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책

책은 도끼다 리뷰

시북(허지수) 2012. 1. 20. 15:39

 제목부터가 강렬한 멋진 책, 책은 도끼다에 대한 리뷰입니다. 지인들에게 강력 추천하고 있는 이 책은 정말이지 탐스러운 사과 같습니다. 보기에도 좋을 뿐만 아니라, 속까지 알차서, 아삭아삭 씹는 맛이 일품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안의 어떤 에너지가 충전되고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정신이 번쩍 번쩍 들게 하는 이 책이야 말로, 도끼같은 예리한 맛이 있다고 할까요. 끝부분의 나오는 한 대목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말짱한 영혼은 가짜다." 이 문장을 읽고 무슨 생각이 드시나요. 회사 입사시험 문제로도 제출되었다고 하니, 그 느낌을 한 번 음미해 볼 가치가 있겠지요. 이야기 출발해 봅시다.

 저자 : 박웅현 / 출판사 : 북하우스
 출간 : 2011년 10월 10일 / 가격 : 16,000원 / 페이지 : 356쪽


 제가 생각해본 말짱한 영혼에 대한 고찰입니다. 말짱한 영혼은 평범하고 안일함을 추구하는 영혼이지요. 그의 삶은 살아도 살아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그것은 가짜이고, 죽은 것이지요. 그 맞은 편에는 상처입은 영혼, 깨져있는 영혼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절박하지요, 주체할 수가 없어요, 표현해야 하고, 부딪혀야 하고, 밤새 고민하다가도, 깨달음을 얻고 환희하는 영혼. 헬렌 켈러, 베토벤, 반 고흐, 로자 파크스, 사마천까지 그들은 말짱하게 살기를 거부했습니다. 그들이 지금까지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살아있는 영혼, 깨져있는 영혼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지요.

 이 책은 시종일관 영혼의 얼어붙음을 깨뜨릴 것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카뮈의 이방인이 등장하고, 그리스인 조르바가 나옵니다. 김훈처럼 다르게 볼 수 있도록 노력하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지중해의 문학을 소개하는 부분은 가장 강렬하고 인상적이었습니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등 에서 나왔던 "카르페 디엠"을 실현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입니다. 카르페 디엠은 라틴어로 오늘 꽃을 따라 라는 의미인데, 흔히 오늘을 살아라 라는 뜻으로 많이들 사용합니다.

 계획을 세우고, 내일과 미래만을 위해서, 오늘을 희생하면서 살아가는 삶에 대해서 거대한 물음표를 던집니다. 아니 왜 그래야 하지? 다들 대세를 좇아서, 안정을 좇아서, 이익을 좇아서 살아가고 있는데, 날카로운 비수를 던집니다. 지금 행복하신가요? 예컨대 개들은 내일 걱정을 미리 가불해서 하지 않습니다. 혹여 잘못될까봐 걱정으로 밤을 새우는 것은 인간만이 하는 행동이지요. 과거에 대해서 조금도 후회 하지 않고 다만 오늘만을 살고 있는 개가, 어쩌면 인간보다 행복한 하루가 아닐까요. 흔히 하는 착각 중에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그 땐 좋았지, 잘 되면 난 더 멋있어질꺼야. 중요한 것은 지금의 자신을 바라보는 것인데, 거울 앞에 설 용기가 없는 것이지요.

 지금의 자신을 사랑하고, 또 행복을 순간 속에서 찾고, 마침내 오늘 하루라는 시간을 경이로움 속에서 맞이하기. 이것이야 말로 박웅현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핵심이라 감히 요약해 봤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것에 경탄하는 모습, 집중해서 들여다보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앙드레 지드의 말처럼 시인의 재능이란 자두를 보고도 감동할 줄 아는 것이니까요. 어쩌면 우리는 이제 감동 결핍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감동 결핍이라는 것은 앞서 이야기 했던 말짱한 영혼이 되어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뭘 봐도 멀쩡합니다. 감흥도 없습니다. 마침내 그는 이야기 할 것입니다. "사는 게 재미도 없고, 지겹다." 한편에서는 이번 주말이 설레인다면서, 새로운 탐험을 계획합니다. 그 탐험이란 거창할 필요도 없습니다. 도서관에서 좋은 책을 벗삼아서 시간을 잊은 채 하루를 보내는 것, 보고 싶었던 영화를 모두 준비해서 하루 종일 보고, 느껴보는 것, 이런 소소한 "미친 짓"도 얼마나 좋습니까. 자금만 마련되었다면, 혼자라도 혹은 함께라도 여행을 가는 것은 최고의 선택 중 하나입니다. 미친 짓을 안 하는 말짱한 영혼이란, 다시 말하지만 가짜 인생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스인 조르바에 나오는 대목은 내 가슴을 먹먹하게, 찍어 눌렀습니다. 이 구절은 나를 압도했고, 정통으로 뺨을 맞은 듯한 기분이 들게 해줍니다. 소개합니다. "지금 우리 앞에 있는 것은 육반입니다. 우리 마음이 육반이 되게 해야 합니다. 내일이면 갈탄광이 우리 앞에 있을 것입니다. 그 때 우리 마음은 갈탄광이 되어야 합니다. 어정쩡하다보면 아무 짓도 못하지요." 이 순간에 일어나는 것들에 집중하는 태도, 단언컨대 이보다 더 중요한 태도는 없습니다.

 그리하여,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에 대한 통찰을 가득 얻을 수 있습니다. 가장 소중한 것은 바로 "오늘이라는 일상" 입니다. 일상에 답이 있는 것입니다. 일상을 소중하게 여기고, 일상에서 행복을 찾은 사람은, 웃음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은 그래서 축복 받은 사람입니다. 조르바의 작가 니코스 카찬차키스는 행복이란 포도주 한 잔, 밤 한 알, 허름한 화덕, 바다 소리 처럼 단순하고 소박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아인슈타인도 인상적인 말을 했습니다. 책상 하나, 의자 하나, 과일 한 접시, 바이올린, 행복해지기 위해서 더 무엇이 필요한가?

 주목할 것이 있습니다. 왜 포도주 한 잔, 밤 한 알, 과일 한 접시, 책상 하나. 하나가 나오는 것일까요. 행복은 결코 많은 것에 있지 않다는 것을 강력하게 암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책 읽기를 좋아한다고 해서, 책을 산더미 같이 쌓아놓은 부자가 행복할까요. 좋아하는 책 한 권을 품에 안고, 여행길에 오르는 가난한 사람이 더 행복할까요. 오늘 지금, 한 가지, 바로 이 곳에 집중하는 사람 보다 더 행복한 인생은 없을 것입니다.

 알랭 드 보통이 도끼로 내려찍듯 이야기 합니다. "부유한 사람은 상인이나 지주가 아니라, 밤에 별 밑에서 강렬한 경이감을 맛보거나 다른 사람의 고통을 해석하고 덜어줄 수 있는 사람이다." 풍요의 원천은 감수성과 감성이라고 박웅현 선생님은 정리합니다. 평범한 것을 평범하게 보지 않는 시야, 일상에서 관찰과 발견이 있는 삶. 그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태도. 이것이야 말로 창조하는 인생의 가장 큰 미덕이 아닐까요.

 블로그에서 게임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했던 만큼, 재밌는 에피소드 2개를 덧붙이면서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마리오를 만들어 낸 미야모토는 어린 시절 동네 뒤에 있는 동산에서 뛰어노는 것이 행복하고 즐거웠다고 합니다. 그 경험을 게임으로 만들어 낸 것이 동산(?)을 뛰고 또 뛰는 슈퍼마리오 시리즈 입니다. 포켓몬의 아버지 사토시는 어린 시절 곤충 채집이 너무 좋았다고 합니다. 이 경험을 발판 삼아서 몬스터를 잡아서 키우는 포켓몬스터가 탄생합니다. 두 게임이 팔아치운 판매량만 해도 합계 3억개가 넘습니다... 누군가가 묻겠지요, 어떻게 하면 제품을 3억개나 팔게끔 만들 수 있나요. 그것도 생활필수품도 아닌, 취미생활 기호품으로 그렇게나 팔 수 있나요. 한 가지 확실한 답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출발은 일상입니다."

 일상을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태도. 사물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발견하는 태도. 담쟁이처럼 절망의 벽 앞에서 말 없이 천천히 벽을 올라가서, 마침내 넘어가는 태도. 이 책은 말짱한 영혼의 무감각한 인간이길 거부하고, 미친 영혼이 되어 감각적인 일상을 살아가는 인간으로 건너오라는 초대장이 아닐까요. / 2012. 01.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