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책

도대체, 사랑 리뷰

시북(허지수) 2013. 1. 13. 22:48

 오늘은 조금 재밌게도, 에필로그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면 좋겠네요. 에필로그에서 곽금주 선생님은 아주 매력적인 말씀을 하셨습니다. "(심리학이라는)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 보겠다는 참으로 교만한 학문을 파기 시작해 오랫동안 공부해오면서도, 아직은 잘 모르겠다." 사람이 발전하고자 한다면, 자신의 부족한 모습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합니다. 언제나 당당하면서도, 겸손한 태도를 잃지 않는 이 자신감은 너무 매력적이네요.

 

 어쩌면 사람이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매력적이고,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사랑스러운 존재임에 틀림 없습니다. 참 좋은 책을 읽고 있어서, 기뻤습니다.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서 많이 배울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정답이다 라고 함부로 말하지 않아서, 너무 좋았습니다. 그럼 도대체, 사랑이 무엇인지 책의 내용과 함께 리뷰를 시작해 봅시다. 평화로운 일요일 저녁, 오늘이 바로 글쓰기에 가장 충만할 날일테니까요. 하하~

 

 저자 : 곽금주 / 출판사 : 쌤앤파커스

 출간 : 2012년 02월 08일 / 가격 : 14,000원 / 페이지 : 320쪽

 

 

 뜸들이지 않고, 바로 핵심적인 고민부터 출발해 봅시다. 대체 연애란 무엇일까요? 여러가지 말로 정의내릴 수 있겠지요. 쉽게는 보기만 해도 좋은 그야말로 솜털같이 가벼운 기쁨에서부터, 어렵게는 내 삶의 전부, 생의 목적이 라고 매우 무겁게 표현하기도 하니까요. 곽금주 선생님은 아주 멋진 해석을 내어놓습니다. "상대를 통해 알던 세계를 확인하는 게 아니라 이제까지 몰랐던 새로운 세계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 말씀은 새로운 세계를 열어젖히는 환상의 문이라는 이야기로 들렸습니다. 약간 확장을 한다면, 이것은 인간관계 전반에도 적용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혼자만의 창으로 세상을 볼 때가 많습니다. 이 때,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 사랑의 시선, 먼 곳을 응시할 수 있는 탁월한 조언이 있다면, 그야말로 우리는 거인의 어깨 위에 서서 더 많은 것을 깨닫고 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만남이란 위대한 것이고, 인연이란 그렇게나 소중한 것입니다.

 

 현실적인 조언도 매우 유익합니다. 단점 대신에 장점을 보라는 것이지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상상력까지 동원해서라도 그 사람의 좋은 점을 생각하고자 노력하라" 입니다. 한 마디로 "사랑하기 위한 노력"을 강조하는 부분이 굉장히 놀라웠습니다. 제 주변을 둘러보자면, 경험적으로 보통 연애를 못하는 사람은 둘 중에 하나지요. (대부분) 눈이 너무 높거나, 또는 (자신감 결여로) 스스로를 자꾸 동굴 속에 숨기려거나. 사랑으로 가기 위한 출발점은 그 사람의 장점을 먼저 보는 것. 체크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무엇보다 제 마음에 크게 와닿았던 것은 "사랑은 주고 받는 것이며, 우리는 상대방의 사랑에 대하여 고마움을 느껴야 한다" 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존재에 대해서 결코 고마워 하는 법이 없다면, 그 사람은 나쁜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이며, 그 관계는 성숙한 사랑으로 진입할 수 없는 셈이지요. 상대방이 "따뜻한 호의에 대해서" 고마움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일 때, 우리는 무한의 애정을 주고, 또 무한의 애정을 받게 됩니다. 그리하여, (정혜윤 선생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랑은 1+1=2 가 아니라, 1+1=3 이 되는 놀라움이 시작되는 것이지요. 네, 새로운 세계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것입니다.

 

 두 사람이 함께 있으면 더욱 멀리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욱 커다란 일을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사랑은 정말 놀랍습니다. 일반적인 생각과 다르게도, 곽금주 선생님은 결국 기혼자가 더 많은 일을 잘 해낼 것이라고 말합니다. 누군가가 든든하게 곁에 있다는 것은, 사람이 한없이 흔들리지 않도록 잡아주며, 지쳐 있을 때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로가 되어준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이것이 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남녀사이의 사랑이 아니어도 이것은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많은 딸바보 아빠들은 딸의 힘내라는 작은 응원 한 마디로도, 하루, 일주일, 아니 일년을 버티곤 합니다. 결국, 인간은 혼자서 강인하게 살아가기는 힘든, 어쩌면 참 가련하고 약한 존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 좋은 말만 써서, 무슨 판타지 로맨스 소설 같습니까. 물론 현실의 그녀, 혹은 그는 알고보니 점점 실망감이 커져서 감당하기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도대체 내 반쪽은 어느 별에 있는지 궁금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기대를 걸고, 실망을 하게 된다면, 그 원인이 상대방이 아닌 자신에게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은 놀랍도록 예리합니다. 즉 나의 판타지를 상대방에게 그대로 덮어씌운 후에, 상대방이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자, 짜증만 내는 셈입니다. 그리고, 이게 사실 싸움의 수 많은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인정할 필요가 있겠지요. 당신은 왕자님, 공주님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인간이라서, 그래서 우리 모두가 결점이 많다는 것을요.

 

 여기까지 오면, 사랑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있는 그대로의 사랑" 이라는 매우 소박한 결론에 도착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의 모습부터 돌아볼 것" 이라는 아주 귀중한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솔직히 우리는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서 엄청나게 많이 신경을 쓰는 세상에 살고 있잖아요. 남자는 잘 나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아등바등, 여자도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아등바등. 서로에게 어필하고자 그렇게나 노력하고 있잖아요.

 

 물론, 이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가식적으로 무리하게 가면을 쓸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 입니다. 그저, 자신을 자주 돌아보면서, "자신이 봐도 이건 아니다 싶은 습관들을 조금씩 덜어내기만 해도," 우리는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사람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상대방이 싫어하는 짓을 하지 않는 것. 이것만으로도 사람은 더욱 근사해질 수 있고, 멋있어지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여담으로, 그런 의미에서 저는 참 철이 없는 사람이었네요. (웃음)

 

 오늘의 마무리는 저로서는 어쩐지 반성적 시선이 됩니다. 세상에는 살아가는 사람의 수 만큼, 그렇게나 다양한 모습의 사랑이 있겠지요. 우리는 이 사랑을 핑계로, 그 사람을 할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그 사람의 단점부터 먼저 살피고 있는건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함께 노력해 나가지 않는다면, 그 관계는 행복으로 나아가기 어려운게 맞다고 확신합니다. 결국 조심스러운 정답은 역시 이것일 뿐이네요. "더 많이 인내하고, 더 많이 배우며, 그리고 더 많이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은 선생님의 말씀처럼 참 많습니다.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조금도 희생하지도 않으면서, 아무것도 주려고 하지도 않으면서, 언젠가 내가 바라던 이상형, 나의 반쪽이 나타나서 나를 구원해 줄 것이라는 그 판타지를 당장 집어치우게 만드는 책이라 하겠습니다. 도대체 사랑, 어떻게 해야합니까. 스스로를 살피고, 못난 점을 덜어내고자 노력하며, 상대방의 좋은 점을 바라보며, 그 사람을 고맙게 생각하는 따뜻한 시선. 여기에 결국 삶의 근사한 행복이 담겨 있지 않을까. 싶네요. 오늘 리뷰는 여기까지. / 2013. 01.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