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시 2011년도 강의의 내용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15분의 이야기들, 그 매력 속으로 빠져봅니다.
※ 4회 원본 강의 주소를 함께 첨부합니다. 아래 본문은 제 느낀 바대로 편집 및 요약되어 있습니다.
▶ https://www.youtube.com/watch?v=fc-Sz1zR4aw
저는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악역 프로레슬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프로레슬러의 숫자는 약 30명, 지리산에 있는 야생 반달곰의 숫자도 약 30마리 라고 하네요. 개체 숫자로 따지자면, 아주 귀중한 강의를 듣고 계시는겁니다. (웃음) 오늘 강연의 내용은 스펙을 열정으로 극복하는 방법입니다.
스펙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설명서, 규격, 기준으로 사용되고 있고, 사실 기계에게나 쓰는 단어입니다. 구글에서 카 스펙이라고 입력하면 차의 사이즈, 무게, 최고속도, 엔진출력이 나오곤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스펙을 다른 용도로 쓰고 있습니다. 구글에서 입력해보니 기아차, 현대차 합격스펙이 지금 나오고 있죠? 우리는 스펙이라는 단어를 어느새인가부터 사람에게 쓰고 있습니다. 가슴 아픈 일이에요. 사람을 일렬로 쭉 세워놓고, 여기서부터 여기까지만 OK, 나머지는 집에 가라고 말하고 있으니까요. 과연 이 상황이 웃어 넘길 수 있는 상황일까요? 스펙은 기계에게 써야 하는 단어입니다.
아, 그렇다고 스펙을 아예 무시할 수 있는 건 아니지요. 격투기에서는 팔길이, 리치의 스펙이 중요해집니다. 팔이 길면 일단 유리합니다. 상대가 나를 때릴 수 없는 범위에서도, 내가 팔이 길면 공격할 수 있으니까요. 이처럼 모든 것이 공정해야 하는 링 안에서도 스펙의 차이라는게 존재하고 있습니다.
일단은 저 김남훈의 스펙은 어떨까요? 장동건과 비교하자면 외모스펙이 떨어집니다. 이 곳에 오는데도 무슨 목적으로 왔느냐고 물어보기까지 합니다. (웃음) 보안요원과는 내가 지금 강의하러 왔다는 것을 증명하느라 애썼습니다! 사실 제가 정말 되고 싶었던 것은 격투기 해설자 였습니다. 스포츠해설자가 되기 위해서는 스펙이 필요합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거나, 대회에서 챔피언을 했거나, 아니면 프로야구 가령 양준혁 선수처럼 레전드급의 업적을 쌓은 분들이 해설자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2001년도부터 격투기 해설자 공고가 있을 때마다 서류를 냈었는데, 5년 연속으로 떨어졌습니다.
물론 자기소개서는 열심히 썼습니다. 무려 하루에 10시간씩 격투기를 시청한다고 저의 장점을 썼지요. 단, 한 번도 통과가 된 적이 없습니다. 스펙이라는 측면에서 저는 통과가 될 수 없었던 겁니다. 그러면 저는 제가 정말 원하는 것을 포기해야만 할까요. 좀 아쉽죠? 그래서 저는 다른 방법을 시도하기에 이릅니다. 바로, 인터넷을 통해서 유명해지자는 것입니다. 뭐냐면은 인터넷을 통해서 내가 언변이 있고, 격투기 지식이 있음을 알리자! 라고 생각을 했고, 인터넷 UCC(*유저가 만드는 창작물)를 만들게 되었죠.
혹시 로우킥이라고 아세요? 이 기술을 설명하면서, 야구배트를 부러뜨리기도 했습니다! 로우킥은 보기에는 별 거 없어보이지만 실제로는 많이 아프다는 거에요! 직접 맞기도 했습니다. 지금 보시는 것처럼 하도 많이 맞아서, 50대는 맞았는데요. 결국 영상 제작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택시를 타야만 했습니다. 이런 동영상을 제가 30편을 만들었습니다. 모든 주요한 격투기 기술의 비밀 시리즈를 UCC로 만들어서 인터넷에 뿌렸습니다.
이 동영상이 올라가자 마자, 포털의 메인을 장식하면서 무려 100만명 이상 시청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문광부 선정 우수 UCC에 선정되기도 했지요. (거절하긴 했지만은) 세종문화회관에서 상영될 뻔도 했습니다! 동영상을 통해서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이거였습니다. 첫째, 김남훈은 말을 할 줄 안다. 둘째, 격투기를 잘 안다, 셋째, 잘 생겼다는 거죠. 화면빨을 받는다는 거죠.
드디어 방송국에서 먼저 연락이 왔습니다. 2007년 경에 분당에서 6명과 함께 오디션을 보게 되었고요. 3일 뒤에 방송국 합격 통보를 받게 됩니다. 뿌듯합니다. 그리고 약 4년 넘게 격투기해설자를 하다가, 작년에 짤렸습니다. 하하. 자 이처럼, 제가 정말 원하는 것이 있었기 때문에 스펙에 좌절하지 않았고요. 우회로를 찾아가는 노력을 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로 이어지게 된 것이지요.
또 하나 저는 사업가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2004년 경에는 사업을 잘해서 고가의 독일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던 시절도 있었답니다. 그런데 이 사업은 제가 경영을 제대로 못한채, 20명의 직원과 헤어지게 되었고, 저는 억대의 부채를 지게 되었습니다. 이 멋진 오토바이도 작은 녀석으로 바뀌었습니다. 저는 오토바이를 여전히 좋아했고, 강원도로 여행을 가게 되었습니다. 마음을 식히러 가기 위해서죠. 그런데 그 와중에 사고가 났고, 저는 피투성이가 되어서 구조를 요청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강원도 산길에 제가 서 있으면 사람들은 차를 세우질 못했어요. (웃음) 그렇게 한 시간이 지나서야 딱 한 대 차가 서서 저를 도와주었습니다. 왜 도와줬느냐 이유를 물어보니, 이상하게 다른 차들이 감속도 아니고, 가속을 하면서 저를 지나가 버리더라는 거에요. 그런 상태에서, 자기마저 가속하면 안 될 것 같아서 감속해서 저를 도와줬다고 하는 아주 착하신 분이였어요. 그리고 그 때부터 저와 그 사람은 인연이 닿게 되었지요.
저는 말씀드렸듯이 사업에 실패한 상황이었고, 그 사람도 현재 다른 일을 찾고 있는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서로 안 좋은 상황이었고, 그래서 롤케익이라는 아이템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롤케익은 보통 애매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식빵보다는 비싸고, 케익보다는 싸서, 왠지 싫은 사람에게 선물하기도 합니다. 받는 사람도 어정쩡하게 반만 먹다가 다른 사람에게 갖다주기도 합니다. (*여담인데, 놀랍게도 저는 정확히 반남은 롤케익을 누군가로부터 맛있다고 먹어보라며 선물(?)받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롤케익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고급화를 추구했고, 좋은 환경에서 케익을 먹을 수 있도록 매장을 꾸몄습니다. 회전율이 낮더라도 좋은 서비스가 되도록 했습니다. 스타벅스 같은 곳에 밀리지 않도록 꾸준히 노력했고, 사업은 성공을 거둬서 매장이 8개가 되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작년까지는 15개 였어요. 실은 적자난 곳도 많아서 절반 가까이가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처럼 부침이 있었습니다만, 대형 프랜차이즈와의 경쟁에서 1대 1로 정면으로 맞서기보다는 우회로를 찾았기 때문에 그나마 8개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스펙과 싸운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바다와 같습니다. 불확실성의 바다에 몸을 던지는 것입니다. 스펙을 따라간다는 것은 이 바다가 아니라 뒤돌아서서 육지를 향해 가는거죠. 육지를 향해 간다는 것은 일단 빠져죽을 염려가 없습니다. 이미 지나간 사람들도 있고, 네비게이션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정도 성공을 보장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정말 내가 좋아하는 일을 위해서 스펙과 싸운다는 것은, 불확실성의 바다에 몸을 던진다는 것이며, 1년이 걸릴 수도 있고, 5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10년, 20년이 지났는데 어 이게 아니었네 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정말 좋아하고 원하는 일이라면 과감히 몸을 던지십시오. 제가 10년째 이 바다에 몸을 던지고 있는데 아직까지 죽지는 않았습니다. 여러분들도 원하는 것 위해, 꿈꾸는 것을 위해, 용기를 갖고, 이 거친 바다, 불확실성의 바다에 몸을 던지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6년 7월 4일자 오늘의 영감 - 바다 이야기 하니까, 물고기 비유가 생각납니다. 배에 사로 잡힌 물고기는 거친 파도로 배가 들썩거리자 덜컥 겁이 났습니다. 게다가 폭풍우가 몰려오고, 비까지 우르르 내리자, 어찌할 바를 몰랐지요. 그렇게 배가 흔들리면서, 물고기는 마침내 바다로 뛰어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알고보니 이 바다 속에서 훨씬 자유롭게 자신이 활동할 수 있었던 겁니다. 저는 "자기가 있어야 할 곳을 아는 인생"은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꿈을 위해 산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무모한 일인가, 또 가능성 낮은 일인가, 후회할 일인가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한 번 뿐인 인생, 가능성을 향해서 노력해 보는 그 과정이 충분히 멋진게 아닌가를 생각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명구 하나를 반사하며 마칩니다. "성공은 많은 경우 플랜B에서 찾아온다." 우회로가 사실은 멋진 길일 수도 있습니다. /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