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처럼, 개인의 힘이 커진 시대가 있을까요. "분노한 트윗 하나가 브랜드를 무너뜨릴 수 있다" 라는 재치 있는 표현이 말해주듯이 21세기는 개인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전파되고 때로는 거대한 물결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트위터에 뭐하나 잘못 올렸다가 고생했던 사람들을 꽤 알고 있잖아요. 반대로 익명의 누리꾼들이 모이면, 수사조직을 능가하는 탐색력을 보여주면서, 숨겨져 있던 진실도 드러나곤 합니다. 이 책의 핵심적인 내용은 이렇습니다. 리더십은 환상일 수 있으니, 비판적으로 냉정하게 좀 바라보자. 그리고 떠오르는 주연들인 팔로어들에 집중해 보자 입니다.
미국의 예를 들면 50년대, 60년대 연방정부가 옳은 일을 한다는 여론은 거의 70%에 가까울 정도로 사람들은 우호적이었고, "아메리카 드림"을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꿈의 국가였습니다. 21세기에 미국이 얼마나 많이 추락해 가는지 우리는 목격하고 있습니다. 은행은 파산하고, 기업가들은 자주 비난받고, 1%의 탐욕에 대해서 극렬한 비판도 나옵니다. 한편으로는 왜 금융권에 그렇게 막대한 정부예산을 지원하느냐고 비판하는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상황은 복잡해졌고, 이제 연방정부가 옳은 일을 한다고 믿는 사람은 불과 15% 밖에 없습니다. 여러가지 이유에서, 불신이 커져만 갑니다. 아메리칸 드림이 붕괴하고, 미국이 무너졌다 라고 말하는 언론인들도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리더십의 종말이라는 시선이 눈에 들어옵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지난 수십년간 리더십 사업에 엄청나게 많은 투자가 들어갔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저자는 차갑게 질문을 던집니다. "그래서 결과가 이런 것인가?" 그 답들을 위주로 이야기를 살펴봅니다.
저자 : 바버라 캘러먼 / 이진원 옮김 / 출판사 : 씨앤아이북스
출간 : 2012년 12월 05일 / 가격 : 15,000원 / 페이지 : 240쪽
리더십이 기능을 하지 못하는 그 근본적 이유로 저자는 "리더"만 연구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 흐름을 타고, 너나나나 리더가 되고 싶어하는 욕망을 부추겼으며, 학습으로 얼마든지 좋은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구호에 모두가 편승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합니다. 결정적으로, 이 리더십 산업이 "돈"이 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분야 였기 때문에, 우후죽순 처럼, 마구잡이로 각종 리더십 산업이 넘쳐났고, 저마다 리더의 참모습을 주장하기 바빠서, 리더에 관한 일관된 논리를 이루지 못했다고 뼈아프게 말합니다. 저기, 그래서 리더십이 한마디로 뭔가요? 라고 질문했을 때, 리더십 산업은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정작 말만 그럴싸한 리더는 굉장히 많아졌고, 말과 행동이 불일치 하는 리더가 가득해 졌으며, 부작용에 가까울 만큼, 리더의 신뢰도는 계속 추락해 나갑니다. 정말 기묘하지요. 좋은 리더가 되자고 돈을 쏟아부었는데, 정작 나타나는 것은 "말만 잘하는 위선적" 리더만 배출되고 있었던 셈입니다. 저자 역시도 하버드 대학 케네디스쿨 교수로서, 반성하고 있으며,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는 못합니다. 대신에 완전히 다른 측면에서 접근합니다. 팔로어의 시대가 온 것이 아닐까? 라고 정중하게 의견을 제시합니다. 이 책을 반으로 나눈다면, 절반은 리더십의 몰락이며, 나머지가 팔로어에 대한 찬사이기도 합니다. 똑똑한 팔로어가 모여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누고, 서로 빠르게 이야기 해나가는 상황이 현대사회라고 이야기 합니다.
초국가적인 세계에서 리더는 힘을 잃어가고, 정책들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가 많으며, 그와는 반대로, 팔로어들은 더 강해졌으며, 고분고분 말을 듣지도 않으며, 따져들고, 분노하며, 표현한다는 의미 입니다. 리더의 입장에서 본다면 세상은 더욱 피곤해 졌으며, 팔로어의 입장에서 본다면 더욱 서로를 의식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가끔은 전문가의 주장이나 추천보다는, 개인들의 주장이나 추천을 더 살펴보는 것도 현대의 특징이기 때문에, 일부 조직들은 "개인으로 위장한 조작기술"을 동원하기도 합니다. 평점 조작, 후기 조작, 심지어 여론 개입 등 온갖 수법들이 현대에는 난무합니다. 이제 위에서 리더가 말해도, 생각만큼 별로 먹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특별한 해법이 제시된 책은 아닙니다. 지금 세상이 어느 정도인지 한 번 따져보자는 책에 가깝습니다. 저자가 보는 현대 사회는 "리더십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입니다. 존경받는 리더는 드물게 되었고, 해결해주는 리더는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조금 고통스럽더라도, 리더 중심주의를 끝내고, 특정 상황에 매몰되지 않아야 하고, 리더십을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합니다. 평소 리더십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던 저는 몇 가지 중요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첫째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힘"에 대한 접근입니다. 보통은 대중을 바라보는 시각이 참 다양하게 나뉘어 있습니다. 대중은 항상 옳다 같은 생각에서 부터, 흥미거리에 열광하며 중요한 일에 침묵한다는 비관적 시선까지, 여러가지로 많습니다. 그런데 21세기에는 무엇보다 팔로어들, 그러니까 각각의 개인과 모여 있는 사람들은 저마다 힘이 있다는 게 증명되고 있는 듯 합니다. 시대가 발전할 수록 개인의 취향들이 모여서, 위에서 건네주는 시선을 압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재밌는 예가 있다면 2013년 봄을 맞아서, 작년 봄에 등장한 "벚꽃 엔딩"이라는 감각적인 곡이 음악차트에 1위에 오르는 놀라움을 보여줍니다. 신곡이 아니라도, (거의 시키는대로) 활동을 억지로 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다시 사랑받을 수 있다는 시선이지요. 과거의 일반적 흥행공식들은 얼마든지 부숴질 수 있는 것이 21세기의 거대한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세상이 빨리 변하고, 이제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면서도, 재밌는 삶들을 연구해본다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뭐 산에서 자연과 함께 살았다 이런 거 말고요 :)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무엇인가를 이루어갈 수 있는 세상이 된게 아닐까요.
조금 거칠게 말하면, 시키는대로 척척 하는 사람이 20세기가 원하던 사람들이었다면, 현대에는 사람들이 달라졌습니다. 자발적으로 생각하면서 행동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저는 굉장한 매력을 느낍니다. 다양한 사용법으로 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을 발견하면 감탄도 합니다. 고정화된 한 가지 사용법으로는 앞으로의 세상을 이끌 수 없지 않을까요. 변해가는 계절이 사랑받는 것처럼, 오늘날은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진심으로 소통하는 사람들이 진짜 리더이자 팔로어라고 생각합니다. 저야 좋은 리더가 될 가능성은 없으므로, 좀 더 할 말 제대로 할 수 있는 팔로어가 되고 싶습니다. 제대로 멋지게 살아가는 팔로어들이 하나 둘 늘어가기만 해도, 좀 더 세계가 재밌어 지지 않을까요. 불신 받는 리더, 맹목적 팔로어 문화에서 벗어나서, 자신의 목소리를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4월 봄바람 좋은 날에 힘차게 응원합니다. / 2013. 04.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