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한국사

독립협회 2부 - 관민공동회와 헌의6조 채택

시북(허지수) 2013. 11. 27. 13:41

 지난 문서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정부가 민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자, 파격적이고 놀라운 일들이 하나씩 펼쳐집니다. 우선 진보적인 성향의 박정양 내각이 탄생되었습니다. 과거에 박정양은 조사시찰단으로 파견되었던 사람이었고, 개화파 정치인이자, 개혁적인 모습을 지향했던 인물입니다. 이것이 무슨 의미인가 하니, 기층민중들의 요구를 많이 들어주려고 했고, 정치 시스템에도 적극적으로 반영하려고 노력하는 등, 전반적으로 진보적 성향이 지금 정치권력을 얻는데 성공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안구에 습기차는 서재필 강제추방이 있었습니다만, 우여곡절 끝에 대한제국이 아주 대담한 선택을 한 셈입니다. 정부의 고위관리 박정양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고종 황제께서 우리 관리에게 명하기를, 사람들이 모이는 이 자리에 참석하여, (이국편민利國便民→) 나라를 이롭게 하고 백성을 편안하게 할 방책을 들어보라고 하셨소. 그래서 정부에서도 왔으니, 여러분들은 말씀을 하시오. 협의한 이야기들을 황제에게 아뢰겠소." 어딘지, 설레이지 않으십니까. 1898년 10월 29일, 조선이 크게 바뀔 기회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박정양 내각의 관리들이 합류하면서 10월에 대대적으로 열린 것이, 관민공동회 입니다. 그리고 이 무렵 독립협회는 온건한 윤치호계가 이끌어 나가는 흐름도 볼 수 있습니다. (서재필은 이미 5월에 추방되어 타국으로...) 다르게 접근한다면, 정부 입장에서도 완전히 양보만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싸움닭 같던 강경하고 급진적이었던, 한마디로 부담스러웠던 서재필이 주도하는 독립협회가 아니었습니다. 이제는 상당히 온건한 윤치호계의 독립협회라면 어느 정도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윤치호계는 고종 황제의 권위도 인정해주는 것 같았고, 따라서 정부도 마음을 놓을 수 있었고요.

 

 그렇다면, 관민공동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첫 연사로 나선 놀라운 인물이 있습니다. 백정 출신 박성춘이 단상에 올라 연설을 합니다. 갑오개혁(`94)에서 신분제가 법적으로 폐지되었고, 그로부터 몇 년후, 지금 백정 출신의 박성춘이라는 사람이, 높으신 관리들이 앉아있는 상황에서도 당당히 연사로 나와서 연설을 하는 겁니다. 말하자면, 독립협회에서는 지금 이렇게 세상이 달라졌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이런 걸 두고 세상이 변했다고 하는거겠지요.

 

 관민공동회에서는 "헌의 6조"가 채택되었습니다. 중요한 대목이니, 하나씩 볼께요. 정치면에서는 입헌군주제를 지향합니다. (*약간의 보충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물론 헌의6조 시작부분에 있어서는 전제황권을 공고히 한다라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반면, 이 조항 외에는 죄다 황제권 약화를 주장하고 있고요. 그러니까, 전제황권을 공고히 한다 라는 대목만큼은, 일종의 정치적 타협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집어넣은 첫 조항이라고 봐야겠지요. 대한제국에서 고종 황제를 무시하는 조항만 넣어서 일을 처리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웠을테니까요. 따라서 실질적으로 헌의6조에 담긴 취지는 황제권 약화의 측면이 나열되고 있습니다.)

 

 경제 면에서는 (추진 도중에 중단되었던) 탁지부로 재정일원화를 주장합니다. 참, 덧붙여 어디로 재정일원화가 되는지가 일종의 키워드니까 이것도 정리해두면 좋겠네요. 갑신정변 때는 호조, 갑오개혁 때는 탁지아문, 헌의6조에서는 탁지부! 키워드를 지문에서 잘 파악하면, 도움이 될 때가 있습니다 :)

 

 사회면에서는, 피고의 인권을 존중하라는 문구가 등장합니다. 인권이라는 단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네요. 인권은 근대를 상징하는 새로운 단어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인권은 예전부터 내려오던 개념이 아닙니다. 사실 인권이라든 단어 자체가 서구에서 만들어진 개념을, 수입해서 가져온 새로운 신조어 였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옛 시대에 피고의 인권이 어디있었을까요. 너 죄인이지? 사실대로 불어! 이러면서 주리를 틀어버리고... 여하튼, 이제 그러지 말자는 겁니다. 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고문을 통해서 진실을 알아내려 한다? 그건 비근대적인 발상이라는 겁니다.

 

 하여튼, 헌의 6조가 채택되자, 입헌군주제가 지향되었고, 중추원 관제가 선포되었습니다. 다른 말로는, 의회 설립 운동이라고도 합니다. 중추원은 쉽게 말해 지금의 국회라고 보면 됩니다. 그러면 지금 의회가 생기는거에요? 네, 거의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상황이 흘러가는게 놀랍고, 장난 아니지요. 국회의 초기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중추원을 구성하고자, 왕이 추천하는 사람이 25명, 민간 추천이 25명, 이렇게 결정해 중추원을 선포하려고 했고, 지금 그 역사적 순간의 문이 열리고 있습니다. 기층 민중이 정치 권력을 손에 넣게 되는 이 순간. 이 엄청난 발전을 맛보려는 이 순간.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요?

 

 자, 이런 파격적 구조는 당연히 모두가 좋아하는 모습이 아니었다는 점이 힌트입니다. 민과 함께 가려는 상황이 전개되자, 기득권 세력들이 조직적으로 반발하게 됩니다. 역사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다만, 우리가 매번 이런 경우를 보면서 생각하게 되는 점이 있다면, 권력을 사익을 위해서 쓰느냐, 아니면 권력을 공익을 위해서 쓰느냐에 따라서 세상은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정말로 중요합니다. 이들이 사익을 위해서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 그 권력이 침해받을 때 극렬하게 반발할테고, 조금도 떼어주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때가 되면 물러날 줄 아는가, 가진 것을 양보할 줄 아는가, 저는 지금도 그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종종 던져보면서 가진 것에 집착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기울입니다. 그러지 않으면, 얼마든지 스스로가 괴물로 변해갈 수 있음을 자각하기 때문입니다.

 

 기득권들은 필살의 음모론을 꾸며냅니다. 공화제 음모론을 꺼내들었습니다. 예컨대 이러다가 박정양 대통령이 등장할 것이다, 이러다 고종이 폐위될 것이고, 이건 역모나 다를 바 없다! 라는 기득권들의 카더라 통신이 발동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찌라시 통신에 슬쩍 기대는 것이지요. 이렇게 자기네들에게 유리하게끔, 교묘하게 상황을 왜곡시켜서 전달해 버립니다. 수구파들이 "전하, 이들이 하는 일은 반역입니다." 라고 전하자, 고종이 깜짝 놀랐습니다.

 

 벌써 마지막 대목이네요. 곧바로 고종은 지금 추진되고 있는 일들을 다 거두어 버립니다. 헌의6조니, 중추원이니 다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후에는, 뒤에서 정부가 보부상 단체인 황국협회를 조직하고 밀어주며, 독립협회를 공격해 버립니다. 끝으로, 1898년 12월에는 군대를 동원해서까지, 독립협회를 강제로 해산시켜 버렸고요. 독립협회가 사라지자, 대한제국은 99년 광무개혁을 거치며, 황제권 강화 노선을 걷게 된다는 것은 예전 문서에서 살펴본 바 있습니다. 앞으로 조선은 어떻게 되는걸까요? 조선의 마지막 장면들을 앞으로 만나게 되겠지요. 신나는 근대사 이야기, 다음 문서에서 계속됩니다!

 

 독립협회의 내용들은 이 동영상을 보시면 이해에 도움이 될 꺼에요. 5분사탐 ▶ http://youtu.be/UQbiOr6Aaao

 

 오늘의 영감 - "세상은 점으로 연결되어 있다. 미래는 알 수 없다. 다만 과거와 현재의 점을 연결해서 미래의 모습을 볼 수 있을 뿐이다.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어 있듯이, 현재와 미래도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유명한 스티브 잡스의 말입니다. 약간 표현을 다르게 해본다면, 지금 찍어놓는 점 하나가, 미래의 어떤 모습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을 아주 특별하고 소중하게 보내야 하며, 할 수 있는 한 치열하게 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역으로 말해, 우리는 미래를 알 수 있습니다. 과거에 했던 나쁜 습관을 되풀이 하고 있다면, 똑같은 결과를 얻게 될 뿐입니다. 쉽게 비유해, 오늘부터 열심히 살아야지 라고 다짐하고 며칠 후 다시 PC방을 드나들고, 현실도피의 스위치를 올린다면, 그 다짐은 결국 아무 의미가 없는 셈입니다. 그래서 저는 매일 우리가 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두 가지 이야기만 꼭 덧붙이고 싶네요. 하버드 하워드 교수의 말입니다. "내가 왜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까지 친절과 선의로 대하려고 하느냐고? 그건 말이지... 결국 누군가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돌아온다고 믿기 때문이라네." 다음은 또한 하버드의 정치학자인 로버트 퍼트넘의 말입니다.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그저 당신을 위해 그 일을 하겠습니다. 미래에 다른 누군가가 내가 당신에게 한 것처럼 내게 해주리라 확신하면서요." 벌써 2013년이 저물어 갑니다만, 한결같이 도와주시고, 격려해주시고, 사랑해주시는 분들로 인해 더 기쁘고 즐거운 삶이 되는 것 같습니다. 항상 고맙습니다. / 리뷰어 시북.

 

(※이 자료정리는 최태성 선생님의 한국사 강의를 노트로 요약하고, 메모를 함께 쓴 것입니다. 개인적 용도로는, 공부방 등 에서 활동할 때, 보조 자료나 참고 자료, 혹은 글쓰기 영감을 위한 데이터베이스 이기도 합니다. 그 사람들은 왜 그렇게 생각했는가? 거기에 대한 일종의 고찰이기도 합니다. 키워드 형태로 중요한 부분들은 나름대로 강조해 두었습니다. 크게 바라는 것은 없으며, 다만 짧게나마 영감의 시간이 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