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말레피센트 (Maleficent, 2014) 리뷰

시북(허지수) 2016. 5. 25. 02:33

 

 예쁘고 다정한 디즈니 동화를 보았습니다. 영화 말레피센트 입니다. 말레피센트 라는 마녀가 어떤 어려움을 겪고, 또 한편으로 어떻게 사랑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지 알려주는 매우 유익하고, 유쾌한 멋진 작품입니다. 평점도 전반적으로 우호적이니, 즐거운 영화가 좋으신 분들이라면 가벼운 마음으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영화는 아름다운 배경을 가진 무대에서 시작합니다. 어린 말레피센트는 멋진 날개를 달고 있습니다. 우아하고, 화려한 날개짓으로 시원스럽게 날아다니는 모습이 압권입니다. 가히, 요정 중의 최고임을 멋지게 자랑할 만 합니다. 그런 말레피센트가 인간 남자 스테판을 만나서 가까운 사이로 발전하고 맙니다. 우정까지는 좋았는데, 서로를 진심으로 믿고 의지하는 단계에 이르렀나 봅니다. 아이쿠, 그럼 안돼는데, 남자에 속는구나... (이야기 계속)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그렇게 남자 때문에, 날개를 잃어버리고 인생의 즐거움을 빼앗긴 말레피센트의 슬픔은 얼마나 컸을까요. 그 분노는 얼마나 거대했을까요. 주연인 안젤리나 졸리가 워낙 캐릭터를 잘 살리기도 했습니다만은, 그녀가 가지고 있는 슬픔이 참 처량하게 느껴졌습니다. 지팡이를 의지해서 간신히 비틀비틀 걸어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아련한 동정심이 들기도 합니다. 어떡하니...

 

 결국 분노에 찬 말레피센트는 왕이 된 스테판의 딸, 오로라 공주에게 저주를 걸면서 자신의 한을 표출하였습니다. 여기까지가 이야기의 전반부 입니다. 이야기의 중반부터는 저는 말레피센트를 보면서 위안을 얻게 됩니다.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그것은 다른 말로 "날개를 잃어버려도 괜찮아" 입니다. 소중하고 자랑스러웠던 것을 잃어버렸는데도 괜찮다니요.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일어날 수 있다 라는 메시지가 힘있게 느껴졌습니다.

 

 이쯤에서 잠시 제 경험담을 하나 소개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어머니가 조울증으로 많이 아프셔서 때때로 한 달에 병원비가 백만원 넘게 나온 적이 있습니다. 가난했던 저로서는 돈이 되는 것은 뭐든 마련해야 해서, 그동안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즐겨 모았던 게임기와 게임CD들을 모두 처분시켜야 했습니다. 하나하나 공들여 모았던 콜렉션이지만, 당장이라도 수십만원정도를 계속 보태는 것이 가족 구성원으로서 중요했고 다급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요. 처음에는 이같은 불운이 무척 힘겨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나에게는, 그래 나에게는... 읽을 수 있는 책들이 있고, 누릴 수 있는 영화들이 있잖아, 게임이 아니라도 취미로 삼기에 좋은 것들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그래도 괜찮아...

 

 말레피센트도 날지는 못하지만, 이제 조수도 하나 얻게 되었고, 오로라 양이 아름답게 커가는 것을 보면서 삶의 재미를 다시금 찾아가는 것 같아서, 그 장면이 참 예뻤습니다. 예컨대 혹시나 절벽에서 떨어질까봐 몰래 구해주는 장면은 압권입니다 :) 그렇게 오로라 공주의 수호 요정이 되어주는 것입니다. 한편, 점점 정신줄 놓아가는 스테판 왕은 말레피센트를 없애기 위해서 온갖 시도를 하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고 맙니다. 처음부터 스테판이 잘못된 선택을 했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문제 앞에서 도망치려고만 하고, 용기를 버리고 숨어들어가는 행위를 해서야, 왕의 당당함과 위엄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그러므로 선악의 경계가 재밌게 흘러가게 됩니다. 마녀인데도 착하고 선한 모습이 그려지고 있고요, 왕국의 왕인데도 비겁하고 추악하게 그려지고 있어서 무척이나 신선했습니다. 결국 유명한 영어 비유 처럼 B 탄생, D 죽음 사이에 C 선택이 있다면, 그 선택 속에서 우리가 선인이냐, 악인이냐 의 갈림길로 점점 빠져들어간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의 선량한 마음도 변질되어갈 수 있다는 것이 스테판이 주는 교훈이라면, 날개 없어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즉 어떻게든 현실을 이겨내 나가는 당당함이 말레피센트가 주는 멋지고 힘찬 위로였습니다.

 

 게다가 영화는 마지막에 마침내 말레피센트가 날개를 찾고 완전체(?)가 되고, 오로라 공주가 새로운 시대를 열어간다는 가슴 벅찬 전개로 마무리 됩니다. 참 아름답고 즐거운 동화였네요. 나도 훗날에 다시 게이머로 복귀할 수 있을까요? 40대 게이머가 될 수 있을지는 아직까진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섣불리 판단하지도 않으려고 합니다. 다만 일상을 소중하게, 시간을 알차게, 그렇게 살아가는 방법이 아직은 참 좋습니다. 그정도의 교훈만으로도 만족합니다. 예로부터, 교훈은 원래 아픈 것이라고 했습니다. 분노 보다는 미소를 간직하면서, 날개 없이도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 2016. 05. 25.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