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날에 보기 좋은 영화로는 건축학개론이 있겠지요.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을 생각하면 항상 봄부터 시작됩니다. 봄날의 햇살은 새출발을 할 수 있는 힘과 위로를 주는 듯 합니다. 건축학개론은 새출발과 첫사랑에 관한 묘사 입니다. 아름답고 설레였던 추억, 손잡고 거리를 걸었던 소박하고 벅찬 행복, 나중에 회상하게 되면, 꼭 "추억 보정"이 들어가서 더 좋아보이는 그 시절. 스무살 풋풋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수지와 이제훈을 생각하면서 보겠지요. 아쉽지만 저는 이미 한가인과 동갑인 나이. 어쩐지 한가인과 엄태웅의 시선으로 영화를 보게 됩니다. 그렇게 볼 때, 30대 중반의 승민의 피곤한 인생이 가장 먼저 들어옵니다. 위에서 까라면 까야하고, 업무가 많아지면, 욕먹기 전에 밤새워서라도 끝마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