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이 포 벤데타는 마치 우리나라를 보는 것 같아요. 어느 누리꾼은 이처럼 적극적인 감상평을 남겨주기도 했습니다. 언론이 통제되어 있고, 땡전뉴스식의 입맛에 맞춰 편집된 보도가, 21세기에도 계속되는 것. 그래서 기자들이 항의하는 모습! 권력이 국민을 감시하는 태도는 정말이지 놀랍도록 현대의 한국과 닮아있어서 그렇겠지요. 결국 권력이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망각해서 그렇습니다. 이처럼 브이 포 벤데타 영화는 독재에 관해서도 다루고 있습니다.
비판기능을 상실한 미디어가 독재를 부추기고 있지요. 방송은 정부 입맛에 맞게 나오고 있어서, 아예 사람들이 믿지도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정부에 의해서 끔찍한 바이러스 실험이 자행되었고, 그 여파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사람들이 권력을 잡았다는 것에 있습니다. 주인공 브이는 그 실험에 대표적인 희생양이었고, 이제 오래된 복수를 계획하고 실현해 나갑니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복수는 항상 스타일 좋게 그려내고 있어서 눈이 즐겁습니다. 양칼을 이용해서 화려한 무술동작으로 적들을 일망타진하고, 브이는 늘 무적에 가깝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카리스마도 있고, 현명하기도 합니다. 하기야 20년의 세월을 복수를 준비했다고 하니까요. 내가 최고의 권력자라는, 권력 집착 외에는 아무런 신념이 없는 정부가 막아낼 수 있을리가 없습니다. 영화는 총보다 강한 것이 있음을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봐라! 신념은 총보다 강하다!
이비 라는 예쁜 소녀가 브이와 자연스럽게 함께 하게 되는 것도 재밌습니다. 그렇게 브이네 집안을 관객들은 구경할 수 있게 되는데요. 각종 예술품이 아름답게 전시되어 있고, 800곡이 넘는 아름다운 음악들이 집안에 울려펴집니다. 독재자들이 예술을 핍박하고, 음악을 가치없는 것이라 여겼던 까닭도 알 수 있습니다. 생각통제를 위해서였겠죠. 그러므로, 예술이 되었던, 음악이 되었던 우리는 상상력을 발휘하며 한 번쯤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해외 평에서는 러브스토리에 주목해보자는 의견도 많은 공감을 사고 있었습니다. 풀어써보면 이렇습니다. 브이의 생활에 들어온 이비는 결국, 강해지는데 성공했고, 브이는 예상외로 이비와 사랑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녀가 떠나가자 강하게 가면을 벗어 던지는 컷은, 안타까운 사랑이 무엇인지, 절망적인 사랑이 무엇인지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비가 어느 날, 브이네 집으로 되돌아오자, 정말 소중한 천사를 맞이하듯 춤을 함께 추자고 제안하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운 러브씬이 되었습니다. 이비의 키스를 받은 브이의 마음은 얼마나 설레이고, 떨렸을까요. 비록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지만, 그 짧은 순간이 행복이라는 것만큼은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도미노 장면도 나오지만, 생각해보면 이념을 서로가 함께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야 말로, 강한 것입니다. 이것을 연대의 힘이라고 써도 좋습니다. 브이의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이 늘어갈 수록, 정부는 위기에 처합니다. 총으로도 결코 이기지 못합니다. 영화는 마지막 씬, 이비가 레버를 당겨, 브이가 준비했던 시간을 자신이 대신 "결단"함으로서 혼란스럽더라도 새로운 시대를 열기를 원했습니다. 잘못된 시대는, 잘못되었음을 확고하게 폭로하는 것입니다. 그 점이 참 깔끔했습니다. 건물보다는 사람인 것입니다. 사람이 주인이고, 사람이 먼저된 세상을 꿈꿉니다.
공포를 두려워 하지 말고, 죽음마저도 극복해내는, 신념의 힘이란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입니다. 나는 더 이상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을테니, 당당하게 내 이야기를 하겠다는 것. 거기에 비로소 자유가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우리는 가끔 자기 이야기 하기를 망설일 때가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했다가는 내가 다르고, 이상한 사람으로 몰릴까봐 그렇습니다. 그러나 용기 있게, 자신을 표현하고 살 때, 오히려 자유로울 수 있는게 아닐까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시청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TV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그대로 믿기 보다는, 우리가 다양한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소한 훈련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뭐, 요즘에는 댓글 기능이 있어서, 누리꾼들의 비판적인 의견을 늘 볼 수 있는 시대이긴 합니다. 그래서 한 때, 국정원 같은데서 댓글부터 통제하려고 했던 뼈아픈 역사가 근래에 있었지요.
작가는 거짓으로 진실을 말한다. 참 멋진 이야기 입니다. 옛날부터 인류는 다양한 소설을 보물처럼 간직해 왔습니다. 저도 어린왕자 같은 소설을 참 좋아합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요. 다른 행성에서 왕자님이 왔다니요. 그런데 정작 말해주고 있습니다. "판단을 할 때는 말 보다는 그 사람의 행동을 볼 것을", "우리 각자의 꿈을 아끼며 살아갈 것을" 그 어떤 사실적 글보다 확고하게 배울 수 있습니다. 글읽기의 즐거움은 이런 것에 있겠지요. 앞으로도 다양한 글을 많이 읽어야 역시 재밌는 글을 쓸 수 있겠다 싶었네요. 장문 이만 마칩니다! 브이가 되어 주시겠어요? 위선으로 무장한 세력과 싸워주시겠어요? 그렇게 우리 다음 세대에도 희망을 전할 수 있는 멋진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2016. 07. 04.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