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책

불편해도 괜찮아 리뷰

시북(허지수) 2011. 6. 24. 15:28

 인권, 다양성의 존중, 영화 이런 테마가 맛있는 칵테일 처럼 섞여있는 멋진 책, 불편해도 괜찮아 라는 책을 소개할까 합니다. 인간은 정말 다양합니다. 외모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좋아하는 것도 다릅니다. 한 인간은 한 우주와 같다라는 말이 실감날 만큼, 한 인간을 통해서 느껴볼 수 있는 것도 많고요. 그런데 실제로 인간의 DNA는 99.95%가 동일하다고 합니다. 겨우 차이가 있는 것은 0.05% 이지요. 데이터가 발견한 인간은 놀랍도록 같은 점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약간의 차이 때문에, 서로 미워하고, 저주하고, 원망하고, 심지어 린치를 가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인간만큼 무서운 것이 없다는 것도 역설적으로 느끼게 됩니다. 이야기를 좀 더 파고들어 갑시다.

 저자 : 김두식 / 출판사 : 창비
 출간 : 2010년 7월 9일 / 가격 : 13,800원
 페이지 : 378 / 판형 : A5


 이 책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청소년, 장애인, 여성, 노동자, 성소수자 등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면서, 모두가 함께 더불어 살려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 가를 질문하고 있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문제에 대한 해답들 역시 명쾌하고, 분명합니다. 인상적인 대목 몇 가지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 부모에게 필요한 것은 자녀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이지, 기대나 닦달이 아니라는 사실
 자녀가 내 기대대로 커주는 것을 바라지 않고, 네 멋대로 해라! 라고 말하며, 격려하고 지지하고, 변함없이 사랑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착각할 수 있는 시기에 착각하게 놔두고, 시행착오를 한다면 그 경험도 괜찮다며 토닥여 주는 것이 필요하지요. 이 책에 시종일관 흐르는 한 가지 줄기가 있다면, 인간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청소년도 엄연한 자기 생각이 있는 인간으로 존중해야 한다는 점은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청소년들을 통제하려들고, 요즘 애들은 글러먹었다고 욕이나 하고, 이런 태도야 말로, 우리 다음 세대를 망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말 잘 듣는 아이가 아닌, 자신의 생각과 행동으로 세상을 바꿔나갈 수 있는 아이로 잘 가르쳐야 한다는 것을 몇 번이고 다짐하였지요.

 - 동성애자 역시 0.05%만 다를 뿐, 이웃이고, 친구이다 라는 사실
 저의 경우도 저자와 마찬가지로 이성애자이고, 기독교인이기 때문에, 이 문제는 아주 오랜 고민꺼리 였습니다. 예전에 야학 활동을 하면서, 지인과 함께 동성애자 모임에도 가본 경험이 있었는데, 그들을 어떻게 봐야할지 잘 정리가 안 되었고, 또 다른 경우로서, 동성애자 라는 이유로 신앙생활에서 왕따 당하고 비판 받아서 자살을 기도한 청년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너무나 큰 슬픔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김두식 교수님의 정리는 간단합니다. 동성애자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며, 다양한 모습이 있고,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을 뿐이다. 같은 사람이기에, 차별하지 말아야 하며,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지요. 많이 배웠습니다!

 - 가족이기 때문에 무조건 사랑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그것이 가족이라는 사실
 어쩌면 새로운 가족에 대한 개념이라 하겠습니다. 따라서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방적인 사랑과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가족이니까 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은, 그저 폭력일 뿐이고, 정당화 되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형이니까, 아빠니까, 남편이니까, 이렇게 갖다붙이면서 가족을 함부로 대하는 것은 가장 경계해야할 부분입니다. 저는 이 부분을 생각하면서, 가까운 사람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로를 배려하면서 함께 살아간다면, 그 자체가 가족인 것이지요.

 - 강한 사람들만 살아남는 사회는 과연 올바른 것일까? 라는 아주 강렬한 질문!
 영화 300을 이야기하면서, 들어가는 장애인 인권 부분은 이 책의 그야말로 백미입니다. 강한 사람들만 모아서 정예부대를 만든다는 것은 얼핏 보면 근사하고 환상적입니다. 게다가 역사는 승자에 의해서 기록되고, 패자에겐 별다른 시선을 두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바로 300 이 아닌 사람들입니다. 강하지 못하고, 독하지 못한 사람들은 버리면 되고, 살 가치가 없다고 던져버리면 됩니까? 이런 사회는 어쩌면 무섭지 않겠습니까? 승자독식의 사회, 천재와 영웅의 시대는 그래서 위험합니다.
 
 저 봐라 저 사람은 이런 세상에서도 희망을 가지고, 전설이 되었다 라고 칭송하는 것이 좋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노력하면 누구나가 살아갈 수 있도록,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그런 칭송보다는 적어도 300배는 중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인이나 사회적 약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어야 합니다. "자기 역할을 다 하는 것이 불가능한 무능력자" 에서 "무엇이든 이루어낼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사람"으로 우리의 시선을 바로 잡아야 합니다.
 
 헬렌 켈러가 훗날 사회주의자로서 사회 개혁을 위해 투신했던 것도 사회 시스템을 바로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헬렌 켈러의 말처럼 "세상은 영웅들이 밀어붙이는 강력한 힘은 물론 정직한 노동자들의 합쳐진 작은 힘에 의해서도 움직인다" 라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깨어 있는 의식들의 작은 힘에 의해서 세상은 분명히 바뀌어 나갈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 의심스러울 때는 약자의 이익으로
 사실 모든 사회 문제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쪽 이야기만 듣고 따라가면 편하지요. 그런데 양쪽 모두의 입장을 주의 깊게 듣다보면 머리도 아프고, 입장을 정리하기에 난처할 수 있습니다. 이 때 김두식 교수님의 표현이 멋집니다.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를 변용해서, "의심스러울 때는 약자의 이익으로" 해석하라는 것이지요.
 
 비슷한 지점에서,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약자의 이야기가 항상 옳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약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 순간, 정의는 안드로메다로 실종되며, 시스템은 괴물로 혹은 파국으로 변해가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약한 사람을 무시하고 가는 것은 간단하고 빠를 수 있습니다. 조용하고 빠르게, 공동체의 시체들을 밟고서 만든 사회 구조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를 경계할 필요도 있겠습니다.

 불안정한 사회 속에서, 비정규직이 넘쳐나고, 불안 속에서 어쩌면 사람들은 열심히 살아가려고 발버둥 치는 것도 사실이겠지요. 하지만 그것은 절반의 진실입니다. 생산성이 표면적으로는 높아지겠지만, 불안한 영혼이 만들어내는 상품들에는 혼이 빠져 있고, 감동이 빠져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이 부분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납니다. 그렇기에 우리 사회는 날로 행복해 지는 대신에, 삶의 질은 갈수록 떨어지고, 양극화는 심해지고, 우울증에 시달리거나, 자살하는 사람의 소식들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경제논리만 앞세우다보면, 병드는 것은 인간 그 자체일 수 있음을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귀중한 대목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김두식 교수님께 고마움이 너무나 큽니다. 정신적으로 방황하던 시기마다, 글로서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제목처럼, "불편해도 괜찮아"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계속해서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겠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소중함을 생각할 줄 아는 사람.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사람, 이러한 근사한 인간상은 평생도록 가슴 깊숙히 남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