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인디아나 존스 3 (Indiana Jones And The Last Crusade, 1989) 리뷰

시북(허지수) 2013. 2. 3. 22:43

 멋진 영화의 엔딩을 보면서 감탄한 나머지, 저절로 "스필버그 감독은 역시 대단하구만" 라는 혼잣말이 나옵니다. 액션 영화지만, 어른이 봐도 충분히 재밌을 내용이 가득합니다. 나치를 경멸적으로 그리고 있는 내용과, 나치 안에서도 저마다의 욕망이 있음을 표현하는 연출은 정말이지 거장의 면모를 잘 보여줍니다. 쉽게 본다면, 단순히 선과 악의 대립구도로만 볼 수 있음에도,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은 눈과 귀가 즐거운 액션 영화 치고는 대단히 잘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게다가 80년대 작품이라니, 낡은 티가 전혀 나지 않아서 깜짝 놀랐네요.

 

 흥행도 대단히 성공적입니다 4천8백만 달러의 제작비는 세계적 흥행에 힘입어서, 10배에 달하는 돈을 벌었으니까요. 한 마디로 작품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거머쥐었던 손꼽히는 명작이지요. 물론 역사고증을 엄밀히 하거나 하는 작품은 아닙니다, 엔터테인먼트가 우선되었고, 여러가지 상상력이 동원되었지요. 전차만 해도 독일제가 아니고 터키에서 구해 찍었다고 합니다 (...) 뭐, 사실 이런 건 제 리뷰에서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고, 사실은 서론을 때우는 정도 (웃음) 여하튼, 재밌는 생각꺼리를 찾아보는 리뷰로 쓰는 것이니까요. 어서 영화 이야기로 출발해봅니다.

 

 

 인디아나 존스는 여러 편이 제작되었고, 2008년에도 신작이 나올 정도로 인기가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3탄 최후의 성전을 재밌다고 평가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그 이유를 액션 외에도 이 영화에는 다양한 것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인공 해리슨 포드 (인디아나 존스 역) 외에도 다양한 인물들이 저마다의 개성으로 말을 걸고 있기 때문이지요. 인디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 아버지와의 갈등, 그리고 결정적인 선택의 문제까지 좋은 주제들이 깔끔하게 담겨 있는 것이 이 영화의 숨은 미덕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부터의 내용은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주의하세요!

 

 인디의 어린 시절부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어린 시절은 많은 것이 담겨 있지요. 뱀이 싫은 이유, 채찍을 사용하는 이유, 턱에 상처가 있는 이유, 모자를 쓰는 이유까지. 무엇보다 세상의 부조리함을 재밌게 묘사한 장면이 근사합니다. 나름대로 의미 있고 좋은 일을 한다고 열의를 내보는데, 아버지는 바쁘고, 사회에서는 통하지도 않고, 말하자면 조금은 불우한 어린 시절이랄까요 (...)

 

 이후 영화는 미스테리를 파헤치고자, 숨가쁘게 달려갑니다. 핵심 키워드는 성배를 찾아라! 입니다. 보물 찾기는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여기서 두 가지의 키워드가 떠오릅니다. 하나는 유머 코드입니다. 곳곳에 은근히 관객을 즐겁게 해주는 유머가 가득합니다. 이러한 유머 덕분에 총격전이 나오고, 사람이 죽고, 나치가 나와도, 영화는 밝은 풍으로 꾸준히 전개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둘째로 아버지와의 말없는 소통입니다. 서로를 만나도 무슨 대화를 해야할지 모르지만, 부전자전이라고 또 서로 잘 맞춰가면서 일처리를 해나갑니다. 더욱이 인상적인 것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인디가 아버지의 뜻을 존중하고 따른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하기가 실제로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특히 인디처럼 혼자서 이것저것 다 해내는 영웅 같은 인물이, 정작 아버지의 뜻을 따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해석이 자유라면, 저는 여기에다가 "사랑"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싶습니다. 미워도 아버지, 싫어도 아버지라는 건, 역시 사랑이 아닐까 합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 영화에 그야말로 딱 들어맞는 것 같네요.

 

 한 가지 더 이 영화는 독특하게도 주인공 일행들이 "당하는" 입장에 처할 때가 많습니다. 시원스럽게 해결되는 것보다는 일이 꼬이는 장면이 상당히 많습니다. 영화 도입부에 나오는 꼬마 인디가 말을 멋지게 타지 못했던 장면은 어쩌면 상징적이라 하겠지요. 힘을 합쳐 밧줄을 풀어야 하는 장면이나, 서로 도와가면서 비행기를 조종하는 장면에서, 난데없이 빵 터지는 유머들은 거의 개그콘서트급입니다. 계속해서 일은 엉망이 되고, 도망치고, 당하고 하는 장면들. 그럼에도 주인공은 결국 이겨낸다는 것, 이 단순하고 선명한 설정이 이 영화의 쉴새 없는 재미를 유지시켜준다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나치에 빠진 사람들이 저마다의 욕망을 위해서 조직을 이용하는 것도 어쩌면 현대사회를 폭로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오늘날 심심할 때마다 터지는 사건뉴스를 통해, 자신의 조직을 자신의 욕망충족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장면을 봅니다. 공금 횡령은 물론이고, 물쓰듯이 조직을 낭비하지요. 가끔 요즘 사람들이 공공적인 것을 터는 것을 당연시 하는건가 하는 심각한 의문까지 생길 정도입니다. 물론 아니라고 믿습니다. 여전히 공공적인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들은 많이 있을테니까요. 나치 사람들이 아무 거리낌 없이 책을 태우는 장면은, 결국 사람들의 사고가 정지했음을 암시하는 듯 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하는 능력을 상실해 버리면,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은 잘못을 저지르게 됩니다. 그것이 잘못이라는 것도 모른 채로 말이지요. 이것만큼 무서운 일도 잘 없습니다.

 

 길어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중요한 대목이 있다면, 영화 마지막의 미로풀기와 선택 장면이지요. 황금에 눈멀지 말라는 흔해빠진 경고는 무엇을 말해주는걸까요. 저는 단언컨대 이거라고 생각합니다. 귀중한 것은 소박한 것에 담겨 있다는 것이지요. 성스러운 것도 역시 일상 속에 깃들어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우석훈 선생님이 삼시 세끼 밥먹고 사는 것만으로도 괜찮다고 말하는 그 일상성이 너무 좋습니다. 황금 없이도 우리 모두는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것도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독이 든 성배를 잡지 않는 그 용기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행복이라는 것, 서른이 훌쩍 넘고난 뒤에서야 조금은 깨닫고 있습니다. 즉, 많은 경우 인간을 망치는 것은 욕망에 눈이 멀어서 라는 것이지요.

 

 대충 후다닥 쓰다보니 벌써 장문이 되었네요, 이제 충분히 할 말은 했고, 마칠 시간입니다 (웃음) 삶이 너무 지쳐 있다보니, 최근 영화 보는 즐거움에 빠져 있습니다. 환경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매일 저녁 영화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으니, 확실히 좀 더 자주 영화를 보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다음 세대를 위해서 좀 더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고자 고민하고 조금이라도 노력해 나간다면, 확실히 우리 다음 세대들은 조금은 더 밝은 세상에서 살 수 있겠지요.

 

 나이가 들어서 영화를 보면, 어릴 때와 다른 장면들이 보입니다. 대표적으로 시선이 어쩐지 아버지 역할의 헨리에게 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지요. 이 글의 마무리에 난데없이(?) 다음 세대 이야기를 적은 것도 그렇습니다. 40년간의 노력을 아들인 인디에게 보냈던 헨리처럼... 어쩌면 우리도 우리의 인생을 어느 순간부터는 다음 세대의 사람들을 위해서 노력하는게 필요하다고, 그런 생각이 간절히 들었던, 분명 오락영화인 인디아나 존스 였습니다. 이런이런, 저는 사회적인 영화를 본게 아닌데 말이지요. 어쨌든 오늘 2월 첫 글은 여기에서 마칩니다!

 

 자신이 그토록 추구하던 것이 혹여 틀렸더라면, 아들에게 그 길은 아니라고 말해주는 용기. 이 장면 앞으로도 오랜기간 제 마음에서 하나의 중요한 테마로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 2013. 02.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