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한국사

고려의 신분제도 - 양극단의 인생 모습

시북(허지수) 2013. 4. 20. 22:08

 이번 문서에서는 고려의 신분제를 살펴봅시다. 사회상을 보자면, 고려에는 법적으로 신분제가 있었는데요. 크게 네 가지 분류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귀족, 중류층, 양민, 천민 입니다. 지겨울 만큼, 복습하고 있는데, 귀족이 잘 사는 것은, 정치적으로는 음서제가 있고요~ 경제적으로는 공음전이 있습니다~ 사회적으로는 폐쇄적 통혼을 통해서 자신들끼리 소수의 좋은 세상을 유지합니다. 당연히 권력이 편중될 수록, 부패도 반드시 발생하고, 모순이 자꾸 터지며, 끝내 문벌 귀족이 칼 맞고 무너진다는 것은 분명하지요.

 

 편중에 반대하는 집단이 뭉치면, 잘못된 관행들은 깨지기 마련입니다. 역사는 늘 그렇듯이 지나친 탐욕에 대하여, 봐주는 법이 없습니다. 역사를 생각할 때면, 기득권은 폐쇄적으로 가면 안 된다는 것을 겸허하게 배우게 됩니다. 다시 말해, 밖에 있는 세력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할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아무것도 해주지 않고, 누리는 것만을 즐겨할 때, 그 특권들은 몰락할 날이 오게 됩니다.

 

 어쨌든 고려 지배층들의 흐름을 재차 복습한다면, 호족 - 문벌귀족 - 무신 - 권문세족 - 신진사대부, 흐흐. 자연스러워 질때까지 무한반복하는 기분이군요. 사실 지방 호족이 향리가 되고, 향리가 신진사대부로 성장해서 신흥무인세력과 힘을 합쳐 조선을 건국했다는 것을 볼 때, 새로운 시대는 많은 것을 가진 이들에 의해서 문을 여는 건 아닙니다! 가질 수록 보수화 되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새로운 사상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옛 것만 좇아가다가 망하는 셈이지요. 컵에 물을 가득 담고 있다면, 더 이상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신진사대부 역시도 조선을 건국하고, 훗날 이와 비슷한 노선을 밟아가는 모습이 있다는 진실! 아까도 말했지만, 기득권이 되면 스스로를 경계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제 중류층을 볼까요. 고려 중류층이라고 한다면, 말단 지배층이라고 볼 수 있는데, 주로 하급 관리들을 지칭합니다. 구체적으로는 다섯 분류를 해보면, 1. 잡류가 있었고요. 이들은 관청에서 실무를 담당합니다. 오늘날 하급 공무원 같은 느낌이지요. 2. 남반이 있습니다. 궁궐에서 실무를 담당합니다. 요즘 말로는 청와대 하급직. 3. 지방 행정을 담당하는 향리가 있습니다. 4. 직업군인으로서 군인전을 받았던 군반이 있고요. 5. 역(교통)을 관리하는 역리가 있습니다. 이러한 중류층들은 품계는 낮지만, 적어도 지방에 있던 사람들(=향리)은 상당히 높은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다는 것을 같이 생각해 둔다면 좋겠습니다.

 

 이제 피지배층을 살펴봐야겠지요.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양민 이 있습니다. 오해하면 안 되는데, 고려 시대의 일반 농민을 "백정"이라고 불렀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고려 시대 백정은 양민입니다. 토지(수조권) 없이 깨끗한 정남 이라고 해서, 백정(白丁)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법적으로는 과거를 볼 수 있었다지만, 조세, 공납, 역의 부담을 지면서 먹고 살기 힘들어서, 정말 고생 많았던 사람들입니다. 이들이 사실상 고려를 먹여살리는 주역들이었지요. 대우는 참 열악했지만요.

 

 백정외에도 양민에는, 향,부곡,소민이 있습니다. 이들은 양민이긴 한데, 거주이전의 자유가 없었고, 세금부담도 높았던 양민의 특수 집단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오래된 옛날 교과서에는 이 사람들을 천민으로 분류하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양민들은 농사를 지으면서, 생계를 해결하고 있는, 오늘날의 소시민들이라고 할까요.

 

 저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고려 시대에도 양민들은 과거를 칠 수 있었지만, 실제로는 먹고 살기 바빴지요. 요즘에도 부유층 자녀들이 좋은 대학을 들어갈 확률이 훨씬 높고, 가난한 자녀들은 먹고 사는 문제를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사회의 본질은 비슷한 게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듭니다. 법적으로는 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진 것 같지만, 사실상 작동하고 있는 것은 충분히 불평등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좋겠습니다.

 

 최하위계층이라면 천민이 있습니다. 천민의 다수는 주로 노비 입니다. "노"는 남자, "비"는 여자, 합해서 노비 입니다. 노비는 소유 구조에 따라 공노비와 사노비로 나눌 수 있습니다. 또한 주거 형태에 따라서도 나눠지는데요. 우선 공노비는 입역노비와 외거노비, 사노비는 솔거노비와 외거노비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특히 바깥에서 거주하는 노비, 외거노비가 중요한데요. 이들은 노비라는 간판을 달고 있지만, 사실상 일반 백정과 유사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라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그러므로 진짜 고생 많은 노비들은, 관청 혹은 주인과 같이 사는 입역노비와 솔거노비가 되겠지요. (농담이지만, 매순간 부장님, 팀장님의 감시와 함께 일한다면 그게 고역이지요!) 그밖에도 도살업자(화척), 뱃사공(진척), 연예인(재인) 같은 직업도 천민의 몫이었습니다. 춤추고 노래하는 사람을 고려 시대에는 다들 꺼려했다는 점이 재밌지요.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지금도 영향이 남아 있어서, 노래하지마라, 춤추지마라면서 말리는 사람도 종종 있습니다.

 

 노비와 관련된 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사람을 그야말로 매매 가능한 재산으로 보았다는 것이 씁쓸합니다. 신분법으로 일천즉천 이 있습니다. 한 쪽이 천하면, 자식도 천하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양인과 천민이 결혼해서 자식을 놓으면, 이 아이는 날 때부터 노비라는 슬픈 법이지요. 또한 소유법으로는 천자수모법 이라는 법이 있습니다. A가 소유한 남자노비와 B가 소유한 여자노비가 있습니다. 노비끼리 만나서 아이를 놓았다면, 과연 태어난 아이는 누구의 소유일까요? A냐 B냐? 이 때 천자수모법에 따라서 B 의 소유가 됩니다. 노비의 아이는 낳은 여자를 따라간다 것이지요. 따라서, 고려 시대에는 아이를 놓을 수 있는 여자노비가 더 비쌌다고 합니다. 사람을 물화로 보는 시대는 비참하기 마련입니다. 이런 시대에 태어나지 않아서 참 다행입니다. 다음 문서에서는 백성들의 생활모습을 살펴보겠습니다~

 

 오늘의 영감은 제목 그대로 고려의 신분제, 양극단의 인생 모습 입니다. 어떤 이는 태어날 때부터, 탄탄한 생계가 보장되고, 어떤 이는 태어날 때부터, 노비의 굴레를 입고 있습니다.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그야말로 운이 중요한 사회이기도 하네요.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잘못된 사회구조를 방치하면, 약자는 끝도 없이 계속 고생한다는 것도 느낄 수 있습니다. 정말 슬픈 이야기 하나 더 해보자면,

 

 중국의 영향으로, 고려에도 환관이 도입되자, 거세한 환관을 구하지 못했고, 초기에는 아무도 하려고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어쩔 수 없이 성적 불구가 된 사람들을 환관으로 채용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회 분위기가 바뀌어 환관이 좋은 대우를 받고, 사회적 영향력이 강력해지자, 사람들은 환관이 되고 싶어서 스스로 거세하는 자까지 등장했다고 합니다. 이런 걸 다르게 생각해본다면, 일반 백성들은 얼마나 먹고 살기 어려웠으면 그렇게까지 했을까... 라고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뭐, 출세하기 위한 욕망으로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결국 사회적 분위기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무엇을 우대할 것인가, 어떤 이들에게 잘해줄 것인가, 좋은 나라라면 공정한 보상과 공정한 경쟁을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며, 부패한 나라라면 독과점과 편중되는 보상으로 악명을 사게 될 것입니다. "현장에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잘해준다"는 기본적 생각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이 지배층으로 있다면, 그것만큼 비참한 모습도 없을 듯 하네요. 다들 불로소득만 탐하고 있다면, 이게 붕괴의 시발점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 리뷰어 시북

 

(※이 자료정리는 최태성 선생님의 한국사 강의를 노트로 요약하고, 메모를 함께 쓴 것입니다. 개인적 용도로는, 공부방 등 에서 활동할 때, 보조 자료나 참고 자료, 혹은 글쓰기 영감을 위한 데이터베이스 이기도 합니다. 그 사람들은 왜 그렇게 생각했는가? 거기에 대한 일종의 고찰이기도 합니다. 키워드 형태로 중요한 부분들은 나름대로 강조해 두었습니다. 크게 바라는 것은 없으며, 다만 짧게나마 영감의 시간이 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