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을 조금 민망하게 출발하자면, 저는 특정 게임 동호회에서 대략 10년 넘게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직접적인 일은 거의 하지 않고, 주로 다른 좋은 분들에게 운영 업무 일을 떠넘기는 것이 주된 임무이다보니, 유비스타일이라고 놀림받을 때도 제법 많습니다. 때때로 혹자는 "상황파악은 할 수 있지만 게으른 보스"는 최악까지는 아니에요! 라고 애써 위로해주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상황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부지런한 보스가 되면, 모두가 피곤해지는 자멸의 길을 걷기도 한다네요. 여하튼, 저는 성실하지 못하다는 엄청난 약점을 갖고 있어서, 고민이 되었습니다. 변화를 추구하고 싶어서, 리더십 철학책을 집어들었습니다.
책 한 권에 무슨 커다란 기대를 거는 편은 아닙니다. 그저 조금이나마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내용을 흡수할 수 있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편이지요. 저는 처음부터 "배드 보스"만큼은 피하자 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할 수 있는 작은 일이 더 있지 않을까, 이제는 비올 때를 준비해서 우산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최근 이런 느낌들이 계속해서 들기도 했고요. 이번 리뷰에서는 개인적으로 도움을 받았던 대목 몇 가지를 구체적으로 소개해 볼까 합니다.
저자 : 로버트I.서튼 / 배현 역 / 출판사 : 모멘텀
출간 : 2011년 06월 05일 / 가격 : 13,000원 / 페이지 : 283쪽
정면으로 바로 들어가자면, "내가 바로 또라이 보스일지 모른다" 라는 자각이 있어야 한다는 점! 이런 경계심을 가져야 함부로 행동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남들이 보스를 판단하는 그 시선이, 보스 스스로가 생각하는 시선 보다 더 정확하다는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나는 괜찮은 보스야 라고 자뻑하고 있어봐야, 진실은 "저 또라이(asshole) 보스 때문에 미치겠네!" 라는 남들의 시선이 더 맞다는 것입니다. 냉정하게 말해, 권력은 사람의 판단력을 오염시킬 수 있음을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 책에서는 권력을 얻게 되면 무슨 변화가 있는지 소개됩니다. "힘든 친구나 실패담 같은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들었을 때, 공감하고 함께 괴로움을 느끼려는 경향이 줄어듭니다.", "더 나아가 남을 의식하지 못하는 행동을 합니다. 발언을 무시한다거나, 듣는 귀가 차단되어 버립니다." 중요한 점은 멀쩡한 사람 조차도, 감투의 힘에 의해서 이렇게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은 보스가 될 수 있냐고요?
누군가가 나의 행동을 날카롭게 꼬집으며, 기분 나쁜 이야기를 할 때, 그것을 들어보고 타당한 점이 있다면 감사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렇게, 좀 더 나은 모습으로 변화하려고 노력할 때, 우리는 좋은 보스의 가능성이 열립니다. 당연히,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많은 리더십 연구결과가 알려주듯이, 미국 대통령 중에 존경받는 사람은 한 손가락에 꼽힐 만큼 적습니다. 또한, 남의 말을 경청하는 리더 보다는, 비판적인 의견을 내는 사람을 내쫓는 리더가 더 많습니다. 듣고 싶은 달콤한 말만 원하고 있다면, 자신을 되돌아보며, 이러다 우리가 또라이 보스로 갈 수 있음을 경계합시다! 당신이 있어서 감사합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면 최고의 상관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책은 결론이 참 쉽고 단호합니다. "그 사람 밑에서 다시 일하고 싶은가?" 여기에, 부하가 YES라고 나온다면, 정말 인생을 감동스럽게 산 것입니다. 구체적 사례로는, 존경받는 경찰이 한 명 나오는데, 이 사람이 심야조에 일이 편성되었어요. 당연히 누구나 기피하는 힘든 심야조 입니다. 그런데, 단지 이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어서, "내가 이번에 (낮근무대신) 그와 함께 심야조 할래!" 라고 사람들이 자원합니다. 함께 있으니까 즐겁고, 고맙고, 힘이 되는 사람이 된다면, 이런 인생은 "굿 보스"라 부를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더 언급한다면, "타인의 감정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가?" 즉, 따르는 사람들의 감정을 세심하게 파악할 때, 훌륭한 보스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결론들을 종합해 봤을 때, "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고, 챙겨주는, 배려심 있는 보스가 사랑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이런 멋진 보스를 만나게 된다면, 정말로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우리가 좀 더 높은 지위에 올라갔을 때,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훨씬 사람들이 행복해질 것이라 확신합니다.
현명한 보스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의심과 질문"이라고 합니다. 자신의 지식을 의심할 정도의 겸손함이 있어야 합니다.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때로는 드러내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질문에 답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하는 보스가 되어야 합니다.
만약, 이걸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대략 이렇습니다. 자기 확신에 차 있으며, 단정적으로 발언하며, 질문에 답하는 똑똑한 보스. 이게 오히려 배드(BAD)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환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잘못이 있다면, 사과를 하고, 방향을 수정할 수 있을 때, 들이닥치는 거대한 암초를 피해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래 전에 보았던 refine 의 의미가 떠오릅니다. 다시 끝내고, 또 다시 끝내고, 그렇게 계속 다듬어가다보면, 세련되어지고, 정제되어진다고 합니다.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의 큰 혁신의 비밀은, 언제나 지금 갖고 있는 것에서 출발하는게 아닐까요?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잘 다듬어가면, 훨씬 더 좋은 조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한 걸음만이라도 더 노력하려는 관리자가 된다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리뷰를 마치며, 긴장감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진보와 발전으로 부터 등을 돌려버리고, 현재만 바라보며 만족감에 젖어있다면, 그 결과는 결코 현상유지가 아니라고 합니다. 그 결과는 "퇴보"일 뿐이라는 혹독한 말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만족스러울 때, 조심해야 합니다. 어떤 이들은, 왜 그렇게 세상을 피곤하게 사느냐고 쏘아붙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굿 보스가 되는 길은, 고민하는 길이며, 행동하는 길일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배드 보스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공감하는 능력이 살아 숨쉬는 인간이 되고 싶으며,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질문해보는 인간이 되고 싶으며, 그렇게 사람들과 함께 인생을 누려간다면, 그것이 제가 가진 하나의 바람이라 하겠네요. 다른 보스분들과, 그리고 사랑하는 동호회 식구들과, 함께 대안을 나눠보고,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간다면, 미래는 어둡지 않을 것 같습니다. 불확실해도 괜찮아요! 중요한 대목은, 우리가 가진 것을 돌아보고, 성공적인 의사결정을 해나가는 것, 앞으로 그렇게 한 발 더 나가보고 싶습니다. / 2013. 11.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