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한국사

열강의 경제침탈 4부 - 화폐정리사업, 예속되고 마는 조선경제

시북(허지수) 2014. 1. 11. 01:28

 이제 1904년으로 이야기를 진입해 봅니다. 1904년에는 한일의정서를 체결합니다. 여기에는 군용지를 일본이 마음대로 쓰겠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 대한시설강령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조선을 식민지화 하려는 계획이 등장합니다. "조선에 일본인들을 살게 하자!" 이것이 일제가 가진 목표였습니다. 조선땅에 일본인들이 많이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단 땅이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일본은 "조선땅 황무지 개간을 하게 해달라"고 요구합니다.

 

 우리가 한 가지 생각해 볼 대목은, 어쩌면 일본이 겉으로는 노골적이지 않았다는 것을 주목해보고 싶습니다. 즉 일본이 처음부터 "조선땅 다 내놔"식으로 접근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앞서 철도권과 역둔토 이야기도 그렇지만, 강대국은 자신이 가장 원하는 것을 천천히 확실하게 이루어 갑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에이, 뭐 괜찮겠지.", "발전을 위해선 어쩔 수 없어.", 하면서 그렇게 하나 둘, 내주다보면, 결국에는 다 잃고 국가의 기반이 위험해지는 셈입니다. 만에 하나 이와 같은 역사가 반복된다면, 우리는 누구를 탓할 수 있단 말인가요.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 일본은 1904년 무렵에 본격적인 계획들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아무도 관심 안 가지는 황무지 정도는 개간해서, 일본인들이 살께 라고 요구합니다. 이렇게 일본이 토지를 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이듬해인 1905년에는 본격적으로 화폐정리사업을 시행하게 됩니다. 이 대목 중요합니다. 물론 어렵지는 않아요!

 

 화폐정리사업은 간단히 말하면, 기존의 통용되던 백동화를 제일은행권(본위화폐)으로 바꾸는 사업입니다. 일본측 재정 고문으로 파견된 메가타에 의해서 추진되었고요. 이 대목이 의미하는 바는 굉장히 큽니다. 이제는 국내의 화폐 관련도 일본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적 운용에 있어서 화폐라는 중요한 도구를 일본이 마음대로 운용하겠다는 것인데, 따라서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만원의 가치가 있는 백동화를 바꾸려고 들고 왔더니, 온갖 트집을 잡으면서 정당하게 바꿔주지 않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 백동화 화폐는 상태가 안 좋아 보여, 못 바꿔주겠어!" 등등 이런저런 이유를 들먹이면서, 들고 온 백동화를 제대로 평가해주지 않아요. 정말 기가 찰 노릇입니다.

 

 또한, 백동화를 만들어내던 조선의 전환국도 전격 폐지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민족자본이 타격을 크게 입었습니다. 돈을 많이 관리할 수 밖에 없었던, 조선의 상인들과 은행계열은 심각한 피해를 입고 말았습니다. 파산하는 상인들도 있었으니, 뭐 말 다 했지요...

 

 "민족자본에 의한 금융업"이 커갈 수 있는 싹들이 지금 죄다 잘려나가는 모습입니다. 한 나라를 집어삼키기 위해서, 금융쪽을 죄어온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되풀이 될 위험성이 있다는 점, 정말 흥미로운 역사의 장면이라 생각합니다.

 

 (*예컨대 2013년 기준, 우리나라 대부업의 일본자금 비율은 이미 60%를 넘어섰습니다. 저축은행도 일본계 자금들이 줄줄이 인수하며 가져갑니다. 일본 법정 최고금리는 20%, 대한민국은 꾸준히 낮춰왔음에도 아직 39% 입니다. 만약, 일본자본가가 있다면 당연히 두 배나 이자를 챙길 수 있는 한국에 군침을 흘리지 않겠어요? 그렇게 해외자본의 먹잇감이 될 위험이 높아진 것입니다. 저는 영화채널을 좋아하는 편인데, 중간 중간 대부업 광고는 상당히 자주 나옵니다. 이것이 사실 많은 경우 일본자본이라는 점. 이런 구조를 방치하면 어떻게 되는지는 글쎄요. 다만, 현재진행형이라는 점. 따라서 앞으로 수년간, 일본의 영향력을 얕잡아 보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일본은 철도 때도 그랬지만, 계속해서 조선에 차관을 빌려줍니다. 이 화폐정리 사업을 하면서도, 조선에 차관을 또 막 빌려줍니다. 왜냐하면, 새로운 제일은행권(=본위화폐)가 조선에 충분히 있었던 게 아니었기 때문에, 이 상황에서 일본은 돈이 부족한 조선에게 빌려쓰라면서, 계속 차관을 제공했던 것입니다. 이쯤되면 뭐 조선의 실질적 재정을 일본이 관리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정리할겸, 이제까지 길었던 흐름을 되짚어 봅시다.

 

 1876년 강화도조약 때만 해도, 드디어 문을 열기 시작했지요. 그리고 미국과 통상을 맺었던 1882년까지만 하더라도, 주로 어떤 형태로 교역을 할 것인가를 놓고 조약을 정하곤 했었습니다. 예컨대 관세를 정할 것이냐 말 것이냐, 장사는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같은 게 주제였지요. 물론 조선이 상대적으로 이리저리 손해를 보았던 측면이 있었지만, 취지 자체는 서로 주고 받는 교역을 하자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이것이 1880년대까지의 흐름이었다면!

 

 1890년대에서는 열강들이 본격적으로 이권침탈을 하는 장면을 생생히 볼 수 있습니다. 이제는 뭐 교역이라 하기에도 민망하지요. 조선의 여러 이권을 막 가져가는 모습들이 펼쳐지고 있으니까요. 그 결정적 계기 중 하나가 아관파천이었고, 최혜국대우로 인해 타국에 퍼주는 호갱님 조선의 씁쓸한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번 문서인 1900년대에는 어떠한가요. 일제의 구체적인 조선 식민지화 프로젝트를 볼 수 있습니다. "토지 달라, 재정도 내놔!" 다시 말해, 제국주의 식민지의 경제정책 단계로 접어들면서, 사실상 조선이 자립할 수 있는 싹이 사라지는 처참한 경제상황이 되었습니다. 도식화 해서 본다면, 1880년대 무역,교역의 형태 - 1890년대 이권 침탈의 형태 - 1900년대 조선을 식민지로 만들기 위한 기반 사업 착착 진행중. 대략 이런 느낌으로 정리해두면 당시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거에요.

 

 그러므로 조선 경제는 1900년대 일제의 식민지 경제 정책이 하나 둘 진행되면서, 사실상 일본에 예속되고 말았습니다. 쉽게 말해, 경제적으로는 1910년이 되기 이전에, 벌써 일본의 지배에 얽매이면서, 힘을 잃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당황스럽고 우울한 이야기들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저항하지 않았던 것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다음 문서에서 이른바 경제적 구국 운동이 펼쳐지는 모습들도 살펴보도록 합시다! 흥미로운 근대사 이야기 계속됩니다~

 

 오늘의 영감 - 경제적 종속관계라는 말은 생각해보면, 섬뜩한 말 중에 하나입니다. 흔히 "친구사이에 돈거래 하지 말라" 같은 말도, 돈을 빌리는 순간부터 우정의 관계에서, 갑을의 종속관계로 변할 위험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겠지요. 최근에 제가 본 마음 아팠던 기사는, 대학생 학자금 대출 연체율이 매년 두 배씩 늘어나고 있다는 이야기 였습니다. 2011년 4억, 2012년 11억, 2013년 22억... 빚을 못 갚는 대학생들이 늘어갑니다.

 

 간단히 말해, 사회의 좋은 일자리는 감소되고 있는데, 빚을 지는 개인은 늘어가는 구조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듭니다. 가계부채는 이제 1,000조를 넘어섰습니다. 10년만에 가계 부채금액도 2배가 되었네요. 다음은 미래학자 최윤식 소장님 책에 있는 글이라고 합니다. "위기는 대부분 오래 전에 시작되고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악화되지만, 겉으로 터져 나오는 것은 한순간이다. 터져 나온 후에는 어떤 정책을 시도해도 막을 수 없다. 위기를 통제할 수 있는 타이밍을 이미 놓쳤기 때문이다."

 

 인간은 공교롭게도 판단의 오류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엄청난 일이 없었으니까, 앞으로도 없을꺼야 라고 판단 내리곤 합니다. 칠면조 문제라고도 표현하는데, 칠면조는 매일 배불리 먹다가, 어느 순간 통구이가 되어 식탁 위에 올라가는 겁니다. 유혹이라는 것이 그래서 무섭다는 생각을 합니다. 경계심도 듭니다. 빚이 늘어난다는 것은, 한숨 돌리는 건 한순간이지만, 그 후폭풍은 살벌하게 올 수 있다는 점.

 

 당장에는 조금 고생이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가능하다면 남의 돈에 의지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좋은 사회란, 빚 권하는 사회가 아니라, 굳이 빚 지지 않더라도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는 모습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저는 그런 소박한 바람이 때로 멀어보이거나 거창해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이런 말에서 작은 위안을 받곤 합니다. "인생이라는 게 썩 좋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불행한 것만은 아닌가봐요.(모파상의 소설 中, 이주은 교수님 책에서 인용)"

 

 산다는 게 힘들게 느껴질 때가 있기 마련입니다. 추운 날, 몸은 아픈데, 참고 견뎌가며 애쓰는 시간들을 맞이하면, 몸도 고되지만, 마음도 지쳐갑니다. 썩 좋지는 않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지만, 또한 놀랍게도 좋은 일 역시 종종 우리 곁에 찾아오곤 합니다. 슬픔도 있지만 기쁨도 있다는 것. 그러니까, 실망하지 않고, 매일 힘내서 살아가기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 리뷰어 시북.

 

(※이 자료정리는 최태성 선생님의 한국사 강의를 노트로 요약하고, 메모를 함께 쓴 것입니다. 개인적 용도로는, 공부방 등 에서 활동할 때, 보조 자료나 참고 자료, 혹은 글쓰기 영감을 위한 데이터베이스 이기도 합니다. 그 사람들은 왜 그렇게 생각했는가? 거기에 대한 일종의 고찰이기도 합니다. 키워드 형태로 중요한 부분들은 나름대로 강조해 두었습니다. 크게 바라는 것은 없으며, 다만 짧게나마 영감의 시간이 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