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노라는 게 있습니다. 하나를 쓰러뜨리면, 줄줄이 넘어져가는 재밌는 놀이이자, 사실상 엄청나게 고된 놀이이기도 합니다. 어릴 적 추억에 의하면, 도미노 몇 백개를 공들여서 세워 놓고 완성해 놓았는데, 정작 시작해보니까 중간에 다다다닥 쓰러져 나가다가, 앗! 하며 도중에 멈춘 적이 많았습니다. 간격에 잘 맞게 세우기가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하여간, 장황한 도미노 이야기에는 비밀이 있습니다. 도미노는 1.5배의 크기까지도 넘어뜨릴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배열만 정교하게 잘한다면, 아주 작은 힘으로, 그러니까 손가락으로 톡 치는 힘만으로도, 1미터가 넘는 합판 도미노를 넘어뜨릴 수 있습니다. 이 책의 핵심메시지는, "인생의 첫 도미노"를 찾으라는 것입니다. 그걸 출발으로 놀라운 결과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적인 이야기 입니다.
성공이라는 것이, 우연으로 일어나거나,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며, 오직 순차적으로 다가가게 된다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만약 지식이 풍부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오랜 시간에 걸쳐서 지식의 도미노를 계속 쓰러뜨려왔기 때문에, 남다른 경지에 이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아주 유명해진, 1만 시간의 법칙 이야기와 통하는 구석이 있습니다. 한 가지를 10,000시간 이상을 투입했을 때, 월등한 경지에 다가갈 수 있다는 이야기 입니다. 연관되어 있는, 조지 패튼 장군의 한 마디가 인상적입니다. "스스로 결정한 단 하나를 위해 노력하는 외골수가 되어라"
저자 : 게리 켈러, 제이 파파산 공저 / 구세희 역 / 출판사 : 비즈니스북스
출간 : 2013년 08월 30일 / 가격 : 14,000원 / 페이지 : 280쪽
괴테는 가장 중요한 일이 (별볼일 없는) 다른 일들에 의해 밀려나서는 안 된다고 표현합니다. 이것은 살아가면서 손대지 않아도 되는 일들이 있음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중요한 몇 가지, 혹은 극단적으로 중요한 한 가지만이라도 제대로 하는 하루를 보내는 게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쩌면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야 할지도 모릅니다. 다른 일들을 "포기"해야 하니까요.
제가 책을 편식했을 수도 있지만, 올해 보았던 여러 책에서 "차단"의 중요성을 언급했습니다. 구체적인 예로, 삶을 낭비하게 만드는 나쁜 습관부터 끊어라, 타인과 비교하는 마음을 줄이고 자신의 어제와 비교하라, 혁신적인 것은 발 밑에서 나오고 좋아보이는 생각에 NO라고 말하면서 발전이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대체 어떤 도미노를 선택해야 할까요? 자신의 재능과 길을 찾는다는게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최소한, 우리는 실현 가능한 것을 붙잡고 노력해야 할테니까요.
예를 들어봅시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원대한 시간 관리 계획표를 세워놓고, 삼일 혹은 일주일만에 지쳐서 빼곡한 계획을 집어치우거나, 대폭 수정하게 됩니다. 부끄러운 고백을 하자면, 값비싼 프랭클린 플래너를 선물받아, 이제부터 체계적으로 살아봐야지! 했다가, 삼일천하로 끝났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자학하고 좌절했겠지만, 요사이는 나이 들어 능글맞아졌는지 조금은 달라졌습니다. 하하. "아, 세상에 나같은 사람 많을꺼야. 뭐, 그래도 힘내보자!"
물론, 간혹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다며, 정말로 철저하게 계획대로 사는 사람이 있긴 있습니다. 이들은 그 자체로 훌륭한 태도를 이미 습득하고 있으니, 이 리뷰에선 굳이 예외적 소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넘어가겠습니다. 제가 생각해 보고 싶은 것은, 참으로 의지력 약해보이는, 저같은 사람, 우리같은 사람들이 변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선택해야 합니까?
저자는 "크게 생각하라"고 파격적으로 주장합니다. 두렵고 의문이 들 때가 있어도, 계속해서 용기를 가지고 크게 생각하며 해보라는 것입니다. 자신에게 실망하지 말라는 격려이면서도, 그래도 계속 하라는 당부의 채찍이기도 합니다. 적당한 것만 골라서 하다가 평범한 이류에 머물 바에야, 목표를 높게 잡고 대담하게 행동하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사소하면서도 뻔한 접근이 무척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의문이 나를 사로 잡을 때에도, 그것을 품에 안고 계속해서 나의 도미노를 힘껏 내리치라는 발상이 좋았습니다. "이것이 가능할까?" 라는 마음은 언제라도 우리를 공격해 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쉬운 선택, 안전하고 덜 위험한 선택으로 자꾸 눈이 가려 합니다. 그 때가 바로 정신차리고 결단할 때입니다. "해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지만, 그래도 나는 정말 중요한 것을 한 번 해보겠어!"
결국, 메시지를 요약해보면, 충분한 휴식을 취함으로서 정신적 에너지를 가득 확보해 놓고, 절대 방해받지 않는 연속적인 긴 시간 (최소 3-4시간 이상) 을 만들고, 그 시기에 가장 중요한 일을 해보라는 결론입니다. 조금 뜬금없지만, 저는 이 대목에서 즐거웠던 순간이 떠올랐습니다. 주말 아침에 일찍 일어나, 오래된 좋은 친구를 만나서, 한적한 극장으로 달려간 후, 조조 영화를 보고 담소를 나누는 기쁨이, 어쩐지 비슷해 보였습니다. 말하자면, 매일 중요한 일을 해내는 에너지와 시간을 확보해 놓고, 계속해서 시도했을 때, 우리는 삶의 행복을 만나게 된다고 감히 생각해봅니다. 이 간단한 이야기를, 잘 지키고 행동하기만 한다면, 삶이 서서히 다르게 보이지 않을까요.
팁으로는, 두 가지 경계요소를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사람들의 요구를 피하고 거절하는 게 중요합니다. 사소한 일로 인해, 도중에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다시 몰두하기 위해서는 상상 이상의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만약 사람을 만나더라도, 중요한 일을 완수할 시간은 절대적으로 확보해 놓고 만나야 합니다. 어쩌면 이런 외골수 같은 녀석이라고 비난받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인생에서 원하던 삶에 도전해보고, 궁극적으로는 이루는 것 아니겠어요? 심리학자 칙센트미하이가 연구한 바에 의하면, 어린 시절부터 기이한 것을 파고드느라 주변부에 머물렀던 사람 중에 비범한 창의력을 가진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잘해내려는 불가능한 포부를 내려놓는다면, 우리는 훨씬 더 엄청난 일, 실현가능한 놀라운 일을 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둘째로 다른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자기 자신의 마음가짐을 극복해야 합니다. 경영서 작가 댄 히스의 사례는 기막히고 재밌었습니다. "저는 집필에만 집중하기 위해서 중고 노트북을 사서, 인터넷 브라우저를 모두 지우고, 하는 김에 무선 네트워크 드라이버도 다 삭제하고, 구닥다리 기계를 들고 커피숍으로 가요" 인간 의지도 물론 중요합니다만, 환경을 어떻게 통제해 놓느냐가 얼마나 중요한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구체적 장면이라 하겠습니다.
마치며 역설적 이야기를 덧붙여 봅니다. 결핍을 느낀다는 것이, 힘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부족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더 치열하게 살아갈 수 있는게 아닐까 합니다. 대부 시리즈의 감독인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가 말했습니다 "강한 열정을 가지고 시작하는 일은 혼란을 불러오게 되어 있다." 우리는 혼란스러운 일상 앞에서, 뜻하지 않은 사태 앞에서, 자꾸만 원대한 포부를 접어버리는 게 아닐까요. 어려운 당부라고 느껴집니다만, 혼란 앞에서, 결핍 앞에서, 여전히 자신이 그려놓은 중요한 일을 해나가야만, 성과를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어떠하든지 힘내서 하루를 열정으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도저히 상황이 안 돼" 이렇게 스스로 환경의 희생자를 자처하는 것, 이것만큼은 절대로 양보해선 안 되며, 곰곰이 생각하며 길을 찾아내라고 저자는 강하게 호소하고 있습니다. 혼란 속에서도, 상황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되, 거기서 굴하지 않은 채, 계속해서 길을 찾아나서는 태도가 마음에 진하게 남았습니다. 한 가지에 집중하고, 방해요소를 제거하고, 혼란 앞에서도 중도에 멈추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1미터 짜리 초대형 도미노가 등장할 때까지 더 경쾌하게 작은 도미노를 열심히 쳐봐야겠다는 다짐을 해봤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을 안 하고 살아간다면, 결국 후회밖에 남을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여러 측면에서 좋은 자극이 되었습니다. / 2013. 11.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