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책

일심일언 리뷰

시북(허지수) 2013. 11. 12. 15:15

 수년 전, 저는 이나모리 가즈오의 "왜 일하는가"라는 책을 읽고, 많은 영향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사고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회장님의 고언이었지요. "나는 부족하고 지식도 기술도 없지만, 의지는 있습니다. 반드시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일반적인 이야기와는 한참 달랐습니다. 의지보다는 기술이 더욱 중요한 것 같고, 지식은 미래 사회의 원동력일 테니까요. 그럼에도 저는 이 말을 가슴에 오래 도록 담아두었고, 주어진 것들을 사랑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좀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저는 안 그래도 의지부족에, 실행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사람이었기에, 할 수 있을까를 걱정할 때가 더 많았습니다.

 

 한참이 흘러서야 "의지"가 지식이나 기술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을 서서히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국회의원으로 활약중인 안철수 선생님이, 젊은 시절에 백신의 달인으로 활동했던 원동력도 근본적으로 안샘이 컴퓨터 지식과 기술이 탁월해서가 아니라, 누구보다 강인한 의지를 가지고 매일 새벽에 괴롭게 눈을 떴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안샘은 일단 잡지에 컴퓨터 이야기를 써보겠다고 약속해놓고, 일정에 맞추기 위해서, 독하게 공부를 했었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모르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의지가 없는 게 문제 입니다. 그 후, 저의 고민은 의지를 갖추기 위해서 어떻게 할 것인가? 로 초점이 넘어갔습니다. (아래에서 계속...)

 

 저자 : 이나모리 가즈오 / 양준호 옮김 / 출판사 : 한국경제신문사

 출간 : 2013년 06월 05일 / 가격 : 13,000원 / 페이지 : 204쪽

 

 

 저는 꽤 무식한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일단 해보자", "하자, 하자, 하자", 그렇게 지속적으로 자기 암시를 걸거나, 미리 종이에다가 계획을 써놓는 등, 심리학적 접근을 이용했습니다. 요즘은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라도, 일단 도전해보자 라고 까지 의식이 약간 발전했습니다. 아니 어쩌면, 예전보다 확실히 무식해진 것인지도 모릅니다.

 

 근래에는 이런 이야기도 보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볼 때 허접한 결과물일지라도, 누군가는 웃을 수 있다면, 충분한 거 아닐까." 좀 더 망가지고, 실패할지 모르나, 계속 즐겁게 도전해보는 삶을 원하게 되었고, 놀랍게도 예전보다 훨씬 행복해졌습니다. 여전히 부족하고, 또한 여전히 지식도 기술도 없지만, 의지만큼은 컨트롤 하려고 힘내며 살아갑니다.

 

 이나모리 가즈오의 철학은 "인생살이가 사실 괴로운 일 투성이지만, 그래도 힘내는 수 밖에 없어! 오늘도 힘내자! 주어진 일을 열심히 사랑하자!" 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40페이지에 딱 나오는데, "스스로 불타오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이번에도 역시 스스로 힘내자를 강조합니다. 저는 사소하지만, 이 표현이 너무나, 정말이지 아주아주 좋습니다.

 

 어린 시절에 저는 "인생에서 중요한 기회는 반드시 세 번쯤은 온다"는 말을 종종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말이 싫더라고요. 아니 왜? 매일이 중요한 기회라고 생각하면 되잖아! 저는 그런식으로 생각했고, 은사님이 웃으면서, 허허 그게 더 낫구만 이라고 받아주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말하자면, 좋은 기회가 찾아올 때까지 한참 기다렸다가, 그 기회를 붙잡고서 활활 타오른다면, 어쩐지 기다리는 사람, 기회주의자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원뜻은 기회에 올라타기 위해서, 치열하게 준비하라는 좋은 의미가 담겨있다고 봐야겠습니다만, 제가 어린 시절 삐딱선 전문이다 보니까... 하하)

 

 그런데 부끄럽게도, 저는 이미 지나간 20대 시절의 많은 시간을 그렇게 "기회를 찾아서", "영감을 찾아서" 이리저리 헤매며 보냈습니다. 어떻게 하면 삶이 자극을 받을 수 있는지 골몰하기도 했고, 충격적 사건을 겪으면 나도 달라질꺼야! 라고 안일하게 현실을 피할 때도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았습니다. 사람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그냥 지금의 모습을 사랑하고 껴안고서, 한 걸음씩 열심히 살아가는게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그러므로, 스스로 열심히하고, 스스로 불타오르는 사람이 된다면, 그런 사람이 어느 집단에서건 꼭 필요한 인물이 된다는 이나모리 회장의 표현이, 저는 진실이라고 지금은 확신합니다.

 

 혁신에 대해서도 중요한 힌트를 얻게 되었습니다. (104p) "안으로 눈을 돌려보자. 지금 하고 있는 일의 가능성을 믿고 개량해보자.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큰 혁신을 이룰 수도 있다." 이나모리의 철학은 한결같이 이렇게 흘러간다고 생각합니다. 답이 외부나 바깥에 있지 않습니다. 이미 발 밑에 가능성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인가, 내가 경험한 것이 무엇인가, 그리고, 여기서부터 출발한다고 생각하니, 살짝 설레기도 했습니다. 이제껏 겪어온 많은 시행착오도 "개량과 연결"할 수 있으며, 부족한 경험 역시 많은 시도를 통해서 쌓아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개량이 엄청난 혁신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오래도록 잘 간직하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오랜 고민이 해답을 얻게 되었으니, 꼭 소개할 대목이 있습니다. 저는 정말 오랜기간 "공익적 삶을 추구할 것인지, 사익적 삶을 추구할 것인지." 고민했습니다. 도덕성이 높은 공공적 삶을 살아간다면, 그것은 고되고 피곤한 일이며, 되돌아오는 보상도 별로 없을 때가 많습니다. 요즈음은 차라리, 그저 평범한 소시민으로서, 주어진 삶을 만족하며 행복하게 살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나 하나 즐기며 살기도 힘들고 바쁜데, 남의 입장을 배려한다는 건 모순같단 말이야..." 하면서요.

 

 나름 순수했던(?) 저는, 어느덧 점점 세상의 풍조와 타협해가며, 물들어가고 있었습니다. 한 때는, 오랜 동호회 운영도 손을 그만 떼려고 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주변 지인분들이 잘 말려주어서, 여전히 작은 책임은 나누어 맡고 있습니다만, 상당부분 후위에 서 있기도 합니다. 민망하지만, 저는 늘 그렇게 공공성에서 도망친 채, 자신만의 성을 쌓으려고 할 때가 참으로 많았습니다. 옛날 유행어를 빌려오면, 좌측 깜빡이 키고, 우회전 하는 삶 같았습니다. 공익이 멋있어 보이지만 피곤하니까 외면하고, 덜 멋져도 사사로운 이익을 놓칠 수 없지! 라는 느낌이 왕왕 들었습니다.

 

 이나모리 가즈오의 일갈입니다.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196p) "타인의 즐거움과 감사를 받는 뿌듯함, 이것이야말로 돈으로도 살 수 없고 세상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대가 아닐까." 무엇인가 의미 있는 일에 몸을 바쳐 노력하는 사람은, 결코 무의미한 시간을 사는 것이 아닙니다. 무거운 책임을 안고서, 한순간도 마음이 편하지 않아, 매 순간 정신없을 정도로 노력을 거듭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런 인생이 있기에, 보다 많은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물론, 저는 그 정도의 경지로 살아갈 자신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앙드레 말로의 표현처럼, 오래도록 가슴에 품고서 살아가다보면, 마침내 조금은 닮아가지 않을까 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주은래 총리는 통장 하나 없이 살았던 청렴한 사람이었습니다. 역시 저는 평생을 마음을 닦아도, 그 정도로 살아가지 못할 겁니다. 그러나 통장에 숫자가 올라가는 모습에 흐뭇해 하기 보다는, 얼마나 사람들과 함께 나누며 살았느냐로 기억되고 싶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자신의 인생과 경험을 소중히 여기며, 할 수 있는 일들을 쉼없이 해나가며, 매일을 즐겁고 성실하게 살아간다면, 충분히 멋지겠구나 싶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표현을 명심하고자 합니다. "하루 이틀 제외하는 것을 쉽게 생각해서는 절대 제대로 경영할 수 없다. 원하는 목표에는 끝내 도달할 수 없을 것이다. 경영이란 도박이나 한 판 승부가 아니며, 급소를 찔러 쟁취하는 바둑 명인의 기예도 아니다. 착실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하는 활동인 것이다." 일본에서 1991년도에 나왔던 책이, 지금까지도 널리 사랑받는 까닭은, 선명한 하나의 기준을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하루를 힘내서 열심히 살아가기" 부디 절대로 삶을 귀찮아 하지 않고, 힘내며 살아가기를 희망합니다. 우리가 스스로 불타오르는 인생이 되어간다면, 놀라운 장면들을 계속해서 만나게 될 것입니다. 이 얼마나 기쁘지 아니한가요! / 2013. 11.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