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한국사

사화 이야기 두 번째, 개혁가의 최후.

시북(허지수) 2013. 5. 7. 23:54

 지난 문서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중종반정이 일어나며 연산군은 폐위되었고, 그러면서 중종이 사림들을 등용하기 시작합니다. 훈구세력이 가진 힘이 자꾸만 강해지자, 일종의 견제하는 세력이 필요했던 거지요. 새로운 사림세력들과 함께 왕권강화도 할 수 있고, 훈구파도 견제할 수 있으니, 중종의 선택권은 당연했습니다. 반정을 함께한 공신들 틈에서 어느 정도 독립해보고 싶었겠지요. 자, 그런데 중종이 바로 조광조라는 인물을 등용하고 가까이 하면서, 이른바 조선시대판 기득권전쟁이 펼쳐집니다. 보수의 놀라운 저력을 감상할 수 있을지도요. 하하.

 

 사림 출신의 굉장한 개혁가 조광조! (김육, 흥선대원군과 함께) 조선 3대 개혁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그가 어떤 일들을 추진했던 걸까요? 그리고 불과 30대 후반의 나이로 장렬하게 최후를 맞이하는 모습은 무엇을 알려주는걸까요? 조광조가 주장한 이야기들을 하나씩 살펴봅시다.

 

 첫째, 위훈삭제를 요구 합니다. 거짓된 훈장을 삭제하라! 는 강경한 이야기 입니다. 연산군을 엎어버린 중종반정은 어디까지나 쿠데타였지요. 이런 일이 발생하면, 그 성공에 편승해서 이름만 걸어놓고 떠들거나, 혜택을 누리는 공신집단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런 가짜 훈장은 모두 삭제하라며, 기득권 훈구세력을 심하게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가짜 공신 꺼져줄래!" 입니다. 한편으로 현량과를 실시함으로서 지방에 있는 사림파들이 관직에 진출할 수 있게 등용문을 열어줍니다.

 

 그리고 조광조는 성리학을 중시하는 원칙파 이기도 했습니다. 국가적 제사, 그러니까 도교나 불교의 성격을 갖고 있는 행사를 폐지하자며 개혁을 밀어붙였고, 소학을 보급하면서 교육을 실시 하도록 합니다. 부패되어가던 방납도 지적합니다. 조광조의 개혁을 간단히 말해 "지금 조선은 대개혁의 실시가 절실하다. 아닌 것들은 이제 제대로 고쳐나가야 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노련한 훈구파들은, 사림의 파워가 너무 강해지고 조광조가 우리네 기득권에 위협을 가하자, 마침내 기묘한 한 수를 떠올리게 됩니다. 조광조가 자꾸만 돌직구를 날리고,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데, 이 참에 없애버릴 방법이 어디 없을까? 중종 입장에서도 사림세력이 매우 커져버린게 부담스러울 수 있었겠고요. 국가가 개혁을 지속적으로 밀어붙인다는게 말처럼 쉽지가 않았지요.

 

 마침내 언론플레이가 등장합니다. 주초위왕 이라는 유명한 한자어가 돌고 돌기 시작합니다. 일종의 루머인데, 조씨가 왕이된다는 악성루머 였지요. 현대에도 통하는 지독한 수법인데, "누군가 나서서 개혁적인 이야기를 주장하면, 저놈은 반국가세력이다."라고 이미지를 씌워버리면 그때부터 게임끝이지요. 성리학적 가치와 질서를 중시하는 사림파, 그 거두인 조광조가 현실적으로 반역이라니! 그럴리가 없음에도, 중종은 스스로가 반정으로 집권했고, 훈구세력의 끝없는 속삭임에 결국 조광조의 개혁을 중단시키고 맙니다. 그리고 30대 젊은 개혁가 앞에, 결국 사약까지 내려집니다. 조광조는 사약 앞에 절명시 한 수를 남기고, 세상을 떠납니다.

 

 "임금을 어버이 같이 사랑하고 / 나라 걱정을 내 집 같이 하였도다

  밝고 밝은 햇빛이 세상을 굽어보고 있으니 / 거짓 없는 내 마음을 훤하게 비춰주리라"

 조광조를 아끼고 존경하는 많은 유생과 선비. 그의 개혁으로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가기를 원했던 백성들까지 목놓아 울었다고 합니다. 개혁가의 죽음 앞에서, 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던 많은 이들이 눈물바다가 되었지요. 기득권에 정면으로 도전한 개혁가 조광조는 사약을 받으며 이렇게 최후를 맞이했습니다. 많은 사림들이 숙청되었는데, 이것을 우리는 "기묘사화"라고 배우고 있습니다.

 

 루머와 바람몰이를 통해서 적대세력을 쓸어버리는 수법, 개혁세력에게 나쁜 이미지를 칠해버리고, 프레임이라는 틀에 가둬버리는 수법은 현대에도 얼마든지 볼 수 있습니다. 언론플레이로 어느 정도 분위기를 조성해 놓은 뒤에, 심한 정치적 행위를 함으로서, 반대파들을 완전히 제압해 버리는 방법. 그러므로, 민주주의를 올바르게 실천하기 위해서는, 현명한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자신에게 이익을 주는 세력이 누구인지, 약속했던 것들을 얼마나 정확하게 지켜가고 있는지 분명하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뻔한 거짓말에 자꾸만 속아 넘어가는 약한 국민들이 있다면, 이기는 쪽은 철면피를 쓴듯 위선적인, 나쁜 정치공작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네 번째 사화인 명종 때 발생한 을사사화를 봅시다. 지금은 5년마다 권력투쟁이 전개된다면, 조선시대에는 왕이 죽고나서 왕위를 계승할 때 권력투쟁이 벌어졌겠지요. 그런데 후사가 없을 때나 혹은 갑자기 왕이 죽었을 때는, 특히 이 왕위싸움이 엄청났습니다. 중종의 뒤를 이은 인종이 병으로 일찍 죽자, 이후 왕위계승을 두고 외척간의 심각한 갈등이 벌어집니다. 이른바 대윤과 소윤간의 정치싸움이었는데, 결국 명종이 왕위를 잇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반대파들이 숙청되는 일이 벌어집니다. 이것을 을사사화 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네 번의 사화를 살펴보았는데요. 사림이 타겟으로 희생된 사건들, 그러니까 무오사화(조의제문사건!)와 기묘사화(조광조의개혁!)는 시험 단골손님이므로 잘 기억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어쨌든 이런 긴 과정을 거쳐서 드디어 16세기가 되면, 사림세력이 정권을 잡게 됩니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여태껏 조선을 흔들었던 "훈구파와 척신세력(외척)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를 놓고, 사림간에 갑론을박이 첨예하게 이루어집니다. 신진 사림파들은 강경하게 청산해버려야 한다면서 "동인"을 형성합니다. 동인에는 서경덕, 조식, 이황의 학풍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반면에 잔재청산에 소극적이며, 온건하게 가자는 사림파도 있었으니, 이를 "서인"이라고 합니다. 성혼이나 이이의 학풍을 계승하고 있었고요. 여하튼, 동인과 서인은 그 주장이 완전히 갈리고 있었으니, 결코 한 배를 탈 수 없었던 셈입니다. 4전 5기 끝에 권력을 얻게된 후, 사림은 이렇게 쪼개지기 시작했고, 이것이 붕당 정치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여담으로, 우리나라 현대사의 비극 중 하나가 친일파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점이 있습니다. 프랑스 같은 경우에는 우파 드골이 봐주지 않는 청산으로 유명했었지요. 잘못을 저질러도 계속해서 잘 살게 된다면, 정의가 실종된다는 측면에서 아주 쓰라린 효과를 낳는듯 합니다.)

 

 다시 말해, 크게 보면 같은 사림일지 모르나, 동인쪽은 훈구파나 척신들 다 쓸어버려! 였고, 서인쪽은 이제 같이 좀 해보자 라는 태도 입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여전히, 굉장히 크고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지금까지 이야기를 정리해 봅시다. 15세기 훈구파, 16세기부터 사림파가 집권합니다. 그 과정에서 네 차례의 사화가 있었습니다. 끝내 사림이 집권하는데, 이들은 의견이 다를 수 있었고, 이게 붕당 정치로 전개되어 나갑니다. 나중에 가면 동인에서도 북인, 남인으로 나눠지고요. 또 서인의 경우도 노론과 소론 이렇게 다양한 계파가 형성됩니다. 어쨌든 훈구파는 권력을 남용하다가 거센 비판에 직면했고, 끝내 몰락하게 됩니다. 권력남용의 끝지점은 언제나 몰락일 뿐이지요. 이후의 모습들은 다른 문서에서 또 살펴볼 수 있을테고, 다음은 조선의 대외관계를 살펴보도록 합니다.

 

 오늘의 영감 - 신진욱 교수님의 표현을 빌리면, 오늘날 휘두르는 잔인한 권력이란 "해고하고, 때리고, 멸시하고, 욕설할 수 있는 권력"이라고 했습니다. 게다가 우리가 각자도생하며 살고, 타인에 대한 무관심이 만연해진다면, 이것이야말로 잔인한 사회를 가능케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나랑 상관 없어"라고 말하면서 외면하는 이들이 늘어간다면, 그 최후에는 개혁하려는 사람에게 조차 사회는 사약을 안겨주지 않을까요.

 

 우리의 출발은 어쩌면 여기에 있습니다. 아픔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현실을 바꾸려는 사람들이 함께 해나갈 때, 그들에게 지지와 격려를 보낼 때, 우리는 진정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겁니다. 개혁은 이제 우리 모두의 몫이어야 합니다. 돈과 권력 그리고 탐욕이 주인이 아니라, 사람이 주인이며 또한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것에 소중한 가치를 두는 나라가 되어가기를 언제나 소망합니다. 막돼먹은 횡포에 분노하고, 그것을 기억할 줄 아는 사람. 21세기 현명한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가면서, 저항을 이어갈 때, 저는 무엇을 만나게 될지, 가끔은 가슴 떨리는 기대가 됩니다. 정치는 고단한 과정 끝에, 상식과 원칙이 승리하기 마련인데, 역사는 언제나 그렇듯이 권력남용의 끝에 몰락이 "어서와~"라고 손짓하고 있음을 말할 뿐입니다. 힘든 현실을 견디고 있더라도, 친절하고 현명한 태도를 잊지 않기를 응원합니다. / 리뷰어 시북.

 

(※이 자료정리는 최태성 선생님의 한국사 강의를 노트로 요약하고, 메모를 함께 쓴 것입니다. 개인적 용도로는, 공부방 등 에서 활동할 때, 보조 자료나 참고 자료, 혹은 글쓰기 영감을 위한 데이터베이스 이기도 합니다. 그 사람들은 왜 그렇게 생각했는가? 거기에 대한 일종의 고찰이기도 합니다. 키워드 형태로 중요한 부분들은 나름대로 강조해 두었습니다. 크게 바라는 것은 없으며, 다만 짧게나마 영감의 시간이 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