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리학과 리와 기의 이야기! 고백하건데, 아주 깔끔 담백 명확하게 정리할 자신은 별로 없습니다. 하하. 다만, 흐름과 느낌을 파악한다는 측면으로, 부담 없이 접근 해보면 좋겠습니다. 성리학은 송나라 주자에 의해서 집대성 되었던 학문인데요. 기본적으로는 "무엇이 정통인가"를 파고들어가는 학문입니다. 배경까지도 한 번 생각해 봅시다. 주자가 살던 당시 송나라에는, 이민족의 침입이 잦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이민족과 기존의 한족간에 대립적인 구도가 그려졌는데요. 이 때 - 이민족의 침입에도, 결연히 맞서야할 "이유와 명분"이 필요합니다.
중요한 순간에 성리학적 배경은, "우리(한족)가 정통이고, 우리의 정신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렇듯 난국을 풀어 헤쳐나가고, 무엇이 정통인가, 라는 느낌이 있지요.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고 성리학을 접근해 보면 조금은 편해집니다. 물론, 정통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은 그 해답을 놓고, 많은 핵심적 논란이 발생하기 마련이고요. 조선의 경우 성리학의 발달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던 인물로 (지폐에도 그려져 있는), 이황과 이이 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들을 통해 커다란 맥이 잡혔다고 볼 수 있겠지요.
리와 기가 그렇다면 대체 무엇인가? 따지고 들어가다보면, 거의 논문이 나올 만큼 복잡해지고, (이건 농담인데) 논문을 봐도 머리만 지끈지끈 아플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일종의 느낌으로 "리와 기를 한 번 간단하게 도식화"해서 생각해 봅시다. 기(氣)라는 것은, 얼굴 표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를테면 "화", "웃음", "울상" 같이 보여지는 모습을 의미합니다. 표현이고, 발현되는 것이며, 외피같은 느낌 이지요. 따라서 기는 아무래도 다양하게 변할 수 있습니다. 자꾸 변화하는 계절 같은 것도 일종의 기라고도 볼 수 있고요. 봄의 기운 같은 말도 있겠네요.
리(理)라는 것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생각하는 "무엇", 겉에 나타나지 않는 "무엇", 다시 말해 표면적이지 않은 것이고, 다만 "본질적인 부분"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성품이라든지, 정신이라든지, 이런 느낌이 리에 가깝습니다. 즉 본질이므로 변하지 않는 것이지요. 이렇게 본질과 정통을 추구 하는게 리의 느낌입니다.
더 알쏭달쏭 모르겠다고요 ?-_-?... 쿨럭. 이런 말을 생각해 봅시다.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어때요, 겉은 웃고 있지만, 사실은 웃는게 아니라는 말이잖아요. 그 깊은 본질적 성품과 근원을 파고들어가는게 "리". 마음이 무거우면 얼굴 표정이 어두워지면서 겉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있는데, 그 나타나는 모습을 "기". 그래서 마음과 표정의 관계, 리와 기의 관계, 대체 무엇을 정말 중요시 할꺼냐를 두고서, 다양한 주장들이 오고 갑니다.
주목 해야할 성리학자들이 몇 명 있습니다. 특징을 중심으로 차분히 살펴볼까요. 먼저 독자적인 사상을 밀어붙였던 "서경덕"이 있습니다. 전설적 미녀 황진이와의 스캔들(!)도 유명한데요. 뭐, 그건 이번 국사 정리에서 다룰게 아니니 넘어가고. 서경덕은 기를 상대적으로 중시 여겼던 인물입니다. 개방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었는데, 노장사상에도 관심을 갖고 있었던 독특한 사람입니다. 따라서 성리학에 관해서 이색적으로 해석하기도 했고요. 그러다보니, 이황과 이이 같은 학자들은 서경덕을 정면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이황의 경우 - 기가 쓸모없고, 리를 아주 중시여겼으며, 늘상 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지요.
가령 서경덕은 기가 움직여야, 리가 따라간다! 기가 움직이지 않으면, 리는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라는 관점을 갖고 있었습니다. 혹자는 서경덕은 우리 역사에서 보기 드문 유물론자 라고 파악하기도 합니다. (※유물론은 세계의 본질이 정신이나 관념이 아니며, 물질 혹은 자연이나 환경을 중요하게 보는 이론입니다.) 더욱 편안하게 구체적 예를 들어 이해해본다면, 저 사람이 지금 행동하는 것을 보면, 그 사람의 실체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무엇을 먹고, 무엇을 하는지가 그 사람이다! 라고 보는 식이지요.
뭐, 아무래도 복잡한 성리학 이야기이므로, 에라 모르겠다 외우고 싶다면, 서경덕은 기를 중시, 독자적 모습, 개방적, (이황과 이이에게 비판받음) 정도로 도식화 해놓으면 OK!
다음 조식이 있습니다. 조식은 경을 중시했는데요. 무엇보다 아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되고,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공경하는 모습 같은 멋진 태도가 있잖아요. 그런 모습이야말로, "리의 발현" 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도식화를 하면, 조식 - 실천을 강조, 리의 발현이 있어야 한다! 알면 뭐하냐, 꼭 실천하자!
이제부터가 중요합니다. 이황이 나오는데요. 성리학의 완성이라 불리는 대가 중 한 명이자, 이상주의자, 철학자의 느낌이 있습니다. 별명이 무려 조선의 주자! 어쨌든, 이황은 "경을 똑바로 아는 것, 제대로 본질을 파악하는 것"을 아주아주 중시 하면서, 조식까지도 비판합니다. "조식말이야, 그 사람 학문의 깊이가 없어~ 경이 뭔지도 모르면서 대충 알고 실천하자고 말하고 다니더구만!"
말하자면 이황은 깊이 있게 파고들어가는 연구자 스타일 이지요. 책도 썼는데, 주자서절요, 성학십도가 있습니다. 특히 성학십도는 주목해야 합니다. 성리학의 원리를 열 개의 그림으로 나타냈고요. 특히 그 내용에 있어서, 군주가 자발적 노력을 통해서 성인이 될 수 있음을 말합니다. 인격적 완성을 중요하게 여겼지요. 덧붙여 일본 성리학에 굉장히 많은 영향 을 미쳤고, 이황 관련 자료들마저 일본에 더 많습니다. 이황 연구는 일본가서 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있을 정도인데, 임진왜란 때, 이황의 많은 저서들이 일본에 넘어갔고, 지금 보관되고 있는 분량으로는, 일본에 있는 사료가 더 많다네요. 여하튼 정리하면, 이황은 조선의 주자이자, 명장 이순신과 더불어 일본에도 잘 알려져 있는 이름이지요. "리"를 아주 중시 합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이이를 살펴봅시다. 이이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기"를 중시 했습니다. 저서에는 동호문답과 성학집요가 있고요. 성학집요를 요즘말로 풀어쓰면, 성리학을 집약하고, 잘 요약해 놓은, 성리학 파이널!!! 하하. 자, 이제 이황과 이이를 잘 구분해야 하는데요. 이이의 주장은 확실히 다릅니다. 군주가 역시 성인이 될 수 있다고 보았지만, 그 방법론에 있어서는 군주를 도와줄 수 있는 좋은 신하가 함께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강조 합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하면, 이황쪽은 남인을 형성하고, 이이쪽은 서인을 형성하는데, 이렇게 서로 학파가 나눠지게 되면서, 격렬한 예송논쟁이 벌어집니다. 다시 말해, 군주가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놓고, 엄청나게 논쟁이 붙는거지요. 니 말이 맞니, 내 말이 맞니 하면서 본격 썰전 배틀 하는거지요.
이 논쟁의 출발점이 바로 이황과 이이의 저서를 보면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황 - 군주가 스스로 깨닫고 성인이 되어야 한다네 vs 이이 - 군주와 신하가 동격의 지위를 누리고 서로 협력해야 한다네. 음, 조금 차이가 느껴집니까. 이를테면 이황이 좀 더 이상적이고, 이이는 현실적인 느낌이 있습니다. 예송논쟁에 관해서는 나중에 또 보게 될테니까 여기서는 일단 이쯤에서 마무리 하고요. 결론적으로 이이는 10만 양병설을 주장하고, 수미법 같은 개혁방안을 내놓기도 하는 등 사회 모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극복하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좋은 신하의 역할을 하고, 이것이 받아들여지기를 희망했던 거지요. 여기까지 정리하고, 다음 문서에서 이야기 계속됩니다! 너무 길어져서... 하하.
오늘도 장문의 개인적 여담입니다. - 나름대로 아등바등 하면서 재밌게 정리해보려고 했음에도, 리와 기의 이야기는 -_-;;; 자꾸 한계에 부딪혀서, 낭패감이 느껴지던 저는 사학을 전공했던 주변의 지인에게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헐, 재치(?)있는 답을 들었습니다. "거기가 재밌을 리가 없잖아요! 나도 싫었다고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같은 분들에 대해서는 그래도 잘 아는 편이지만, 막상 역시 지폐 속의 위인인, 이황이나 이이에 관해서는 무슨 이야기들이 있는건지 잘 모르는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좀 어렵거나 버겁기도 하고요 :)
한 번 고찰해 본다면요. 왕이 성인이 되기를 바라면서, 성학십도를 완성해서, 군주에게 내놓았던 이황이었습니다. 또한 이이의 경우는 어떠합니까. 공납의 폐단을 제발 좀 없애보자며 수미법을 주장하고, 국방력 강화하자고 십만 양병설도 주장했으나, 대개는 거부되기만 했던 사람입니다. 우리나라는 그런 사람들을 지폐에 새겨넣었습니다. 오늘날 한글을 쓰는 것이 세종대왕 덕분이며, 올바른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결과물을 완성해 보여주는 태도가 이황이고, 또한 현실 개혁을 위해서 계속해서 참여하고 좌절하기도 했던 인물이 이이 입니다.
어쩌면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성인들이 보여주는 길은 멀거나 높게만 느껴지고, 다가가기 어렵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생각해 봐야 합니다. 21세기 대한민국.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실천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가 "이 시대의 희망"일 것입니다.
올바른 태도가 무엇이며, 사람이 어떻게 사람으로 완성될 것인지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가 "커다란 이정표"를 이룰 사람입니다. 사회 참여를 고민하고, 구체적으로 대안을 마련해서, 적극적으로 뛰어들어가는 사람이 있다면, 이들이 모여서 자살공화국이 아닌, "사람 사는 세상"을 이루어 갈 것입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돈을 그렇게나 좋아하면서, 정작 그 속에서 숨쉬고 말을 건네는 위인들이 있다는 것은 잘 잊어버립니다. 저 역시도 마찬가지고요.
사과를 반으로 쪼개면 중앙에 작은 씨앗이 있습니다. 그토록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작은 씨앗도, 환경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커다란 사과 나무가 되기도 합니다. 인간의 잠재력이라는게 그런 게 아닐까요. 처음부터 우리는 너무 쉽게 "천재나 대가"가 되기를 원하거나, "일단 성공"을 욕망하며 잘 살기만을 원하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진짜 멋진 성공이 있다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발견"하고, 그 분야에서 "성실한" 태도로 끝까지 밀어붙인다면, 그런 삶이야 말로 꿈꿔볼만 하지 않을까요. 아, 이또한 너무 이상적이고, 낭만적인가요. 하하. 답은 저마다 고민하고 내릴 것이라 생각하며,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꼭 노력하는 태도는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한 발 더 나아간 그 자리부터가, 언제나 또 다른 노력의 출발점이기도 하니까요.
제가 기억하고 있는 표현 중에 "지성무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극한 정성은 쉬지 않는다" 라는 뜻인데요. 습관이라는게 결국 어떤 일도 할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나쁜 습관이 있다면 지금 당장 "전쟁"같은 각오를 하고 결단해야 하며, 중요한 일부터 제대로 하는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고민하고 반드시 철저하게 실천해야 합니다. 우리가 좀 더 성숙해 나갈 수 있기를, 좀 더 참여해 나갈 수 있기를, 자신의 의견과 목소리를 가질 수 있기를, 저는 소박하게 꿈꿉니다. 오늘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을 꼭 힘차게 응원하고 싶네요. 지금의 모습이 전부는 아닙니다! 혹여 나쁜 날이 있었더라도 기죽지 않고, 절대로 힘내시길 바랍니다! / 리뷰어 시북.
(※이 자료정리는 최태성 선생님의 한국사 강의를 노트로 요약하고, 메모를 함께 쓴 것입니다. 개인적 용도로는, 공부방 등 에서 활동할 때, 보조 자료나 참고 자료, 혹은 글쓰기 영감을 위한 데이터베이스 이기도 합니다. 그 사람들은 왜 그렇게 생각했는가? 거기에 대한 일종의 고찰이기도 합니다. 키워드 형태로 중요한 부분들은 나름대로 강조해 두었습니다. 크게 바라는 것은 없으며, 다만 짧게나마 영감의 시간이 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