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존 카터: 바숨 전쟁의 서막 (John Carter, 2012) 리뷰

시북(허지수) 2016. 6. 16. 02:55

 

 아! 정말이지 감동했습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왔을 때, 이 영화 보길 참 잘했구나 싶었던 액션 블록버스터 였습니다. 전반적으로 평점이 약간 낮은 감이 있는데, 해외 아마존 유저의 평을 가져와 서문은 이렇게 쓰면 적절할 것 같습니다. "원작 소설을 읽고 있는 사람이면 이해할 수 있겠지만요. 100%의 만족도까지는 안 갈지 몰라도 이 영화는 원작 소설의 표현할 것은 표현을 하고, 끊을 곳은 잘라내고, 해석할 곳은 편집해본다는 것이 멋지게 성공한 SF 대모험극의 걸작입니다!" 제작비도 눈을 의심하게 만들 만큼 막대합니다. 2억5천만불... 화면이 끝내줘요!

 

 사전 정보를 조금만 더 알아보면 이렇습니다. ‘타잔’의 작가로 유명한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의 불멸의 소설, ‘존 카터’ 시리즈를 원작으로 했습니다. <존 카터: 바숨전쟁의 서막>은 이 시리즈 중 1912년에 출간된 제 1부 『화성의 프린세스』를 영화화 한 것! 100년 전, 소설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짜임새가 튼튼한게 좋습니다. 옆길로 흐르지 않고, 긴장감 있게 화성의 뜨거운 사막을 무대로 액션극이 펼쳐집니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존 카터는 우연한 계기로, 화성이라는 별로 전송이 되었습니다. 여기가 대체 어디야!? 중력이 다르기 때문에, 월등히 점프할 수 있게 되었고, 언어도 새롭게 익히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이른바 "버지니아"로 불리게 되는 것도 유쾌한 요소. 이렇듯 영화는 종종 유쾌한 장면들을 집어 넣었습니다. 화성의 초스피드 강아지녀석도 좋은 친구였구요. 그리고 외계인들(?)의 피를 의도적으로 푸르게 표시함으로서, 잔혹함을 줄여보려는 느낌도 제법 받았습니다. 화성, 그곳은 일방적인 질서와 균형이 없는 가운데, 서로 계속해서 싸우면서 각자가 생존을 모색하고 있는 정글 같았습니다.

 

 존 카터가, 이른바 버지니아로서 이 곳 화성에 살아남은 것은, 독특했기 때문입니다. 월등한 점프력을 가지고 있어서, 화성에서 특이점이 될 수 있었는데요. 아차! 그러다 이 모험에서, 결국 화성의 공주와 마주치게 됩니다. 공주를 구하기 위해서 타크족의 일원이 되었고, 함께 모험을 추구합니다. 타크족 일인자의 오른팔로 활동하게 되었지요. 하여간, 예로부터 남자들은 공주를 조심해야 합니다 :) 웃자고 하는 소리입니다. (아재 개그 죄송!)

 

 한편, 공주 데자는 무척이나 용감하게 잘 싸우고, 매력적인 여전사로 그려집니다. 게다가 박학다식한 존재! 카터보고 자기 뒤에 서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이러니 적국에서 공주와 결혼하겠다며 탐내는 상황입니다! 이색적이기도 하네요. 지구에서 온 기병 전사와 화성의 수재 프린세스, 처음에는 서로를 불신하고 경계하더니, 어느새 손을 스치고, 입술 박치기라니! 그 고전적이고, 전형적인 수법이 뻔하지만 미소짓게 하고 재밌습니다. 100년 전의 소설이 원작이라니까요!

 

 강자가 살아남는 세계인, 타크족의 이야기들도 저는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타크족은 부화하지 못하는 알을 끝내 포기하는 강인한 족속이지만, 그럼에도 약한 처자인 솔라양에게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기회를 주기도 합니다. 이처럼 실수나 잘못 앞에서도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 공동체를 유지하는 하나의 방법 같았습니다.

 

 오히려 우리네 사회야 말로, 정말로 때로는 매우 비정한 것이어서, 한 번의 실수도 용납 못한다거나, 도장 한 번 잘못 찍어서 큰일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현대사회 보다는 타크족 원시사회의 균형이 더 신비로웠다 랄까요. 존 카터도 어쨌든 타크족의 구성원이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도움을 받았고, 그들 덕에 큰 힘을 얻게 됩니다. 막판에 존 카터가 타크족의 수장이 되어서 모든 구성원에게 하늘을 나는 짜릿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무척 경쾌하고, 유쾌한 처리!

 

 그리고, 변장이 자유로운 악역 마타이 샹의 존재감은 대단했습니다. 저런 녀석과 어떻게 싸워서 이기나 싶을 만큼, 무시무시한 신적 존재 입니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자기 만의 뜻대로 세계 균형을 추구하는 무개념한 인물이지요. 행성을 숙주로 삼아서, 자신이 전능하게 유희하는 것을 즐겨보려는 마음은 몹시 불편하고, 불쾌함을 안겨줍니다. 그래서, 멋지게 주인공이 지혜로 마타이 샹을 쏴버릴 때의 통쾌함이 근사했습니다. 아, 이런 히어로물 식의 전개가 좋았네요. 즉, 다시 말하자면, 화성 세계 전제를 지배할 수 있을 만큼의 막대한 영향력과 힘을 가진 악마도, 결국 한 사람의 오랜 열정과 깊은 탐구와 사색에서 나오는 지혜로움 앞에서는 못 당한다는 게 흥미롭고 인상 깊었습니다. 게다가 아예 영화는 직접적으로 우리에게 메시지까지 권하고 있습니다.

 

 사랑을 하렴. 그리고 책을 써보렴. 오늘 리뷰는 이것으로 마쳐도 딱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쓸만큼 썼습니다. 하하. 괜히 길게 쓸 필요가 없을테니까요. SF의 선배이자, 원점 같은 작품이니, 재미삼아 보시면 좋을테지요. 저는 신나는 2시간짜리 모험담을 즐길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 2016. 06. 16.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