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라는 말은 전문적이며 철저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사실 저는 느슨한 삶을 좋아하는 편이라, 성과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을 만큼 취약한 편입니다. 나이가 하나씩 올라가고, 그럼에도 삶이 언제나 변함없이 제자리걸음이라는 자책이 근래에 많은 편이라서, 그러던 와중에 이 책을 집어들게 되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프로다운 모습이 되고 싶었나 봅니다. 이제, 하나의 핵심적인 질문으로 시작하면 좋겠네요. 프로는 무엇이 다른가? 어떤 태도가 프로를 만드는가?
"특별한 일도 아니다. 지극히 당연한 일들이다. 당연한 일을 바보처럼 열심히 할 수 있느냐 없느냐, 이 한 가지에 따라 인생이 즐거워지느냐 아니냐가 좌우된다." 저는 적잖게 마음 한 편이 찔린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저는 당연한 일을 열심히 하는 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정직하게 말하자면, 하고 싶은 일만 열심히 할 때가 많았고, 이 경우에도 점점 열의가 식어가다가, 중도에 하차하는 경우가 일상다반사 입니다. 이것이 반복되다보니, 어느새 삶의 즐거움과 의욕이 사라져간다는 심각한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일본어 원제이기도 한데, "당연한 일을 바보처럼 열심히 하자"는 발상이 중요합니다. 좀 더 구체적인 사례로 들어가볼께요.
저자 : 고미야 가즈요시 저 / 김윤경 역 / 출판사 : 다산북스
출간 : 2013년 04월 05일 / 가격 : 13,000원 / 페이지 : 232쪽
제게 도움이 되었던 항목들로는, 1. 손을 움직이자, 책상 하나라도 깨끗하게 정리하자. 철저하게 하려고 노력해보자. 라는 것입니다. 예전에 김난도 선생님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아들에게 꼭 하나 바라는게 있다면 방청소라는 걸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라는 바람... 저는 서로 다른 책에서 똑같은 메시지를 발견할 때면, 어쩐지 운명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2014년에 보았던 책 중에서, "청소 같이 작은 부분의 중요성"을 강조한 내용이 상당했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이 정도라면 나도 노력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이후 방을 깨끗히 하려고 틈틈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의외로 놀랐던(?) 것은, 깨끗한 책상 유지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이었고, 버릴 건 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나이 먹음의 현명함 혹은 영악함이 되겠지만, 버리는 방법과 포기하는 방법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약간 은유적으로 써본다면, 달콤한 시절에 부부가 살림살이를 하나둘 늘려가는 식의 즐거움이 있었다면, 시간이 많이 흐르면 이제는 고통스럽더라도 버릴 건 버리면서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게 해주는 힘이 있다랄까요. 여하튼, 프로의 경지라고해서 엄청난 내용이 있는 건 전혀 아닙니다. 매일 걸레질하기, 매일 일기쓰기 같은 것에서, 철저해 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흐르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손을 움직이지 않는 한 세상사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p.32)" 라는 간단하지만 아픈 이야기가 있습니다.
2. 산책을 하는 김에 높은 산 정상에 오른 사람은 없다는 이야기는 상당히 자극적이었습니다. 즉 상대적으로 힘든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그만큼 철저하게 준비해서 오래도록 걸어가야만 정상까지 도착할 수 있다는 이야기 입니다. 얼핏 보면 "높은 산을 향해 가는 사람이나, 어슬렁 거리며 산책하는 사람이나 모두 비슷한 속도로 걷고 있다는 것이 함정" 이라는 점은 중요합니다. 겉으로는 두 사람 모두 비슷하게 노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준비가 철저하고, 의지가 굳은 사람이 된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남들이 다가가지 못했던 지점까지 가볼 수 있는 것입니다. 어디로 갈지 생각하고 걷는 것. 이 길의 끝이 어디인지 미리 숙고해 보는 행위는 참 의미 있는 시간이라 생각합니다.
"당연히 해야 하는 발걸음을 얼마나 진지한 마음으로 열심히 내딛고 있는가. 이 작은 차이가 일생에서는 산의 정상과 평지의 차이만큼 벌어진다. (p.79)" / "어떤 일을 꾸준히 한다는 것은 인생에서 성공을 손에 넣는 데 중요한 훈련이다. (p.123)" 최근 저는 동호회 지인의 소개로, 행복한 오타쿠 라는 ebs 지식채널 영상을 본 적이 있습니다. daum에서도 볼 수 있어서 주소는 http://ebs.daum.net/knowledge/episode/25383 이고요. 말도 안 되는 프로젝트가 나오는데, 두 청년이 진지한 마음을 가지고, 열심을 내봅니다. 한 번 도전해 보고, 또 해외로 가보고, 세 번째에도 가고, 무려 네 번을 시도합니다. 참 뭉클했는데, 이 두 사람은 그렇게 인생에서 행복을 선물받고 기뻐하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꾸준히 한다는 것이 무엇일까. 라고 한다면, 저는 힌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답이 보이지 않는 순간에도 여전히 앞으로 가는 것이며, 도중에 회의하는 순간이 오더라도 또한 앞으로 가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3. 우울함에 대한 재해석은 참 놀라웠던 대목입니다. "우울한 시기야말로 인생 최대의 기회다. 우울한 상태에 빠지는 것은 내게는 더 잘할 수 있는 다른 일이 있다 라든지, 이런 나로 끝내고 싶지 않다라는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p.196)" 그러면서 저자는 우울함을 벗어나고자, 위험한 캄보디아에 갔던 계기로 인생관이 달라졌음을 이야기 합니다. 도식화 해본다면, 우울함=기회 → 극복하려는 동기부여 → 더 나은 나의 모습 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네요.
몇 주간 계속해서 바쁘다는 핑계로 여유로운 일상이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우울감에다가, 매번 변명과 회피하려는 성향이 더해져서, 계획된 체크리스트를 자주 수정해야 했습니다. 상당부분 책읽기를 포기하고, 영화의 즐거움을 포기하고, 그러다가 좌절하기도 하고... 매일을 행복하지 않게 살아갈 이유는 정말로 없지 않을까 라고 고민하고요. 번민하는 일상이 지속되었습니다. 짧게 써본다면, 삶의 덧없음. 이걸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나라는 자아의 감옥"에서 탈출하기 위해서, 최근에는 타인에게 감사편지 쓰기를 매일 해보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데까지 해보려고 합니다. 무엇보다 10-30분이면 충분하기 때문에, 부담스럽지 않아서 좋습니다. 책을 덮으며, 저는 무엇이든 소소한 일이더라도, 철저하게 할 수 있을 때, 행복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감을 주는 멋진 작가 알랭 드 보통은 이렇게 한 마디를 남긴 바 있습니다. "가능하면 글은 매일 쓰려고 노력한다. 영감이 오길 기다린다면 글을 한 줄도 쓰지 못할 것이다." 기다리지 않고,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고자 힘내고, 그렇게 꾸준히 걸어간다면, 어쩐지 조금은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울함을 기회로 껴안고, 더 노력해 보는 계기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 2014. 02.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