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한국사

고려의 중앙 행정 조직 고찰

시북(허지수) 2013. 4. 10. 16:10

 이번 문서는 고려의 행정 조직을 정리해 봅니다. 단순 암기식을 넘어서, 편안하게 생각해 보는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그들이 무슨 일을 했으며, 왜 그랬을까? 를 같이 생각해본다면 좋겠습니다.

 

 우선 좋은 조직의 특성이 무엇일까요? 저는 밸런스 라고 생각합니다. 균형과 견제가 서로 어울릴 때, 모두가 즐거울 수 있습니다. 만약 왕권이 지나치게 강하다면, 잘못된 군주에 의한 폭정이 시작되고, 많은 이들이 고통에 시달릴 수 있겠지요. 반대로 귀족이 지나치게 강하다면, 일부 귀족을 배부르게 하기 위해서, 다수가 흡사 노예처럼 힘들게 살지도 모릅니다. 고려가 고대보다 발달된 사회인 것은, 조금 더 개방적이었으며, 시스템을 만들어 왕과 귀족간의 적절한 경계를 추구했기 때문입니다. (호족들이 강했던 고려 초기, 광종이 살벌한 피바람을 부른 장면들도 앞서 보았지요.)

 

 그런데 잠깐! 혹시 왕권과 귀족이 손잡고, 백성들을 못살게 굴기 시작한다면? 이게 자폭하고 무덤파는 행위 입니다, 그정도로 썩어빠진 지배층 집단이 있다면, 어떻게든 몰락하게 되어 있습니다. 역사는 봐주는 법이 없으니까요. 탐욕에 눈이 멀먼, 가장 먼저 반성적인 사고방식을 잃어버리고, 가진 것에 집착하며 남을 돌보지 못합니다. 멸망으로 향해 가는 것입니다. 뭐, 인간인지라 무욕의 삶을 추구할 수 없더라도, "다 가지려는 욕심의 선(線, line)"을 넘어가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은 인생의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본격적으로 고려의 행정조직을 살펴봅시다. 중앙 조직에는 2성6부 가 있었습니다. 네 중국 당나라 것(당나라는 3성6부)을 가져온 느낌이 맞습니다. 뭐 살짝 표절이긴 한데, 나름대로 고려에도 독자적 회의기구가 있었다는 점은 중요합니다. 잠시 뒤 살펴볼 도병마사와 식목도감이 대표적입니다.

 

 일단 2성부터 봐야겠네요. 중서문하성 이 있습니다. 이 곳은 문하시중을 수상으로 두고 있는데, 국가의 정책을 심의하고, 정치의 잘못을 비판하며, 국정을 총괄해 나가는 폼나는 관청입니다. 상서성은 6부로 구성 되어 있는데 행정 담당으로 보시면 됩니다. 이부, 병부, 호부, 형부, 예부, 공부가 있는데 이걸 굳이 몽땅 외우려고 하기 보다는 그냥 이런 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라고 이해하는게 좋겠습니다. 오늘날로 비유해보면 6부에는, 행정부, 국방부, 재경부, 법무부, 교육부, 건설부가 있었다 라는 느낌으로 봐도 좋습니다. 병부는 현대의 국방부 정도 되겠는데, 굉장히 앞쪽에 있는 것을 알 수 있지요? 고려 시대를 이해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외부와의 계속된 전쟁 입니다. 외침이 자주 일어나다보니, 병부의 역할이 강하고, 군을 통제하고 이끄는게 아주 중요합니다. 계속된 침략을 이겨내야 하니까요. (vs거란,여진,몽고,홍건적,왜구...)

 

 고려에는 송나라를 본떠 중추원이 있었다는 점도 체크해야 겠습니다. 또한 어사대도 있었습니다. 어사대야 암행어사~ 라는 느낌에서 알 수 있듯 감찰하는 기능을 담당했고요, 중추원은 비중있는 관청 입니다. 중추원에서는 2품 이상의 고위관리인 추밀이 군사 기밀을, 3품의 승선이 왕의 비서를 담당했습니다. (요즘에도 국정원과 비서실은 영향력이 막강합니다.) 자, 여기까지는 설명만 많지, 크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이제부터 시험에 단골손님이 등장하니 잘 봐야 합니다 (+_+ 집중!

 

 고위관료를 잘 봅시다. 중서문하성의 고위 관료 재신과, 중추원의 고위 관료 추밀이 만나서 회의를 엽니다. 국정의 핵심인물과 군사기밀을 다루는 핵심인물이 무엇을 논의할까요. 아무래도 국가의 중대사를 논의하겠지요. 이것을 고위관료의 머릿글자를 따와서 "재추회의"라고 하는데, 바로 도병마사와 식목도감 입니다. 특히 도병마사는 중요한 국방 문제를 비롯해서 거의 모든 중대사에 관여하는 기구입니다. 고려의 행정조직하면 이 두가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알아둬야 합니다. "도병마사", "식목도감". 독자적이고, 귀족적인 성격도 갖고 있다 는 것도 함께 체크합시다. (도병마사는 이후 도병의사사로 이름이 바뀌기도 합니다.)

 

 그리고, 식목도감은 임시회의기구인데, 법제나 격식 등을 의논하는 기관이었습니다. 여기까지 보면, 나름대로 행정이 잘 짜여있습니다. 혼자 딱 정하지 않았다는 거지요. 한편 무신들도 회의기구가 있는데, 이걸 중방 이라고 합니다. 고려 초에는 별달리 힘없는 모임이었는데, 나중에 시간이 흘러 고려 무신들 모임인 중방이 중요해지니까, 지금은 이름만 살짝 참고해 두세요. (고위관료 너네들만 모이냐? 무신들도 모인다, 뭐 그런 기분~)

 

 또 하나 중요한 게 있으니 "대성(혹은 대간)" 입니다. 쉽게 이해하자면, 태클 전문이고, 안티 전문 기관입니다. 자꾸 견제하는게 이들의 임무 입니다. 어사대(감찰)와 중서문하성의 낭사(언론기능)가 대성으로 불렸는데, 참 중요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자 보세요. 잘못된 것을 어사가 발견할 수 있었고, 낭사는 비판하고 관리를 탄핵하고 등등... 대성은 이처럼 여론을 주도하는 힘이 있습니다. 간쟁, 봉박, 서경의 일을 했습니다. 풀어 쓰면, 관리 임명에 대해서 싸인해주고 동의를 해줍니다(=서경), 전하~ 이점을 헤아려 주십시오, 이건 아닙니다. 식으로 간쟁도 합니다, 심지어 잘못된 명령에 대해서는 거부(=봉박) 까지도 합니다. 이를 통해 왕권을 어느 정도 견제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또한 어사대로 인해, 귀족권도 감시되고 있으므로, 어느정도 견제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대성을 왕권과 귀족권의 조화라고도 읽을 수 있습니다. 고려가 나름대로 균형을 추구했던 해법이라 할 수 있지요.)

 

 이러한 정신들은 참 멋지지 않나요? 언론이 감시와 비판을 할 수 있다니요. 잘못되고 부패한 관리를 지적하고, 왕의 실수까지도 지적할 수 있다니, 선조들의 패기가 살짝 놀랍기까지 합니다. (물론 좋은 취지라도 변질되기 쉽고, 약자들의 목소리가 그대로 전달되기는 힘들 것이므로, 항상 이상적으로만 작동되지는 않겠지만요 -_-;;;)

 

 만약 오늘날 언론이 비판정신을 잃고, 정권 입맛에 맞는 기사만 내고 있는, 이른바 정부기관지 노릇을 하게 된다면, 보수와 진보언론을 막론하고, 기본정신을 되돌아 봐야 합니다. 혜택주는 곳에 유리하게 써준다면, 고려 시대 대성만도 못한, 졸렬한 언론이 될 수 있습니다. 권력을 견제하는 언론의 역할은 예나 지금이나 정말 중요합니다. 다르게 말해, 언론이 부패하면, 권력의 부패를 눈감게 되고, 못 보게 되고, 이렇게 언론과 권력이 손잡고 부패쇼를 펼쳐나갈 때, 사회적 약자들은 시쳇말로 고혈이 빨리며 죽어나갑니다. 어휴, 끔찍한 일인데, 이게 현실이 되는 것을 종종 볼 때마다, 저는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 왜 저 사람들은 기자가 되었을까... 처음부터 그랬을까... (반면에 오늘도 발로 뛰면서, 열정으로 취재하는, 잘못된 권력에 대한 비판정신이 살아있는 기자님들을 저는 존경합니다.)

 

 자, 어쨌든 정리하자면, 중앙 행정 조직은 2성6부로 구성되었고, 고려만의 독자적인 재추회의(특히 도병마사)가 있었고, 대성을 통해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고 있었다는 점을 체크해 둡시다. 아, 그리고 시험에 가끔 고려의 삼사가 지문에 등장할 때가 있는데, 고려의 삼사는 단순히 회계기능만 담당 하고 있었던 기관이고, 언론기능이 없었습니다. 고려의 삼사는 중요한 핵심기관이 아닌, 그냥 회계 기관이라는 점도 같이 체크해 둡시다. (반면, 한참 뒤 배우게 될 조선의 3사는 중요합니다 -_-!) 다음 문서에서는 지방 조직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의 영감은, 태클에 관하여 입니다. 태클은 부정적인 느낌을 줄 때가 있습니다. 발목 잡기로 평가절하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축구에서 수비수의 정확한 태클로 인해 실점을 막을 수 있듯이, 정치와 언론에서도 사실에 근거한 날선 비판은 아주 중요한 대목이라 하겠습니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대안은 무엇일까? 이런 작은 고민들을 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좀 더 밝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어 가게 될 것입니다. 만약 "에이~ 난 몰라", "뭐~ 나와 상관없어", 라고 말하는 묘한 사람들이 있다면, 차라리 무관심 보다는 "분노하라" 라고 격려하고 싶습니다 :) 투덜거리기만 하며 투표하지 않는 국민에게, "더 좋은 미래"란 절대로 없을 테니까요. / 리뷰어 시북.

 

(※이 자료정리는 최태성 선생님의 한국사 강의를 노트로 요약하고, 메모를 함께 쓴 것입니다. 개인적 용도로는, 공부방 등 에서 활동할 때, 보조 자료나 참고 자료, 혹은 글쓰기 영감을 위한 데이터베이스 이기도 합니다. 그 사람들은 왜 그렇게 생각했는가? 거기에 대한 일종의 고찰이기도 합니다. 키워드 형태로 중요한 부분들은 나름대로 강조해 두었습니다. 크게 바라는 것은 없으며, 다만 짧게나마 영감의 시간이 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