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해서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요? 무슨 글을 남길 수 있을까요? 여러 사람에게 사랑받았던 젊고 푸르던 날을 생각합니다. 비오는 날, 비를 흠뻑 맞고 다니는 낭만주의자로 살고 싶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만남이란 충격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쳤던 선생님이 생각납니다. 저는 그 분을 참 좋아했습니다. 박웅현 선생님 책 중에 책은 도끼다 라는 표현이 있는데, 만남 역시 사람을 뒤흔들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를 보고나면, 마음에 감동이 오래도록 남습니다. 저는 특별히 첫 눈에 사랑에 빠졌었던 순간이 반짝반짝 떠올랐습니다. 참 다정하던 눈동자를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요, 그 천사 같은 마음씨들을 기억합니다. 그렇게 비록 이루어지지 못했어도, 사랑하는 여인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녀들은 똑똑했고, 영민했고, 따뜻했습니다. 아아, 어여쁜 사람들이 있기에, 삶이란 얼마나 행복해 질 수 있었는지요! 사랑예찬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영화 더 리더의 결정적 장면은 너무나 가슴 뭉클하기 때문입니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아아, 테스트, 테스트, 글을 읽을 줄도 모르는 여인 한나를 위해서, 마이클의 한결같은 20년짜리 노력이 시작됩니다. 사랑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한나는 자기 일에 책임을 다하겠다는 태도로 세상을 열심히 살아가는 여성이었습니다. 그런데 일자리를 구하고자 나치에 협력한 것이 큰 불운이었습니다.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감옥에 갇힙니다. 하지만 그녀에게 구원이 있었으니,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마이클 변호사는 이런 생각을 다 하게 되었을까요? 내가 당신의 영원한 벗이자, 애정이 되어줄께요, 라고 노력할 수 있었을까요? 혼신의 힘을 다해 녹음을 마치고, 끝내 또 쓰러지듯이 잠을 청하고, 다시 일어나는 그 애정의 깊이를 어떻게 가늠할 수 있단 말인가요. 마음을 다해서 사랑한다는 것이 이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이 장면이 너무나 뭉클했습니다. 영화 보면서 먹먹하게 감동받기는 참 오랜 만입니다. 평생 잊을 수 없을 겁니다.
내가 해주고 싶은 것을 무작정 해주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란 말인가요?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그것을 해주는 것이 인간관계의 비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에게 가장 필요하고, 가장 원하는 것을 해주는 마이클의 태도, 그 선의의 힘이 대단했습니다. 그러자 감옥도 바뀌어 갔습니다. 그녀는 감옥 안에서 삶이 변했고, 마침내 글까지 깨우치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을 필사한 대목 역시 그녀가 얼마나 이 공간을 아끼고, 또한 이 곳의 주어진 삶에서 작은 기쁨을 얻을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은 기쁨의 힘, 이 말이 저는 너무 좋습니다. 그것은 커다란 절망감을 이겨낼 힘이고, 무거운 현실을 견디는 방패가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삶이 아무리 보잘 것 없이 보이더라도, 우리 삶 어딘가에 있는 작은 기쁨들을 발견해 나간다면, 그런 일상들이 모여서, 마침내 "내 삶 별 일 없이 사는 걸요." 라고 힘차게 말하게 되는 게 아닐까 합니다.
글을 읽을 줄 몰랐던 그녀가 재판을 받으면서 던졌던 말 "당신이라면 어떻게 합니까?" 이 지점을 생각해 봅니다. 최선을 다해서 일을 다했을 뿐이라고, 정직한 태도로 법정에 임했는데, 무기징역을 선고받습니다. 감옥에 갇히면서,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얼마만큼 돌아보게 되었을까요. 마지막 순간, 죽음을 선택하면서, 자신의 소중한 물건을 유언으로 기부하는 것도, 그녀의 사과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살아남기 위해서, 그런 일을 했던 책임은 결국 마음에 상처로 남게 됩니다. 무슨 일을 선택할지가 그래서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운명이라는 것이 결국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상상을 하게 됩니다. 삶의 어느 지점에서, 운명을 경험하고, 그 영향력으로 우리는 새로운 의지를 내어보면서, 삶을 더 나은 모습으로 변혁시켜 가는 것이 아닐까요? 소년 마이클은 소년일 때는 가진 것을 모두 팔아 행복한 자전거 여행을 계획하는 열정의 시기 였다면, 중년 마이클은 누구보다 타인의 마음을 깊이 있게 존중할 줄 아는 치밀한 현실주의자 같습니다. 그렇게 나이듦의 성숙이 보여주는 모습도 참 눈부셨다고 생각합니다.
친구도 없고, 친척도 없는 한나를 사랑으로 돕는 마이클의 모습. 그리고 정작 두 사람이 20년의 시간 끝에 재회하게 되자, 더 이상의 새 출발 보다는, 남은 삶을 그대로 끝내버리는 안타까운 결말까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책을 듣고, 읽게 되면서, 마침내 머리가 더 깨이는 것은 아닐까 합니다. 게다가 좋은 책들을 선별하고, 선별했던 마이클임은 당연했겠지요.
고백하자면, 저도 지인이 좋은 영화를 선별해 주고, 권해줘서 여기까지 200편 넘는 영화들을 보고, 글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또 영화라면 정말 좋아하는 오랜 벗이 있기 때문에, 자주 영화관 나들이도 함께 계획할 수 있어서 즐겁습니다. 아! 나의 사랑했던 짝사랑 여인은 건강히 잘 지내고 있을까요? 이렇게 열심히 글을 남기면, 우연히 글을 읽고, 눈치를 채는 동화 같은 일이 일어나진 않을까요? 너무 영화 같은 판타지를 많이 봤나 봅니다 :)
산다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 가득한 여행인 것 같습니다. 직접 경험하고 느끼는 고단함이 만만치 않지만, 간접 경험으로 상상하고 그려볼 수 있는 일들도 참 많은 시대입니다. 시간을 아껴서, 마음껏 영화를 보고, 책들을 가까이 하면서 산다는 것, 참 좋은 일이네요. 이루어지지 못한 일들을 아쉬워하지도 말고, 지나간 추억을 그리워만 말고, 지금 현재를 더 충실하게 보내고 싶습니다. 오늘을 사랑하면서 살기! 아아, 테스트, 테스트.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는 것, 참 소중한 일입니다. / 2016. 08. 04.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