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책

정신의학의 탄생 리뷰

시북(허지수) 2016. 7. 2. 04:01

 

 평소 나름대로는 하지현 선생님의 애독자인데, 이번에는 정신의학사에 관련된 이 책 "정신의학의 탄생"을 읽게 되었습니다. 꽤 두꺼운 분량에, 진지한 내용들이 많다보니까, 하나씩 천천히 소화하듯 읽어내려 갔습니다. 당연히 의학사이자, 유익한 정보들이 가득한데, 여기에서는 그 일부들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처음으로는 스트레스 개념입니다. (p.31~37)

 

 쥐를 가지고 실험을 하는데, 손재주가 없어서 쥐를 자꾸 괴롭히는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발견"된 것입니다. 이른바, 부담을 느끼면 신체는 스트레스로 반응을 한다는 뜻입니다. 쥐는 스트레스로 위궤양이 생겼고, 부신이 비대해졌고, 면역 조직까지 위축되었습니다. 외부 환경 때문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우리 몸에 말썽이 일어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자 : 하지현 / 출판사 : 해냄

 출간 : 2016년 01월 15일 / 가격 : 19,800원 / 페이지 : 428쪽

 

 

 물론 스트레스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1단계 정도의 스트레스 경험은, 일종의 경보단계임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2단계가 문제입니다. 반응이 떨어지면서 저항단계에 접어듭니다. 결국 저항을 하다하다 못해 마지막 3단계까지 올라가게 되면, 심한 피로를 동반하는 자원고갈의 소진 단계가 온다는 이론이 설명됩니다. 예컨대, 업무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매일 극심한 피로를 느끼고, 힘이 좀처럼 나지 않을 만큼 소진되어 있다면, 이직이나 적극적인 휴식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한 가지 주의해야할 점은, 스트레스 반응에는 개인차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같은 일을 하면서도 덜 힘들어 하기도 합니다. 예컨대, 어떤 사람들은 인간관계, 눈치 등의 문제로 너무 민감하게 느껴서 힘들어 하기도 하고 말이지요. 그래서 이러한 스트레스가 왔을 때, 그 반응으로서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가, 해결할 수 있는가도 잘 살펴봐야 겠습니다. 재밌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똑같이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고, 신체 반응도 유사하다고 합니다. 일부러 고통스러운 순간을 생각하는 것은 피해야 겠습니다. 삶에 대한 긍정이나 일에서 떠나는 시간, 즉 휴식이 무엇보다 힘이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놀라운 통찰인 것 같습니다.

 

 제가 제일 재밌게 본 대목은, 책의 후반부에 실려 있는 창의성과 광기에 관한 연구 였습니다. (p.397~407) 살펴본 바에 의하면 정말로 예술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에는 광기와 연관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예술가들의 상당수가 어릴 때 오랫동안 신체질환으로 아팠다는 것도 특징이었고요. 어린 시절의 아픈 경험으로 인해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많은 반면, 상대적으로 사회성을 습득할 경험이 적어서 상상력을 키우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라고 분석하는 점에서 많이 놀랐네요.

 

 저 개인적인 경험과 겹쳐있어서 그랬을 겁니다. 저도 15~19세 동안의 기간이 학업이탈과정이었습니다. 당시에는 걸을 수 없을 만큼 몸이 허약했기 때문입니다. 그 기간 동안에 친구들과 함께 집에서 놀기를 즐겨했고, 네모난 색종이에 당시 유행하던 매직앤 개더링 같은 카드 게임을 모방해서, 쉽게 말해 보드게임 비슷한 것을 함께 하곤 했던 추억이 납니다. 그 밖에 시간은 게임을 하고, 책을 읽고,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지금도 그 때의 흔적이 남아서, 함께 게임할 사람들을 모으려는 동호회 활동을 계속하고 있고, 책은 늘 가방에 넣어다니게 되었습니다.

 

 카프카의 이 문장을 보면 되겠지요. "작가라는 존재는 책상에 의존한다. 광기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절대 책상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 여러 번 곱씹어서 읽어볼만한, 매력적인 문장입니다. 지나친 상상력, 광기에서 벗어나고자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바로 책상입니다. 책상에 의존하고, 책상에 앉아서, 열심히 글을 써내려감으로서 발전하게 되고, 극복하게 된다는 카프카의 아이디어가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네, 바로 이거다 싶은 겁니다. 철학자 세네카도 이렇게 썼다네요. "광기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위대한 천재는 없다" 그러므로 누구에게나 광인의 기미가 있을지라도, 그것을 훌륭하게 인격적으로 제어할 수 있을 때, 훌륭한 예술품이 나온다는 저자 하지현 선생님의 종합적 의견이 감사했습니다.

 

 반복되는 이 이야기도 꼭 덧붙이고 싶습니다. "창의적 예술가는 불안정한 정신적 기질이나 남과 다르게 생각하려는 특이한 사고방식에 더해 끈기와 열정, 적당한 자아의 힘이 함께할 때 탄생한다."

 

 "무엇보다 천재에 필요한 것은 반짝이는 창의적 순간보다 이 천부적 재능을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추구하면서도 기존 관습과 부딪히며 겪는 좌절과 실패를 견디고 극복해 내는 끈기와 열정이다!!!" 천재에게 필요한 것이 끈기와 열정이라는 말이 몇 번이나 강조되었죠? 유명한 명언도 이 때 함께 떠오릅니다. 중요한 것은 1%의 영감과 99%의 노력이다. 그 노력이 얼마나 중요하고 또한 큰 것인가요.

 

 이 책은 정신의학사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는 소중한 보물창고, 보물섬 같은 책이라는 생각입니다. 늘 좋은 책을 출간해 주셔서 감사드리고. 이제 리뷰를 슬슬 마쳐야 겠습니다. 정신의학이 지난 수백년 동안 계속 발전했고, 해결할 수 있는 약물이 하나 둘 찾아져서 저는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입니다. 어머님이 심한 조울병으로 수년간 투병중이시거든요. 오래 전 같았으면 미쳤다면서, 평생 정신병원 수용소에서 생을 마감하셔야 했겠지만, 병을 어떻게든 해결해 보려는, 인간의 노력과 끈기, 과감한 실험이 더해져서, 어머님은 현재 통원치료를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잘 낫지 않는 특이케이스라서, 여전히 이 싸움은 힘겹지만 말이에요.

 

 인간이 이렇듯 하나 하나 병마들과 싸워나가려는 노력이 참 좋았고, 흥미로웠습니다. 앞으로도 정신건강의학이 계속 발전되어서, 중증 질환인 조현병, 조울병, 그리고 심한 우울증 등이 정복되어 가기를 바라봅니다. 자살 충동이 혹시라도 몇 번씩 든다면, 주저 말고 정신건강의학과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부작용이 덜한 좋은 약들이 이제 많이 개발되어 왔으니까요. 아프신 분들, 모두 힘내시기를 꼬옥 응원드리며, 이번 리뷰 마칩니다. / 리뷰어 시북. 2016. 07. 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