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시작부터 조금 도전적이고, 발칙한 글쓰기를 해보면 좋을 것 같네요. 가령 이렇습니다. 포기란 정말 나쁜거 아닌가요? 불가능 따위는 사전에서 지우고 저돌적으로 사는게 멋있지 않나요?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는거 아니에요? 이 책은 참 매력적이고, 진솔하게 쓰여져 있습니다. 문요한 선생님의 조언은 차갑게 느껴질만큼 예리합니다. 인생이란, 때로는 포기해야 합니다. 때로는 불가능한 것도 있음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노력한다고 세상 모든 일이 내 뜻대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지요.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라는 명저로 유명한 작가 짐 콜린스의 말을 몇 번이나 곱씹어 보면 정말 좋겠습니다. - 결국에는 성공하리라는 믿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 동시에 눈앞에 닥친 현실 속의 가장 냉혹한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 이것은 비단 기업에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 입니다. 출발은 현실을 직시하는 것에서부터 입니다. 현실에 발을 굳건히 딛고서, 우리는 꿈을 향해서 걸어가야 합니다. 그럼 좀 더 솔직한 이야기로 들어가 봅시다.
저자 : 문요한 / 출판사 : 북하우스
출간 : 2012년 04월 03일 / 가격 : 15,000원 / 페이지 : 296쪽
저는 20대 시절에 이른바 자기계발서들을 상당히 좋아했었습니다. 친구와 함께 생생히 상상하면 곧 현실이 된다는 이야기를 믿고, 밤마다 나만의 연습무대를 만들어 놓고서, 가장 좋은 시나리오를 그려보면서 잠이 들곤 했었습니다. 달콤한 이야기지요. 정말로 그렇게 믿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노력을 계속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피가 끓어오르는 청춘이란, 어쩌면 그래서 아름다운 것인지도요 :)
그렇게 시도했던 많은 것들이, 생각했던 결과대로 따라오지 못했습니다. 좀 더 적나라하게 쓰는게 좋겠지요. 최고로 근사한 인터넷 공동체를 만들어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뜻 깊은 일들을 멋있게 해나가겠다는 꿈은, 냉혹한 현실 앞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삶을 살아야 했고, 점점 발길은 뜸해져서, 끝내 사이트 통합이라는 결단 앞에 서야만 했었습니다. 여러 번 시도했던, 시험에서는 번번이 떨어지기 일쑤였습니다. 강풀 작가님은 만화가가 되고 싶어서 약 400통의 이력서를 보냈다고 했는데, 그에 비하면 일단 저는 새발의 피에 불과합니다. 후후.
자, 이렇게 꿈꾸던 것이 무산되고, 현실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냉정하게 바라볼 때, 비로소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 지, 또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알게 되는 것입니다. 강풀 작가님은 그래서 인터넷으로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으며, 저는 비로소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조금씩 조금씩 해나가고 있습니다. 그래요, 오래도록 제 블로그 우상단에 써 놓은 헬렌 켈러의 코멘트는 제 가치관이 바뀌었음을 말해주는 상징적인 이야기지요. 결국 안 되는 문을 계속 바라만 보고 있을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때로는 포기가 필요하고, 새롭게 열려 있는 문을 향해서, 다시 걸어가야 한다는 것이지요.
물론, 노력하는 모습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방향성 역시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문요한 선생님은 아주 인상적인 비유를 듭니다. 마굿간의 말을 사랑하는 아이가 나옵니다. 어느날 말이 아파요. 그래서 아이는 자기 딴에는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 (아이는 똑똑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사람에게 했던 것처럼 시원한 물을 줄 생각을 하지!) 시원한 물을 말에게 먹입니다. 시간이 흘러서, 어떻게 되었을까요? 말은 더 아픈 상황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아픈 말에게 냉수는 정작 독이었던 것이지요. 우리의 노력이 이런 결과를 낳는다면 그 얼마나 안타까운 일입니까.
그래서 마냥 노력하는 것 보다는, 제대로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힘주어 강조합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그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찾아서 줘야지, 내 기준에서 그 상황을 쉽게 판단해서 이것 저것 힘을 쏟는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정말이지, 매우 교훈적이고, 생각을 많이 하게 해주는 대목입니다. 또한, 오래 알고 지낸다고 해서 그 사람에 대해서 깊이 있게 알기는 힘들다고 말합니다.
흔히 말하는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읖는다는 식의 이야기는 적어도 인간관계에서는 해당하지 않는 것이지요. 오히려 오래 알고 지냈으니 그 사람을 잘 안다는 착각 속에 빠져서, 더욱 함부로 대하기 쉽다는 것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평소 다양하고 폭넓은 인간관계보다는, 몇몇의 가까운 지인들과 더불어 오랜기간 교류하면서 지내는 것을 인생의 큰 낙이자, 축복으로 알고 있던 저에게는 꽤나 충격적이고, 패닉상태에 빠지는 이야기 였습니다. "나도 너를 잘 모르고, 너도 나를 잘 모르니, 우리 앞으로도 계속해서 노력하자" 이것이 참 중요한 대목이라 하겠습니다.
결론은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있을 때, 그것을 받아들이고, 내가 개선할 수 있는 쪽으로 생각을 전환하는 것입니다. 나에게 부족한 모습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런 모습을 잘 보듬어 가면서 스스로를 사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간관계에서 갈등을 겪을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또한 가까운 사이일수록 의도 하지 않게 상처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조금 더 세심하게 상대를 배려하고자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오히려 아무 문제 없다면서 현실을 외면하면서 덮어두기만 할 때, 그것이 응어리가 되어 심신을 괴롭게 한다는 말씀은 몇 번이고 새겨들을만 합니다.
글을 마치며, 문요한 선생님의 말씀처럼 어쩌면 세상은 불공평한 게 맞겠지요. 재능은 다 다르고, 또 누구는 키가 크고, 잘생기거나, 예쁘기도 하고, 게다가 끔찍한 빈부격차 등등. 저만해도 몸이 생각만큼 건강하지 못해서, 속상했던 시간들이 참 많았습니다. 먹었다 하면 자주 체하고... 하지만, 이제는 조금씩 그런 모습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고자 합니다. 아무렴 어떻습니까. 궂은 일을 만나면, 그것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도 분명 있을 터이고, 좋은 일을 만나면, 또 그 시간을 만끽하면 되는 것이겠지요. 중요한 것은 어쩐지 불편한 일상 속에서도 경험하게 되는 행복이 정말로 참된 행복이라는 것. 아무런 노력없이, 얻어지는 즐거움이란, 단순히 쾌락에 불과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평생의 겸허함으로 삼아도 좋으리라 생각됩니다. 오늘의 리뷰는 여기까지. / 2013. 01.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