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쩍 사는 게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늘어갑니다. 저 역시 성향적으로 상당히 사회비판적인 편이라, 경제적으로 생계곤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히 먹먹한 기분입니다. 가령 아직 풋풋한 대학생이, 등록금 대출을 받으며, 나도 "헬게이트(지옥문!)"가 열리는구나 라고 표현할 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요즘 아이들은 왜 그렇게 비관적이냐 라고 쏘아붙이는 사람도 있지만, 등록금이 486만원이고, 최저임금이 4,860원일 때, 이 친구가 약 1,000 시간은 일을 해야 충당할 수 있습니다. 이것도 무이자로 계산했을 때지요. 물론 좋은 직장을 잡으면 훨씬 빨리 해결될 수 있겠지만, 사회는 쉽고 편한 일자리가 그렇게 간단히 주어지지 않습니다.
가난하고 약한 사람에게 "포기하지 마라 한 번뿐인 인생이다" 라고 격려의 말을 한다고 해서, 뭔가 달라질 게 있겠는가 싶겠지만, 그래도 나름은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명언집을 집어들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유명한 연설가 지그 지글러의 (연설용으로 보이는데) 짧은 단편 격려집 입니다. 90년대에 미국에서 발매한 것을, 번역한 내용이지요. 주저앉고 싶을 때, 영감을 줄 수 있는 내용이 단 한 페이지라도 있다면, 충분히 의미가 있을테고, 그렇다면 인상적인 내용 몇 가지 정도는 소개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저는 과거에는 글 읽는 속도와 글 쓰는 속도가 양쪽 모두 아주 느렸었는데, 자꾸 반복하다보니 최근에는 스스로가 놀랄 속도로 빨리 읽거나, 빨리 쓸 때가 있습니다. 이 리뷰도 급히 읽고, 급히 쓰는 경우입니다. 2-3시간 안에 다 읽고, 리뷰까지 쓰다니,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저자 : 지그 지글러 / 박상혁 옮김 / 출판사 : 큰나무
출간 : 2012년 12월 26일 / 가격 : 12,000원 / 페이지 : 256쪽
제 가치관이 조금씩 변한 것은, 헬렌 켈러 같은 사람들의 영향이 컸습니다. 책에도 명언으로 언급되지만, 그녀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기억에 의존해서 적어보면, "나도 사람일 뿐이고, 따라서 모든 일을 할 수가 없다. 그렇지만 나는 할 수 있는 일은 있다. 그러므로 기꺼이 그 일을 열심히 하겠다." 어떻습니까? 굉장하지 않습니까. 할 수 있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그것을 하겠다는 삶. 만약, 우리의 모습이, 어영부영 이것도 못해, 저것도 못해 하면서 자책만 하고 있다면? 앞이 보이지도 않았고, 아무것도 들리지도 않았지만,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갔던 그녀를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첫 번째 격려는 이것입니다.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세요. 대충 하지 말고요.
아름다운 전설의 여배우 오드리 헵번이 말하는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만 합니다. 아름다운 눈과 입술, 자세는 어떻게 올까요. 서클렌즈를 끼고, 매혹적인 립스틱을 살짝 바르고, 도도하게 걸으면 아름다움이 올 것 같긴 합니다 :) 그런데 오드리 헵번은 조금 다르게 접근해서 말합니다. (제식대로 읽기 편하게 의역을 조금 하자면) 다른 사람에게서 좋은 점을 볼 수 있다면 아름다운 눈을 가진 것이며, 친절한 말을 할 수 있다면 아름다운 입술을 가진 것이며, "혼자 걷고 있지 않음"을 명심하면서 걷는다면, 이것이 아름다운 자세이다. 라고 단박에 말합니다. 즉 그녀가 볼 때, 혼자서 유유히 걷는 것은 아름다움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오드리 헵번은 말년에 사회 봉사에 대단히 힘을 쏟았습니다. 혼자 잘 사는 삶은 아름다운 인생이 아니었나 봅니다. 멋져요.
세 번째로 행동과 실천에 대해서 생각해 봅시다. 책에는 헨리 링크 사람의 어록으로 이런 말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어떤 이가 열등감 때문에 우물쭈물하고 있는 동안, 다른 이는 실수를 저지르며 점점 우등한 사람이 되어간다." 짧은 말이지만, 어쩐지 영감을 줍니다. 이걸 또 제식으로 바꿔 쓰면 이렇습니다. 생각해보면, 자책하면서 난 못하겠어, 난 왜 이럴까 하면서 시도를 안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는 동안에 누군가는 자꾸 실수하면서도 어떻게든 경험을 쌓아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발전의 측면에서 후자가 더 많은 것을 얻게 되겠지요. 사실 완벽한 사람은 없고, 완벽한 출발도 없습니다. 그냥 일단 시작하고, 시행착오를 경험하고, 더 나은 대안을 고민하고, 그렇게 움직이는 과정 속에서 발전할 때도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은 대목은 인생의 출발선을 아쉬워하지 말라는 점입니다. 삶의 출발은 별로 공평하지 못합니다. 재능은 저마다 다르고, 환경도 다릅니다. 시간이야 모두에게 같이 주어지겠지만, 우리는 살아가다보면 부족한 점을 자꾸만 보게 됩니다. 가령, 왜 이렇게 가난한걸까, 왜 내 부모님은.... 등등. 그러나 이것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지그 지글러는 강하게 주장합니다. 세계적인 지도자 중에 1/4가 장애인이고, 1/2가 어린 시절 학대를 받았거나 가난한 환경에서 성장했음을 생각해 보라고 말합니다.
즉, 누군가는 주어진 환경에 순종하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환경에 대처해 나가면서,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살아왔다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우울감과 힘든 환경은, 이것을 어떻게든 극복해 내는 순간, 대단한 자신감과 자산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남이 쉽게 포기하는 지점에서도, 강인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면, 인내하고, 재도전 하는 용기가 있는 그런 인물들이 결국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셈입니다. 사례는 많지만,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26대 하버드 총장인 닐 박사는, 아버지가 감옥 경비원, 어머니가 파트타이머 였습니다. 경제적으로도 힘들었을테고, 부모가 똑똑하지도 않았지만, 출발선을 탓하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마지막 도달 지점 입니다. 무엇을 극복해서,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 이 지점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당연히 현실적이어야 합니다.
초고속(?) 작성 리뷰를 마치며, 또 다시 헬렌 켈러의 이야기를 깊게 생각해 봅니다. 마치 그녀가 제 귀에 대고, 사려 깊게 말하는 듯한 이 이야기는 (많은 분들이 알고 있다 할지라도) 꼭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습니다. "어떤 비관론자도 별의 비밀을 발견하거나, 미지의 섬으로 항해하거나, 인간 정신의 새로운 낙원을 연 적이 없다." 이것은 삶에 대한 책임감의 문제이자, 예의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안 될꺼야 라고 비관하고만 있으면 또 다른 세계의 문은 결코 저절로 열리지 않습니다. 실패하더라도 도전해 보는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약들이 보통 쓰고, 달콤한 것들이 보통 몸에 해롭듯이, 괴롭고 쓰라린 경험이 어쩌면 우리를 성장시킬 수 있으며, 적당하고 안일하게 살아가는 태도가 점점 우리의 생각을 마비시킬 지도 모릅니다.
어쩐지 자기계발 강사가 되는 이상야릇한 기분이 살짝 듭니다만, 가끔은 희망적인 이야기를 듬뿍 담는 글이 있다면 좋으리라 생각되어서, 늦은 오후에 후다닥 써봤습니다. 힘내시고, 한 번 뿐인 인생을 늘 소중히 대했으면 좋겠습니다. 내 마음 속에 절망이 한 골 들어오고, 또 엎친데 덮친격으로 힘들어 죽겠는데 또 다시 절망이 한 골 들어올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아까 언급한대로 결국 마지막 도달점이 중요합니다. 희망의 에너지를 채워서, 가혹한 환경에 대처해 나갈 용기가 있기를 소망합니다. 저의 구체적인 조언은 짧막합니다. "있는 힘껏 한 번 해봐" / 2013. 04.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