수의 모습은 얼마나 인상적이었던가요. 중요한 대회에서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서 끝내 그 골문을 열지 못하고 쓸쓸히 짐을 싸 들고 돌아가야 했던 국가와 팀들은 얼마나 많은가요.

 

 이렇듯 축구에서 골키퍼의 포지션이란 중요하고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디에나 괴짜는 있기 마련입니다. 골키퍼임에도 애써서 골을 지키는 것만큼이나, 골을 직접 넣어버리는 것을 좋아하는 선수가 있었습니다. 바로 파라과이의 골 넣는 골키퍼 칠라베르트 선수입니다. 2004년 은퇴한 그의 재밌는 이야기를 살펴보았습니다.

 

 프로필

 

 생년월일 : 1965년 7월 27일
 신장 : 188cm
 포지션 : 골키퍼 (GK)
 국적 : 파라과이
 대표 통산 : 72시합 8득점
 수상 : 1996년 남미 최우수선수상 / 1998년 프랑스월드컵 최우수골키퍼

 

 골 넣는 골키퍼 칠라베르트의 이야기

 

 칠라베르트 - 그는 정확한 포지셔닝, 뛰어난 반사 신경과 세이빙 능력, 좋은 판단력에 적극적인 뛰쳐나오기 능력을 가진 전형적인 공격형 명 골키퍼입니다. (다시 말해 1 대 1 상황에서 과감히 뛰어나오는 골키퍼 타입을 의미합니다) 뿐만 아니라 용감한 플레이와 압도적인 존재감을 지녔으며 탁월한 리더십으로 팀을 통솔하는 능력도 겸비하고 있습니다. PK의 선방을 잘하는 골키퍼로도 명성이 높지만, 오히려 페널티킥(PK)과 프리킥(FK)으로 골을 넣어버리는 골키퍼로 가장 잘 알려져 있습니다.

 

 축구 외에, 칠라베르트는 사회활동에도 적극적인데요. 경제적으로 취약한 아동이나, 몸이 불편한 아동을 위해서 모금활동과 자선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협력하고 있습니다. 1999년 자신의 모국인 파라과이에서 코파 아메리카가 열렸는데 파라과이의 대표적인 유명 선수였던 칠라베르트는 출전을 사퇴해버렸습니다. 그 이유가 가슴 찡합니다. "경제적으로 혼란스럽고 어려운 파라과이에 지금 필요한 것은 코파 아메리카 같은 국제 대회가 아니라 학교와 병원이다." 이것은 군사 정권에 대한 칠라베르트의 항의였습니다.

 

 한편 파라과이에서는 스페인어와 함께 공용어로 과라니어를 함께 쓰고 있는데, 칠라베르트는 이 과라니어 교사 면허를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멋진 선생님 칠라베르트. 이점은 잘 알려지지 않은 그의 또 다른 모습이라 하겠습니다.

 

 칠라베르트의 선수 생활은 20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커리어를 시작합니다. 아르헨티나 리그의 산 로렌소 에서 플레이를 하다가, 1989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사라고사로 이적합니다. 첫해부터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최우수 외국인 선수에 선정되면서 발군의 활약을 보여주는 칠라베르트. 그러나 아쉽게도 다음 해부터는 주전 자리를 넘겨주면서 대기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다시 말해 후보 골키퍼로 경기에 참가하는 일이 많아지게 됩니다.

 

 1990-91시즌에 사라고사에서 8경기 출장에 그친 칠라베르트는 다시 아르헨티나 리그로 이적합니다. 아르헨티나의 벨레스 사르스필드 라는 팀이었는데요. 참고로 언급하자면 이 벨레스라는 팀은 아마 저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모르는 남미의 팀이긴 하나, 1994년 인터컨티넨탈컵 (=현재는 FIFA 클럽 월드컵)에서 AC 밀란을 2-0으로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여하튼 이 벨레스에서 칠라베르트는 말 그대로 대활약을 펼칩니다. 1968년 이후 우승이 없던 벨레스가 1993년 후반기, 1995년 전반기, 1996년 전반기, 1998년 후반기 우승을 차지합니다. 단기간의 4차례 우승의 역사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아르헨티나 1부 리그는 1년에 전반기와 후반기 이렇게 2차례 리그전을 시행합니다.)

 

 이렇게 놀랍게 성장한 벨레스 팀의 활약은 칠라베르트의 맹활약과 그의 리더십이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1994년에는 벨레스가 남미의 쟁쟁한 팀들을 제치고 남미 챔피언에 올랐으며, 바로 그 94년에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 팀인 AC 밀란과의 인터컨티넨탈컵에서 AC 밀란을 2-0으로 제압하였습니다.

 

 말 그대로 맹활약을 펼치던 명 골키퍼 칠라베르트. 그는 골 넣는 괴짜 골키퍼 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뛰어난 축구선수이자 훌륭한 팀의 캡틴이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활약에 힘입어 1996년 골키퍼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남미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합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칠라베르트 선수는 골키퍼로 골 좀 넣었다고 유명해진 거품 낀 선수가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는 실제로도 훌륭한 리더십과 실력을 두루 갖춘 보기 드문 명골키퍼 였습니다. 추가로 이 시절의 인상적이고 화려한 활약으로 인해 1995년과 1997년에는 세계 최우수 골키퍼로 선정되기도 하였습니다.

 

 잠시 상상력을 발휘해, 자신이 한 번 감독이라고 생각해봅시다. 프리킥이나 페널티킥을 함부로 골키퍼에게 맡길 수 있을까요? 아마 열에 아홉은 극구 반대할 것입니다. 프리킥을 찼는데 볼이 상대편 수비수 맞고, 상대편에게 넘어간다면 위기를 자초하는 셈이 되니까요. 뛰어난 프리킥 실력과 절대적인 감독의 신임이 없다면, 즉 상식적으로는 프리 킥을 골키퍼에게 맡긴다는 것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며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칠라베르트는 달랐습니다. 그는 뛰어난 킥 능력이 있었으며 절대적인 팀의 신임을 받았습니다. (그가 벨레스를 아르헨티나 정상에 올려놓은 것을 보세요.) 1997년 그 무렵, 칠라베르트는 드디어 본격적으로 프리킥까지 차면서 골키퍼로 골을 넣기 시작합니다. 1997-98년 시즌 벨레스에서 35시합 10득점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남기는 칠라베르트. (이것은 대략 3~4경기마다 한 번씩 그의 골 장면이 터졌다는 것입니다!)

 

 이때부터 골을 넣기 시작한 칠라베르트는 아르헨티나 및 우루과이 리그에서 프로 통산 28골을 기록합니다. 물론 주로 PK를 차 넣었지만, 그것도 두둑한 배짱과 정확한 킥의 실력이 되어야 가능합니다. PK 못 넣어서 얼굴 감싼 선수들을 우리는 많이 보아 왔지 않은가요. 한편 1999년에는 PK로 한 시합에 무려 3골을 기록하면서, 전인미답의 경지인 사상 최초로 골키퍼 해트트릭이라는 놀라운 역사적 기록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참! 재밌지 않습니까, 골키퍼가 해트트릭을 하다니!

 

 국가대표로서는 1989년에 데뷔했으며, 1998년과 2002년 월드컵에도 출장하였고 파라과이의 16강 진출을 이끌기도 하였습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4경기에 2실점을 기록, 대활약을 보여주며 대회 베스트 일레븐에 골키퍼로 선정되기도 하였습니다. 칠라베르트의 파라과이가 월드컵에 출장했을 때, 월드컵 사상 최초로 골키퍼가 골 넣는 장면을 수많은 사람들이 기대했었지만 아쉽게도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당시 칠라베르트가 프리킥을 차는 장면을 아직도 흥미롭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설마설마했는데, 정말 월드컵 같은 큰 무대에서 프리킥을 차러 뚜벅뚜벅 덩치가 산만한 골키퍼가 걸어 나오는 게 아닌가요! 관중석은 웅성웅성 거리다가 프리킥을 찰 순간이 되자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고,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칠라베르트가 강력하게 프리 킥을 찼습니다. 상당히 잘 찼는데 정말 아쉽게도 골대 위를 살짝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당시 숨죽이면서 이 장면을 같이 보던 아버지와 함께 한바탕 웃으면서 아쉬워했던 것이 지금도 떠오르곤 합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우승 팀은 바로 지단의 프랑스였는데 (결승에서 브라질을 3-0으로 완파하며 우승), 이 프랑스가 매우 고생했던 팀이 바로 16강에서 만나게 된, 칠라베르트가 이끌던 파라과이였습니다. 98월드컵 16강전 프랑스 VS 파라과이. 견고한 수비를 자랑하는 파라과이는 칠라베르트의 적절한 코칭과 멋진 선방으로 인해서 경기는 연장전까지 흐르게 됩니다.

 

 연장 후반 7분, 파라과이는 아쉽게 프랑스에 골을 내주며 승리를 놓치고 맙니다. 만약 10분만 더 파라과이가 버티고 승부차기에 들어갔다면,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PK 선방을 잘하는 칠라베르트의 파라과이가 거함 프랑스를 침몰시켰을지도 모릅니다. 또한 그 해 우승 팀이 이변의 주인공인 파라과이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여하튼 칠라베르트는 국가대표로서 72경기에 출장했으며 놀랍게도 A매치에서도 통산 8골을 기록하기도 하였습니다.

 

 2004년 은퇴한 칠라베르트. 그의 꿈이 무엇인지 아는가요?
 괴짜 칠라베르트의 꿈은 바로 파라과이의 대통령이 되어서 파라과이를 바꾸는 것이라고 합니다.!

 

 참 멋진 사람입니다. 저는 그의 꿈이 이루어지길 바라면서 그의 담대한 꿈에 박수를 보냅니다. 국제 축구 대회의 명성 보다 모국의 학교와 병원을 우선시했던 사람. 그렇기에 저는 어쩔 수 없이 칠라베르트의 팬이 될 수밖에 없는가 봅니다.

 

 업데이트 하면서, 덧붙여 기록하는 약간의 정보들 역시 추가합니다.
 1994~1999년까지 남미 베스트 일레븐 6년 연속 선정 되었습니다.

 (간단하게 쓰면, 90년대 중후반 남미를 대표하는 골키퍼라고 부를 수 있겠죠?)
 IFFHS 선정 20세기 최우수 GK 중 6위를 기록하였습니다. (1999년 선정)
 20세기의 위대한 축구 선수 100명 중, 55위에 기록된 바 있습니다. (영국 월드 사커 매거진 선정)

 

 초안. 2008. 02. 07. 작성 / 2019. 11. 동영상 추가 및 업데이트 작성 / 축구스타열전! 틈틈이 계속될 예정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