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책

마우스드라이버 크로니클 리뷰

시북(허지수) 2013. 1. 10. 00:00

 가끔은 신께 감사할 일이 있습니다. 수 많은 책들 중에서 좋은 책, 특별한 책을 만났을 때의, 그 커다란 기쁨 앞에서 저는 늘 이 우연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생각해 보세요. 책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지요. 그 엄청나게 많은 책 중에서 어떤 책은 인생을 뒤흔들만한 충격을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글의 힘이지요. 저는 이 책을 만나고서, 가치관 수정까지 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강력추천! 이랄까요.

 이야기 자체는 거창한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워튼스쿨 MBA 출신의 젊고 영리한 두 명의 청년이, 골프채 끝 모양의 마우스를 한 번 만들어 보겠다고 도전한 내용이고, 그것이 이야기 형식으로 고스란히 담겨 있을 뿐입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이겁니다. 그 이야기가 전혀 과장되어 있지 않고, 적나라 하게 담겨 있다는 것입니다. 청년 세대의 말로 번역하자면 "젠장, 우리 망했네. 이제 어떻게 하지." 라는 이런 언어의 감촉까지 느낄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럼 그들의 도전 이야기 속으로 출발해 볼까요.

 저자 : 존 러스크, 카일 해리슨 / 출판사 : 럭스미디어
 출간 : 2012년 07월 26일 / 가격 : 16,000원 / 페이지 : 376쪽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끔씩 상상을 합니다. 그리고는 실천은 하지 못합니다. 가령 이런 식이지요. "아, 이런 게 있었으면 멋질텐데!" 라고 말이지요. 절친한 친구 녀석은 아이디어로는 큰 부자가 될 듯이 말하지만, 전혀 실행되는 것이 없는 녀석이 있습니다. 아, 그런 바보 같은 친구가 대체 누구냐고요? 네, 저 입니다. 하하. 그리고 우리 모두가 상상만 하고, 제대로 실천을 하지 않습니다. 여기 이 두 사람 빼고요. 존 러스크, 카일 해리슨 입니다.

 처음 이들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던 것은 그들의 미친 선택 때문이었습니다. MBA 졸업 후, 초고소득의 멀쩡한 금융계의 직장을 놔두고, 고작(!) 마우스를 개발해서 판매해 보고 싶다고, 그 상상력을 실행하고자 몸을 던져 버립니다. 그렇게 돈을 모으고 모아서 출발한 사업, 어땠을까요? 당연히 우리 모두가 생각하는 그대로 입니다. "젠장, 우리 망했어!"

 미국은 물건을 생산하기가 비쌉니다. 따라서 실질적 생산은 아시아의 나라가 담당하게 되지요. 주로 메이드인차이나 처럼 말이에요. 지금 스피커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는데, 이 스피커 뒤에 적혀 있습니다. 차이나제, 제가 참 좋아하는 로지텍 마우스 뒤에도 적혀 있습니다. 중국산. 자, 그럼 이 친구들의 선택도 당연하겠지요. 아시아 홍콩에 주문 생산을 맡깁니다. 마침내 골프채 모양으로, 잘 도착한 마우스 시제품들. 그런데, 그것들은 부실했고, 생각과는 달랐으며, 그들에게 무거운 감정을 선물(?)해 줍니다. "좌절감, 실망감"

 당장 미국에서 홍콩으로 날아가서 직접 지휘를 하고 싶겠지요. 하지만 이 청년들에게는 갈 수 있는 시간과 돈이 없습니다. 그들은 집요하다 싶을 정도로 제품의 정밀검사를 요청하고, 전화로 재평가를 독촉하고, 한 마디로 좀 더 제대로 만들어 달라고 압력을 넣습니다. 시장에 내놓는 제품인데, 완벽한 제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 이런 허접한 마우스로는 안 통한다는 생각. 여기까지는 당연히 우리가 그나마 쉽게 그려질 수 있는 부분 아니겠어요. 제가 매우 큰 충격을 받은 대목은 이 지점입니다. 여기서 이들의 선택 말입니다.

 높은 기대치에는 도무지 성에 차지 않았지만, 어떻게든 이 제품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고, 또 튼튼해 진다면, 이것을 곧바로 출시하기로 결단한 것입니다. 완벽한 제품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일단 상품을 출시하고 배우겠다는 자세로 마음가짐을 다잡습니다. 그리고 이 결단이 사업 초창기에 있었던 최고의 결정 가운데 하나였다고 훗날 회고하게 됩니다. 요약하면 이겁니다. "만족스러운 것이 완벽한 것보다 낫다" 그리고 제품이 완벽하지는 않았기에, 그들은 값진 피드백을 고객, 소매상, 도매상, 동기, 친구 그리고 가족에게서 얻을 수 있었지요.

 이 대목에서 저는 그야말로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뜨거워지고, 심장이 터지는 듯한 영감을 얻었습니다. 얼마나 부끄럽던지요. 저의 경우 - 끝없이 스스로의 재능을 의심했습니다. 게다가 완벽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소심한 스스로의 모습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얼마나 부끄럽던지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 한 가지가 있다면, 저는 이것이라고 감히 말하겠습니다. "용기를 가지고 못난 재능이라도 세상 앞에 내어놓고, 끝없이 시도하고, 피드백 받고, 상처 받으면서, 형편 없는 스스로를 계속해서 갈고 닦아 나가는 것" 이것이라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돌직구 스타일로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마우스계의 절대강자 로지텍 마우스에 비한다면, 마우스드라이버 라는 이 골프채 모양의 희한한 마우스가 팔릴 것 같습니까. 한국에서는 대부분 듣도 보도 못한 마우스 일 겁니다. 자, 다시 말해보겠습니다. 세상에는 재능 있고 잘 나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에 비한다면, 우리의 초라한 모습은 승부가 될 것 같습니까. 비교해 보면 볼수록 참 볼품 없어 보이는 것이 일반 사람의 재능 아닙니까. 이 때 그들의 결단은 이렇습니다. "일단 출시한다 (=바꿔 말해 일단 도전한다)" 그리고 그들은 곧 만나게 될 것입니다. "어둠, 어둠, 어둠, 어둠"

 두 번째 강렬한 영감은 이것입니다. 계획에 충실해야 하며, 최종 결정은 그 누구도 아닌 우리 자신이 내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생은 한 번 뿐이라는 것을 누구나가 압니다. 독점권을 함부로 넘겨주면 큰일나듯이, 귀중한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남이 시키는 일만 하다가 보낼 것입니까. 당연히 우리는 노예로 살고자 태어난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가슴이 시키는 일, 자신의 가슴이 시키는 결정을 따르고, 그 결과가 성공이든 실패든 우리는 거기에 책임을 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자는 튕기는 맛이 있어야 하는둥 남의 말만 듣고 따라하다가 결국 연애 한 번 제대로 못하는 인생이라면, 그 얼마나 안타까운 일입니까. 아무리 사랑해도 아쉬움이 남는 것이 인생인데 말이에요." 곽금주 선생님의 이 이야기 너무 멋있어서 생각난 김에 바로 덧붙여 봤습니다. 그래요. 실수해도 좋으니, 완벽하지 않아도 좋으니, 대신에 뜨겁게 도전하는 그 기업가 정신만은 필요합니다. 미인은 용기 있는 자의 연인이라는 옛말, 이 경구는 꽤 새겨들을만 하네요. 하하.

 계속 쓰다보면 한없이 길어질테니, 글은 이쯤에서 마치고, 결론적으로 이 두 사람은 역경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수익을 창출했으며, 백만장자는 되지 못했지만 창업의 어려움을 몸소 겪었다는 커다란 경험을 얻게 되었지요. 이들의 마지막 값진 조언에도 귀를 기울여 봅시다. "우리는 가장 큰 시장을 위해 마우스드라이버를 만들었다. 오른손잡이를 위해서 말이다. 다른 사용자들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았다. 나를 포함해서 말이다. 나는 왼손잡이다."

 이 이야기가 대체 뭐냐고요? 저는 이렇게 해석합니다. 우리는 중요한 것에 집중하고, 그 계획을 위해서 맹렬하게 한걸음씩 전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길로 벗어나거나, 다른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 입니다. 만약 자신이 그림그리기가 너무 좋고, 여기에 재능이 있다고 합시다. (저는 그림을 정말 못 그립니다!) 그런 사람이 나는 왜 노래를 이리도 못 부를까 하고 고민에 휩싸여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면 그 얼마나 안타까운 일입니까. 그런데 어쩌면 우리가 이렇게 인생을 낭비하고 있지 않는가, 한 번 되물어 봅시다. 가지지 못한 것을 욕망하고 쳐다보느라, 꿈을 향해서 걷는 방법 조차 잊어버렸다면 그 얼마나 가슴이 찢어지도록 아픈 일입니까.

 자, 여기까지 저만의 조금은 독특한 독법으로 모처럼 장문 리뷰를 써봤습니다. 서두에 저는 이 책을 읽고 난 뒤, 가치관이 변했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자주 저의 형편없는 재능을 탓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저는 저의 형편없는 용기를 탓합니다. 저는 자주 지금은 때가 아니니 못쓰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저는 부족하고 형편없더라도 일단 쓰고보자고 말합니다.

 블로그 문을 연지 5년이 넘었고, 방문자는 대략 120만명 정도 다녀갔습니다. 이 정도면 사실 완벽한 건 아니지만, 꽤나 만족스러운 결과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바빠서 못쓰니 죄송합니다 라는 말은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 대신 일단 이것저것 아무거나 허접하든 말든간에 상관하지 않고, 계속 써내려 가려고 합니다. 책 서문에도 나와있지만 쑨원의 대사가 있습니다. "황허가 맑아질 때까지 기다리겠는가. 나는 행동가이다." 저의 재능이 투명하고 맑아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겠습니다. 저는 인생을 좀 더 치열하게 살아갈 것입니다. 저의 새해 다짐은 오직 이것이 전부입니다. 좋은 책을 만나게 해준 신의 축복에 감사하며. / 2013. 01.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