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한국사

조선 후기 군사 제도의 변화 - 5군영과 속오군

시북(허지수) 2013. 8. 5. 23:50

 설명하자면 복잡해지고, 암기하자면 단순해지는, 조선 후기 군대의 변화를 살펴보는 문서입니다. 간단히 핵심부터 정리하면, 전쟁을 거치면서, 중앙군은 5군영 체제로, 지방군은 속오군 체제로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중앙군은 이제 급료를 주는 시스템으로 바뀌며, 보다 튼튼한 군대를 추구했고요. 그러면 차분하게 한 번 군사 제도의 변화를 살펴보도록 할까요.

 

 먼저 중앙군의 변화. 기존의 5위에서 → 5군영 체제로 바뀝니다. 뭐가 달라졌는고 하니, 훈련도감이 생기고, 수도 외곽까지도 중앙군이 직접 관리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훨씬 방어하는 지역이 넓어진 셈이지요. 전쟁으로 인해, (임진왜란 때 엄청 깨졌잖아요) 수도의 수비가 이래서는 안 된다고 인식한 후, 중앙군은 좀 더 정예로 갖춰야 겠구나 라고 생각한 것이지요. 훈련도감의 군사는 포수, 사수, 살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임진왜란 때 그놈의 왜 조총에게 하도 당하다보니, 포와 활, 창과 칼 다방면으로 대응책을 모색했습니다. 무엇보다 훈련도감은 의무병이 아니라, 돈을 받는 급료병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특히 훈련도감은 시험에 자주 나오는 편이고, 임진왜란에서 정유재란으로 이어지는 과정 속에서 "훈련도감, 속오군 신설" 이라는 대목이 지문 단골손님 입니다.

 

 여하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군역이 요역화 되었다는 점도 들 수 있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니, 대립제와 수포제를 통해서 군대에서 빠지는 사람이 자꾸 확산되어 갔다는 거지요. 대신 군대를 보내는 대립제, 포를 내고 빠지는 수포제가 점점 많아지면, 대체 나라는 누가 지킨단 말이에요? 그죠. 다시 말해, 의무병 체제로는 더 이상 군대가 강력하게 작동되지 못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훈련도감이 생기고, 이제 중앙군은 급료병으로 이룰 수 밖에 없었지요.

 

 지방군의 변화도 큰 맥락은 비슷합니다. 영진군 체제에서 속오군 체제로 개편 이 됩니다. 과정을 천천히 살펴봅시다. 영진군이 무엇인가, 복습을 해보면, 군사요충지에 영과 진을 쳐서, 이 지역을 "지역방어" 한다는 개념입니다. 조선 전기에는 이처럼 지역을 자체적으로 방어하는 것을 중시하였습니다. 다른 말로 이걸 진관 체제라고 하는데요. 진관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아무래도 군인들의 숫자가 많아야 합니다. 뭐, 기본적으로 조선은 양인개병을 원칙으로 하고, 양인은 누구나 의무병이라고 하는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정작 제대로 된 군인의 숫자는 자꾸 자꾸 줄어들어 갑니다. 역의 문란으로 이리저리 다 빠져나가고 있는 형편이니까요. 왜란 전까지 평화롭기도 했었고요. 어쨌든, 이래서야 인원도 부족하고 지역을 제대로 지킬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잖아요.

 

 그래서, 16세기 조선은 제승방략이라는 전략을 들고 나옵니다. 일단 진을 더 크게 만들었고, 외적이 쳐들어 오면, 밀리는 지역을 다함께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갑니다. 중앙에서도 장수를 보내어 이들을 돕습니다. 인근의 진에서도 도우러 오고요. 이를테면 옆 지역의 군인까지도 함께 모여서 싸워나가는 것입니다. 군인을 한데 모아서 막아보세! 취지는 그럴싸하고 좋아보이는데, 아무래도 현실은 녹록치가 않았습니다. 임진왜란 당시, 이 제승방략 체제는 터무니 없이 붕괴되고 맙니다. 오히려 지역방어라는 진관만도 못했지요.

 

 왜냐하면, 임진왜란 때, 초반 방어가 와장창 깨지면서 한 지역이 무너져 버리자, 후방이라는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지역 방어는 그나마 중요한 몇 지역을 차례차례 막아보자는 개념이라면, 제승방략은 힘을 모아서 승리를 만드려고 했는데, 오히려 모아둔 군인이 한 번 깨지기 시작하자 수도까지 한 방에 쭉 뚫리고 말았습니다. 계란을 너무 한 곳에 담았다가 깨진 판국이지요. 물론 조선 전기까지 의무병이라는 한계도 있었고요. 즉, 군사 전략이라는게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지도 하나 그려놓고, 멋지게 계획을 세울 때까지는 그럴싸 하지만 현실은 참으로 비참하게 흐를 때도 있습니다.

 

 자, 이리하여 임진왜란 이후에는 다시 진관체제로 복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름은 "속오군 체제"라고 바뀌었지요. 그럼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아니 지역 방어 하려면 군인이 많이 필요하다면서요? 안 그래도 군인들 다 빠져나가는데 어떻게 마련한단 말이에요? 네, 그래서 중앙군은 급료병이라는 선택을 하잖아요. 속오군 체제로 바뀌며 지방군 역시 커다란 변화를 맞이합니다.

 

 제도적으로 이제 신분을 따질 겨를이 없이, 양반과 노비도 일단 싸워야 한다고 정해버린 겁니다! 또한 각 지역 수령 중심의 수비 방어를 구축하게 되었고요. 아 물론 양반과 노비는 생업에 종사하다가 유사시에만 군으로 편성되는 이른바 예비군적인 성격이 있습니다. 또한 형식적으로 양반들은 이름만 올려놓고 다 빠져나가고, 여러 이유를 대면서 군역을 피하지만, 어쨌든 제도적으로는 이렇게 갖추어 놓았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한편, 천민의 경우 이제 군역을 지다니 사회적인 대우가 그나마 조금 상승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덧붙여, 조선 전기도 비정규적 성격의 잡색군이 있었긴 합니다만 거의 작동되지 못했지요, 전쟁을 거치면서 조선 후기에는 "예비군이 아예 편성되어 있다는 것"을 기억해 두면 좋겠네요. 이렇게 다양하게 중앙군과 지방군이 변화를 맞이한 것도 따지고보면 군사적 힘을 올리기 위한, 어쩔 수 없었던 궁여지책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여기까지, 조선 후기 파트에서도 상당히 어려운 군사 제도의 변화 부분이었지만 암기보다는 이해를 한 번 해보는게 중요하겠다 싶었습니다. 전쟁으로 군사제도가 바뀐 상황과 그 배경을 잘 생각해보자는 거지요. 전쟁의 충격으로 많은 것이 바뀌었고, 급료병으로 중앙군을 정비했다는 점은 특히 중요하겠고요.

 

 오늘의 영감, 아니 거의 여담은 - 추억의 오래된 전쟁영화 머나먼 다리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유럽 최고 수준의 연합군 장성들이, 엄청난 오판으로 독일군과의 싸움에서 허망하게 패배하는 장면을 그린 영화입니다. 장성들이 볼 때, 책상 위에서는 10km 진격 정도야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만만하게 생각하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쏟아지는 포탄과 총탄 속에 1km 진격도 쉽지 않아서 계획이 완전히 틀어져 버리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승방략은 쉽게 쓰면 "승리의 방정식" 이라는 멋진 구호로 포장될 수 있습니다. 얼마나 보기 좋아요, 인근 지역의 군인들이 함께 모이고, 중앙에서의 멋진 지휘 앞에 적들을 일망타진 한다는 느낌. 그러나 현실은 각 지역의 군사를 모으기 어렵고, 중앙에서 장수를 보내도 도착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후방이라는 수습 개념이 없어서, 한 번 깨지고 난 다음에 속수무책이 되고 맙니다. 그래서 저는 승리만을 생각하는 발상은 가끔 위험한게 아닌가 우려합니다. 지나친 자신감은 독이 될 수도 있고요. 역사적으로도 연전연승하는 지도자 보다는, 실패를 경험한 지도자가 더 현명한 선택을 할 때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조선의 광해군은 전쟁으로 비참해졌던 조선의 현실을 보고, 과감하게 중립외교를 추구하기도 합니다. 일이 잘못 되었을 때를 염두하고, 대비를 한다는 것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현실이 아닌, 거짓이나 환상에 기대고 있다면, 사실 우리는 얼마든지 멀리 갈 수 있고, 세련되게 포장될 수 있고, 세상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들뜨기도 합니다. 그러나, 정작 그 판타지에 마비되어서, 현실로 돌아오지 못한다면 참 비극적이지 않겠어요. 순간적 즐거움을 주고, 우리를 유혹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이렇게 하면 지름길로 갈 수 있다는 달콤한 말도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현실을 볼 수 있는 냉정함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문제를 제대로 봐야, 어떻게든 해결책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상상하면 무엇이든 이루어진다는 판타지 보다는, 현실을 바라보며 오늘 이것 한 가지는 바꾸겠다는 그 작은 행동이 우리를 앞으로 가게 이끈다고 생각합니다.

 

 아 너무 냉혹한가요. 하하. 그렇다면, 좀 다르게 이야기해 본다면, 결국 말하는대로 됩니다. 말하는대로 행동하다보면 우리의 모습은 그쪽으로 변해갑니다. 심리학에서 액션 트리거를 거는 방법이라고 표현하는데, 할 일을 종이에 구체적으로 써놓고 체크해 보는 "아주 작은 시도"를 해보면, 그 써놓은 일을 실제로 할 가능성이 아주 높아집니다. 그래서 꼭 해보고 싶은 일을 적어보는 버킷리스트 같은 계획이 정말로 실현되기도 하는 거지요. 어쨌든 현실을 바라보는 것은 잊지 마세요. 잘 알려진 체 게바라의 말처럼 불가능한 꿈을 꾸더라도, 현실주의자가 되어야 합니다. 만만하지 않은 현실이지만, 힘내시길 언제나 응원하며. / 리뷰어 시북.

 

(※이 자료정리는 최태성 선생님의 한국사 강의를 노트로 요약하고, 메모를 함께 쓴 것입니다. 개인적 용도로는, 공부방 등 에서 활동할 때, 보조 자료나 참고 자료, 혹은 글쓰기 영감을 위한 데이터베이스 이기도 합니다. 그 사람들은 왜 그렇게 생각했는가? 거기에 대한 일종의 고찰이기도 합니다. 키워드 형태로 중요한 부분들은 나름대로 강조해 두었습니다. 크게 바라는 것은 없으며, 다만 짧게나마 영감의 시간이 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