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Minority Report, 2002) 리뷰

시북(허지수) 2013. 2. 17. 21:14

 스티븐 스필버그는 뭐 거장 감독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저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특히나 좋아합니다. 미래세계를 다루고 있는 미스터리 영화로서, 인간과 사회에 대하여, 권력과 조작에 관하여, 정말 놀라우리만큼 날카로운 시선으로 이야기가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대사부터 소개하며, 오늘 리뷰의 막을 열어볼까요.

 

 "그 중에 가장 재능 있는 아이가, 마이너리티 리포트 (소수 의견) 을 말할 것이다" 역사에서 배워보는 소수 의견은 무엇이 있을까요. 저 유명한 그래도 지구는 돈다 라는 이야기 외에도 몇 가지 더 있습니다. 예컨대 루소는 이미 200년도 전에, 영국인, 프랑스인, 독일인은 없고 유럽인이 있을 것이라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외쳤습니다. 나중에 유럽에서 전쟁이 나고, 서로를 미워하고, 학살하고, 내전하고, 수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그럼에도 오늘날 우리는 유로존 이라고 이 지역을 부르게 되었습니다. 루소의 앞서보는 재능이 부러워지는 대목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빅브라더를 경고한 조지 오웰도 놀랍지요. 우리는 지금 어느 때보다 감시 당하기 쉽고, 위치를 파악 당하기 쉽습니다.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했다가 일단 법원에 다녀온 실제 사례를 두 눈으로 보지 않았습니까. 덕분에 우리는 무엇인가를 하면서 자기검열을 발동시키기 까지 합니다. 정치적 블로그에 대한 관심과 인기가 줄고, 연예가 소식과 스포츠 관련 이야기, 일상 이야기가 인터넷의 주도적인 문화가 되었고, 정치는 철저하게 싸움하는 이미지로 포지셔닝해 갑니다. 그런데 IQ84 에서, 하루키는 더욱 강한 주장을 펼칩니다.

 

※이제부터의 내용은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주의하세요

 

 빅브라더가 물론 문제지만, 그것을 무비판적으로 따르며, 일만 성실히 하고 있는 사람들, 이른바 리틀 피플도 문제이지 않을까? 라고 질문을 던집니다. 이런 생각을 끝까지 밀고 나간다면, 국가가 망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일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잘못된 것에 대해서 의견을 내기보다는 침묵했고, 오히려 어떻게든 한탕 기회에 몸을 실어보려고 했던, 이기심이 우선하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사회를 병들게 만들고 있다는 의미 입니다.

 

 조지 오웰의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이라는 책에서 말했던 내용이, 놀랍도록 똑같이 영화에서 펼쳐집니다. 위기가 닥치면 지배받고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자신을 압제하고 있는 권력자의 편에 붙어서, 오히려 약한 사람들의 적이 되어서 그들을 괴롭힌다는 그 이야기가, 저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핵심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더 좋아합니다. 통계적 숫자로는 설명되지 않는 그 한 사람의 이야기. 굴하지 않고, 의문을 제기하는 그 한 사람의 이야기, 그래서 오늘 우리는 존 앤더튼 팀장, 그 한 사람의 이야기로 출발해 봅니다.

 

 앤더튼 팀장은 범죄예방을 담당하는 시스템의 책임자 입니다. 그는 충분히 유능하고, 신뢰받고 있으며, 맡은 바 임무를 치열하게 수행합니다. 범죄 때문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어버린 그는, 범죄자를 잡아들이기 위해서 그야말로 혼신의 힘을 다합니다. 복수라기 보다는 정의 실현에 가까운 느낌이지요. 다시는 나같이 불행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누군가의 죽음을 보지 않도록, 앤더튼 팀장은 자신의 일을 사명처럼 헌신합니다.

 

 범죄예방 시스템에 대해서 잠깐 설명하자면, 이 프로그램은 일부 인간의 예지력을 이용해서, 살인자를 미리 예측하는 놀라운 시스템입니다. 시작부터 이 영화는 이 시스템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는 시선을 살짝 보내는데, 그러나 놀랍도록 간단하게 의문점들은 정리됩니다. 숫자가 답을 말해주고, 사람들이 답을 말해주기 때문입니다. 살인사건 발생율은 거의 제로에 가까워졌고, 사람들은 이 시스템에 대해서 거의 경배하기 시작합니다. 평화를 가져다 준 신처럼 떠받들기 때문에, 의문을 가지는 것 자체를 금기시 여긴 것입니다.

 

 그러나 명심해서 생각할 것은, 예지력을 가진 소수의 사람은 기계화 되어서,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은 거의 자본주의의 심장부를 뚫고 지나갑니다. 일부 엄청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 그들은 어딘가에 이용당해서, 자신만의 삶을 잃어버릴 위험도 높습니다. 혹은 위험하므로 제거되거나요. 너무 뛰어난 재능도 독이 될 수 있음을 영화는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능력자 중에는 어딘가에 중독되어 불행해지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영화는 중반부터 앤더튼 팀장이 살인을 저지를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빠르게 전환점을 맞이하며 흘러갑니다. 앤더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하나의 가능성,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찾아 나섭니다. 시스템의 설계자를 찾아가 보기도 하며, 자신의 운명을 거부할 수 있다고 확신하며, 최대한 움직입니다. 그러나, 교묘하게 운명대로 살인 바로 직전 상황까지 똑같이 재현됩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가장 중요한 순간에서, 앤더튼은 다른 선택을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선택할 수 있는 인간에 대해서 멋지게 보여줍니다. 놀라운 것은 이제부터 펼쳐지지요.

 

 사건들은 얼마든지 조작될 수 있으며, 이것을 움직이고 있는 빅브라더가 실제로 존재하며, 그의 손과 발이 되어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하수인들이 있고, 이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다수의 리틀 피플이 있다는 점이, 영화 후반부에 정말 놀랍게 펼쳐집니다. 이걸 제가 조금 패러디 하자면, 제가 어디에서 활동하고, 댓글을 다는지는 저는 당연히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조사해 나가면 데이터를 찾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대중에게 발표하는 과정에서는 얼마든지 내용을 살짝씩 조정할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우리는 진실 대신에, "진실로 포장되어져 있는 각색된 내용"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사례는 요즘 하도 많아서, 따로 예로 들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하나 생각해 볼 점은, 시스템이 아무리 잘 갖추어져 있더라도, 이것을 활용하는 사람이 부패하거나 욕심을 내기 시작하면, 정말 많은 것이 망가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저녁 9시 이후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이 있었는데, 누군가가 우리는 24시간 영업을 하므로 밤에도 즐겨보세요, 라고 이야기를 시작하면, 질서는 순식간에 깨지고 일부 사람들은 블루 오션을 발견했다고 환호할 것이며, 많은 사람들은 편리함을 대가로 좀 더 피곤해 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정보 불균형의 문제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고위직에 있다보면, 황금이 되는 고급 정보들을 좀 더 가까이 할 수 있습니다. 제 경우를 예로 들면, 동호회의 간부로 활동하면 다른 사람보다 빠르게 일부 샘플(혹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요. 호의를 가지고 도와주는 고마운 사람도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지위를 악용하다보면, 엄청난 역효과가 발생합니다. 마치 자신이 높은 사람이 되는 것 마냥 타인을 함부로 대하기 쉽고, 고급 정보를 이용해서 투기 같은 것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독재자들은 집을 크게 짓고, 내부를 금으로 장식하는 등, 인간을 압도하는 것을 즐깁니다. 영화에서는 권력자의 공간이 굉장히 넓고, 높고, 크게 그려지는데, 놀랍도록 정확합니다. 높은 지위의 사람인데도, 집이 소박하다면, 그 사람은 정말 "훌륭한 인품"의 사람입니다. 아, 어쩌면 우리같은 리틀 피플이 모두 이런 고급스러운 집과 라이프 스타일을 동경해서, 살아가고 있는게 더 문제일까요?

 

 영화에서 앤더튼은 마침내 진실을 밝히는데 성공하며, 마이너리티의 승리와 함께 영화는 굿 엔딩으로 끝납니다. 소수 의견은 언제나 중요합니다. 그리고 재능 있는 사람들이 누군가의 추종자가 되기 보다는, 스스로 소수 의견을 낼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다수파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일단 불안해지고, 위험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현대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어, 무엇인가 이상한데?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왜 이렇게 되었을까?" 라고 질문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이들이 모이다 보면, 결국 세상은 변화해 나가기 때문입니다.

 

 조직에 비한다면, 개인은 미약하고, 흔들리기 쉽고, 통제되기 쉽습니다. 그러나, 그 많은 역경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소수 의견을 이야기할 것입니다.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볼 것 입니다. 겉으로는 좋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거 하면 안 되는 일이라고 간파해낼 것입니다. 미래 사회가 디스토피아가 되지 않는 비결이 있다면, 저는 이러한 뛰어난 개인들이 활약하기 시작하면, 부와 정보, 권력의 불균형에 균열이 발생하고, 흔들림이 시작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깝게 보자면, 비리로 범벅이 된 사람을 높은 자리에 앉히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 덧붙이는 말은, 썩은 생선은 아무리 고급스러운 포장을 해도, 결국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는 것. 권력 때문에 흙탕물 속에서 자꾸 뒹굴면,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는 세상이 올 지도 모릅니다. 이른바 (정보를 파악하는) 구글링은 우리가 어떤 행위를 기억한다는 측면에서 좋은 방향으로 작동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리틀 피플이라는 단위에서 벗어나서, 저마다의 목소리를 말하고, 이기심 대신에, 공공성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하면, 우리가 맞이할 근미래는 유토피아처럼 행복한 세상은 아니더라도 좀 더 나은 세상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 2013. 02.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