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Guardians of the Galaxy, 2014) 리뷰

시북(허지수) 2014. 8. 25. 08:31

 

 마블 스튜디오의 새로운 서막을 알린다는 작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확 줄여서, 가오갤. 친한 지인과 함께 영화관에서 매우 즐겁게 감상했던 작품입니다.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기 때문에, 남자분들에게 좀 더 어필할 내용이라고 생각되고, 또한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판타지 SF 계열 중에서도 힘을 모아서, 악당과 맞붙는 전형적인" 왕도스토리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대략 제작비 1,700억, IMDB 평점도 8.6에 해당하는 2014년 최고의 액션 영화 중 하나 입니다. 추천 꾸~욱!

 

 또 한 가지 이 영화의 숨은 미덕은, 다양한 캐릭터를 알맞게 잘 구성시킨다는 점에 있습니다. 살인병기로 훈련받은 가모라의 박력 넘치는 액션, 의외의 전략가 로켓의 기발한 수법들, 실력과 성품을 겸비한 과묵한 그루트 등 저마다의 개성이 뚜렷하면서도, 어느 한 쪽을 가볍게 다루지 않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돋보입니다. 따라서 가족용 액션 영화로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너는 누가 좋았니? 왜 좋았니?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작품일테니까요.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 봅시다. 은하를 무대로 하고 있기 때문에, 높은 제작비 뿐만 아니라, 영상에만 700명 이상의 인력이 투입되었다고 하니, 극장이나 대형 화면에서 볼만한 가치가 충분합니다. 주인공으로 볼 수 있는 스타로드는 음악을 사랑하는 멋쟁이로서, 오래된 카세트테이프에 집착하는 음악 마니아 입니다. 본디 좋은 노래나 좋은 영화는 여러 번, 아니 20번씩을 봐도 좋다고 합니다. 그런 점에서 스타로드는 이미 충분한 가능성의 존재입니다. 어릴 적부터, 자신의 것들을 소중히 여길줄 아니까 말이에요. 하하.

 

 ※이제부터의 내용은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주의하세요

 

 여하튼, 우주군단의 대장이든 누구든 간에, 먹고는 살아야 겠고, 해서, 스타로드는 시작부터 과감하고 보수가 높은 일에 도전해서 멋지게 성공 직전까지 도달합니다. 적어도 로켓과 그루트, 그리고 자모라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혼자 잘 먹고 살 수 있었는데 말이에요. 제길! 뭐, 악연도 인연이라고 하니까, 앞으로의 빠른 전개를 기대해 봅시다.

 

 가오갤의 숨은 장점은 122분이라는 비교적 긴 시간임에도, 매우 빠른 전개감에 있습니다. 배경 자체가 우주라서 그런지, 순간적으로 저 별과 이 별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등, 멋진 고속 이동 장면들이 은하 마니아들의 가슴을 설레게 해줍니다. 그리고 그런 거대한 우주 세계에도 지배자와 피지배층이 있다는 것이 재밌고요. 어딜가나 파괴하려는 자가 있고, 어딜가나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려는 자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기본적으로 마블 세계관으로 표현되는 "가오갤의 뒷배경"을 이해하고 나서 작품을 접한다면 120%까지 즐길 수 있겠습니다만, 저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보더라도 재밌게 SF영화를 즐기는 느낌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대중성을 잘 포착해낸 것도 고마웠던 지점입니다. 혹자의 농담처럼, 로켓과 그루트의 우정만으로도, 이 영화는 볼 만한 가치가 넘쳐난다 라는 것입니다. 제 식으로 표현하자면, 스타로드의 춤추는 명장면 하나 만으로도 이 작품이 보여주는 센스는 단연 압도적입니다.

 

 우주를 지키는 세력들이, 무슨 높은 지휘관이나 사령탑일 리가 없다는 것, 우리 모두가 맞잡은 손이라는 점이, 이 가오갤 작품에 들어 있는 또 하나의 메시지라 할 수 있겠지요. 그렇게 이어진 손은 끊어질 위험도 있습니다. 손을 잡고 있다는 것이 불가능할 때도 있고, 가끔은 아프기도 합니다. 그러나 서로 다른 사람들끼리 손을 맞잡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인간은 가능성의 존재로서 빛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너, 인마 하지마!" 가 아니라, "내가 한 번 당신들을 구해볼테니까, 나를 믿어줘요." 라는 그 엄격하고 따뜻한 그루트의 느낌. 이렇게 보니 무슨 SF영화가 아니라 다정다감한 코미디가 되는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보기 드문 독특한 영화였습니다. 가볍고 경쾌한 템포, 빠른 속도감을 유지하면서도, 메시지는 분명했습니다. 야, 함께 손 잡고 깡패놈들과 맞서보자. 이 얼마나 상쾌합니까. 하하. 우리가 하지 않으면 누가 지킬꺼에요. 에이 몰라, 우리라도 지구를 지켜보자는 그 패기는 솔직히 말해서, 좀 본 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 2014. 09. 리뷰어 허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