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책

안철수의 착한 성공 리뷰

시북(허지수) 2012. 3. 20. 13:50
 여러가지문제연구소장이신 김정운 교수님은 잘 어울리지 않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 한 바 있습니다. 바로 남자와 행복이라는 것이 연결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남자는 기껏해야 야망이나 성공 같은 개념으로 연결되곤 하지요. 남자라서 행복합니다! 라는 새로운 개념의 자아상이 필요한 시대가 그립습니다. 서론이 조금 특이했습니다. 그런데 성공이라는 것도 어쩐지 착함 이라는 것과는 연결이 잘 되지 않습니다. 성공하려면, 독해야 하거나, 어두워야 한다거나 그런 느낌을 우리는 오래도록 가져왔습니다. 중국에서는 후흑학, 와신상담 같은 사례가 떠오르니, 밝고 착한 사람이 성공한다는 것이 어색했던 것이지요. 그런데 누군가는 착하게 정도를 가고자 노력하면서 성공한 사람이 있습니다. 유명한 안선생님이지요. 책 속으로 어서 들어가 봅시다.

 저자 : 최효찬 / 출판사 : 비전코리아
 출간 : 2011년 10월 25일 / 가격 : 13,800원 / 페이지 : 288쪽

 

  최효찬 작가님은 15가지로 성공의 비법을 나눠서, 차분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주로 안선생님의 발자취와 어록을 토대로 구성하고 있으며, 중간중간 작가님이 덧붙인 살들도 먹기 좋고 탐스럽게 잘 덧붙여져 있습니다. 평소 안철수 교수님에 대해서 관심이 있었던 분들이라면,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도 많이 있기 때문에 2-3일이면 충분히 다 읽을 수 있을 만큼, 술술 내용이 들어온다고 할까요. 구성이나 콘텐츠 모두 잘 짜여있는 느낌입니다. 다만 아무래도 본문의 오리지널리티는 다소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읽는 사람에 따라서는 내용짜집기로도 느껴질 수도 있겠지요. 제 경우 책에서 몇 부분이라도 생각할 거리를 찾는다면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인상적인 대목 위주로 소개합니다.

 어려울 때마다 되새기기 좋은 구절이 있습니다. "소박한 마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깊이 생각하라!" 수학자 히로나카 헤이스케의 말입니다. 학문의 즐거움을 썼던 히로나카의 책은 굉장히 일상적이고 소박하고 수수한 책입니다. 재능보다는 묵묵한 노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2-3배 노력하는 마음가짐을 매우 강조하는 책이지요. 평소 그렇게 단단한 마음을 먹고 부딪히면, 상처받지 않고 계속해서 연구해 나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어떤 일을 마음 먹고, 시작하고 나면, 굉장히 쉽게 부서지곤 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뜻대로 되지 않고, 견디지 못하고, 도망쳐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런 마음이 스멀스멀 피어날 때마다 소박한 마음으로 돌아간다면, 우리는 본질적인 "그 무엇"을 생각할 힘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안 선생님도 그런 소박한 마음을 늘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공지영 작가님의 성공에 대한 정의도 생각해볼 가치가 있습니다. 황금이 신이 되어버린 오늘날의 성공은 흔히들 많은 돈이나 인기로 비유됩니다. 안정적인 수입을 위해서 청춘을 공부(정확히는 출세)에 매달리고, 인기를 위해서라면 자기관리에 심혈을 쏟기도 합니다. 그런데 좋은 직장에 인기남이 되는 순간 성공한 인생이 된 것이라 할 수 있을까요. 만약 그 사람이 일에 보람도 없고,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데다가, 저녁마다 술로 밤을 보내고 있는 것이라면, 그 내면은 오히려 무너져 내리고 있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또래 중에 잘 나가는(?) 친구 중 몇몇이 이렇게 삶을 힘겹게 살아가면서 좋은 차를 끌고 다니는 것을 볼 때 종종 마음이 아픕니다. 서론에 언급했듯이 성공한 남자가 되었지만, 행복한 남자는 아니라는 의미 입니다.

 공 작가님은 차분하게 말합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데 그것을 굉장히 잘하게 됐고 남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사람. 이 사람이 성공이라는 것입니다. 너무나 근사합니다. 그리고 그 주인공이 안철수 같은 인물이지요. 진짜 성공, 위대한 선택을 한 사람입니다. 불량 식품을 팔지 않겠다는 방식, 다시 말해, 해를 끼치는 행동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원칙으로 살아가는 사람. 그 말대로 고스란히 살아가는 안 선생님의 태도에서 존경심이 느껴지는 것입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좋지만, 안 선생님은 더 나아갑니다. "남주기 위해서" 공부를 한다는 것입니다. 돈 보다는 명예를, 명예보다는 마음 편하게 사는 것을 선택하는 사람입니다. 미래 계획은 세우지 않고, 현재를 충실하게 살기 위해서 노력하는 태도. 오늘날의 새로운 교과서적 롤모델이라 생각합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거대한 역할 모델이 되어주고 계시는 영원한 제 마음의 멘토이기도 하고요 ^^ 그런 의미에서 저는 중요한 것은 재능이 아니라, 열정이며,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용기" 라는 것입니다.

 가방끈이 매우 짧았지만, 경영의 신으로 불리던 마쓰시타는 "나는 학문적으로 뒤처지므로 '다른 사람에게 배워서 나를 성장시키겠다'라는 말을 지켜나갔다" 라고 합니다. 그래서 굴지의 회장님이면서도 늘 유능한 사람들에게 적나라하게까지 이야기를 듣는 것을 즐겨했지요. 경영의 지혜는 머리가 좋아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겸손하게 귀를 열 때 열리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기본적인 경영의 핵심도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 관점에서 만들어 보라" 라는 것입니다. 자신감에 매몰되다보면, 너무나 놓치기 쉬운 포인트지요. 오늘날의 아이폰의 성공이나, 세계적으로 1억5천만개를 넘게 팔았다는 닌텐도DS의 성공 등도 섬세한 터치 라는 새롭고 강력한 욕구를 정확하게 파악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생각해 볼 필요도 있습니다. 나의 아이디어의 번뜩임만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과의 소통 속에서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깊이 생각한다면 좋겠지요.

 바둑의 내공 높은 고수들의 특징이 있습니다. 함부로 무리수를 두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위험에 뛰어들지 않는다는 소극적인 것이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다소 느려보이더라도 정확한 길로 다니면서, 불필요한 위험과 낭비를 피하겠다는 매우 적극적인 태도입니다. 그래서 안 선생님도 불필요한 일들은 하지 않습니다. 강연도 잘 거절하기로 소문났습니다. 다만 주어진 환경 속에서 정도의 길을 고민할 뿐이며, 후회로 감정소모를 하지 않고, 묵묵히 주어진 시간을 충실히 채워나가려고 하는 것일 뿐입니다.

 안샘은 책을 읽을 때도 요약본을 읽지 않고, 족보도 의존하지 않고 그렇게 삽니다. 공중 목욕탕을 안 가고, 집에서 씻는 이유가 책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누군가에게 10분이라는 시간은 그렇게 귀중한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런 고통을 받지 않으며, 고민도 할 필요도 없고, 결국 아무것도 얻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 텅 빈 시간이야 말로, 인생에서의 진짜 고통과 후회로 돌아올 뿐이지요. 적어도 저는 내공 높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그렇게 노력이라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이란 허무함으로 채우기에는 너무 아까우니까요!

 오늘의 마무리는 안샘의 카이스트 교수시절 첫 강의를 덧붙이면서 마칩니다. "내가 직업을 가벼이 바꾼 것으로 오해하지 말아달라. 나는 한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끝까지 간 다음 다른 곳으로 옮겼다." 제가 참 좋아하는 축구선수 이영표는 양말에 피가 묻어나올 때까지 드리블 연습을 하곤 했습니다. 이영표도 같은 말을 합니다. 힘드니, 이쯤에서 그만두고, 다른 것을 찾아볼까 라고 마음 먹는 순간, 그 사람은 어딜가도 딱 그 정도 밖에 안 되는 사람으로 남고 만다는 것입니다. 끝까지 몰아붙여서 성과를 이루어 낸다는 것. 그 괴로움을 버티면서 의미 있는 일들을 해나간다는 것. 언제나 그렇듯이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열심히 하는 것" 입니다. 열심히 읽고, 신나게 살아가는 하루가 삶의 기쁨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의 장문 리뷰 이만 마칩니다 ^^ / 2012. 03.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