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책

장사의 신 리뷰

시북(허지수) 2013. 1. 7. 23:20

 어느새 세월이 흘러서 30대 중반을 향해가고 있습니다. 돈 버는 일은 여전히 제게는 쉽지 않은 일이고,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일입니다. 제법 오랜 시간을 저는 서비스업 분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물론 도중에 공부방 교사 같은 봉사활동도 했었지만, 기본적으로 저는 물건을 파는 일을 도와주면서 별로 많지 않은 돈을 벌고 있지요. 처음에는 기초적인 메뉴얼이랄까, 가이드랄까, 그런 기본만 있으면 충분했습니다. 쉽게 말해, 남들만큼만 열심히 하면, 어딜가나 참 예쁨받는 사람이었지요.

 그런데 자신의 입장이 조금이나마 올라가게 되면 문제가 시작됩니다. 직원과 매니저는 조금 어감이 다르고, 아르바이트생과 점장은 조금 어감이 다릅니다. 경험이 들고, 나이가 조금 차면, 자연스럽게 후자 쪽의 일을 맡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데, 저는 너무 리더 역할을 못했지요. 그래서, 장사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읽게 되었습니다. 이야기 출발해 봅니다.

 저자 : 우노 다카시 / 출판사 : 쌤앤파커스
 출간 : 2012년 09월 27일 / 가격 : 14,000원 / 페이지 : 264쪽

 우선 저는 문학적으로 편집증 같은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의심이 많다는 소리지요. 일본 저자가 썼기 때문에 당장 즐겨가는 아마존 일본사이트에 가서 서핑부터 합니다. 물론 평가는 좋은데 잘 알려진 책은 아닙니다. 이런 책을 국내에서 거의 베스트셀러로 만든 것은 출판사가 참 역량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제목도 나름대로 가공해서 잘 뽑았고요 :) 뭐, 그렇다고 해서 제가 장사의 신이 되려고 이 책을 집어든 것은 아닙니다.

 서두에 언급했는데, 저는 30대를 조금 넘어가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좋은 점이 하나 생깁니다. 바로 자신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못하는지, 경험을 통해서 조금씩 알아가는 것이지요. 내향성이 깊고, 조심성이 많으며, 언제나 용기부족과 걱정부터 하는 스스로의 단점을 잘 알고 있으며, 반대로 그나마 글은 편안하게 써내려가고,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장점도 인지합니다.

 문제는 저같은 사람이 과연 매니저, 점장으로서 잘 할 수 있는가? 또한 장사의 신과 같은 영역에 이를 수 있는가? 하는 오래된 고민에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이 책은 나름대로 매우 명쾌하게 결론을 내려줍니다. 우노 다카시 저자 특유의 성공사례를 직구로 던져주는게 매력이지요. 사실, 사람은 모든 분야를 잘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생각을 바꾸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좀 더 고민하고, 치열해져라고 강조합니다.

 저는 칼질 정말 못하는 편이라 과일도 예쁘게 못깎는데, 저자도 마찬가지 였나 봅니다. 그래도 나름대로 술집 주인인데 -_-; 회를 예쁘게 못 썰어서 끙끙대는 모습이 나옵니다. 그래서 그의 결론은 이거였지요. 메뉴판에 새로 써붙이기를 - "대충 썰어도 정말 맛있는 회" 그리고 놀랍게도 이 작은 발상의 전환이 가게의 인기메뉴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 입니다.

 끊임없이 접객 (손님맞이) 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매일 똑같은 메뉴얼대로의 표준응대는 작은 가게의 무기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작은 가게의 필살기는 "사람의 체온"이라고 말합니다. 체온이 느껴지는 응대라는 것은, 결국 손님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합니다. 오늘 저 손님에게 무슨 말을 걸까, 저 손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이 부분에서 우리는 살짝 능글맞을 필요가 있습니다. 조금 뻔뻔해져야 한다는 이야기지요. 왜냐고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으면, 그 손님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반복 되면 당연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특히 단골 손님에게 잘해야 하는 것은 백번은 강조해도 틀림없는 진실입니다. 접객은 제가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게 하나 있습니다. 아무리 못하는 사람도, 자꾸 손님을 응대하다보면 좀 더 밝게, 인사성이 늘어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지요. 중요한 것은 이런 의미에서 재능 보다는 노력과 의지에 가깝지요.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오히려 지나치리 만큼 단순하다고 생각합니다. "생각하고 노력하라" 입니다. 지름길을 찾아볼 시간이 있으면, 그 시간에 현장에 나가고, 또 다른 인상적인 가게를 찾아보고, 그 속에서 계속해서 고민해서 발전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바로 즉시 실행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머리를 쥐어짜내서라도 말이지요.

 여담으로, 은사님은 자주 하는 단골 멘트가 있습니다. 머리가 아파올 때라도 공부를 계속해야 실력이 는다고 말합니다. 머리가 아플 때는 어쩌면 뇌에 주름이 잡히고 있어서, 이 때 포기하면 발전을 크게 하기 힘들다고 말합니다. 경영도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머리 아픈 일들이 있을 때, 그것을 어떻게든 고민해서 이겨내면, 그와 비슷한 일이 내년에 또 생겨도 이번에는 한결 능숙하고 편안하게 대처할 힘이 생깁니다. 놀랍지요. 그만큼 스스로가 발전하고 강인해진 것입니다.

 이 책은 단순히 장사를 이야기 하고 있는 책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깊이 생각하고 머리를 쥐어짜는 힘", "그리고 그것을 망설이지 말고 실행하고", "설령 실패할지라도 또 재시도하는 것" 인생에서의 가장 중요한 3가지를 말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아마존 댓글에 이런 재밌는 코멘트 있으니 소개합니다. - (우노 다카시 같은) 이런 사람은 무엇을 해도 성공할 것이다. -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마음 먹고 대충 후다다다다닥 쓰니 상당히 재밌는 리뷰가, 채 30분도 안 걸린다니 조금 충격이네요. 앞으로 막 썰어도 맛있는 글이 되면 좋겠다고 상상해봅니다. 오늘의 리뷰는 여기까지. / 2013. 01.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