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아메리칸 허슬 (American Hustle, 2013) 리뷰

시북(허지수) 2016. 9. 29. 01:01

 

 대형 포탈사이트 네이버에는 무료영화관이 있습니다. 거기에는 시기마다 뜻밖이다 싶을 정도로 괜찮은 작품들을 무료로 시청할 수 있어요. 아메리칸 허슬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어찌나 유쾌하고 발랄한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조마조마 하면서 즐길 수 있었던 멋진 작품이었습니다. 사기꾼들이 모여서, 큰 놈 하나를 노려보겠다는 이야기 인데, 워낙 통 큰 인물들이 많아서 오히려 악당들이 벌벌 떨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등장인물들은 또 하나 같이 매력이 있어서 마냥 미워할 수가 없습니다. 가령 주연 어빙의 아내 로잘린(제니퍼 로렌스 분)은 그 막무가내와 독특한 성격을 너무 잘 그려내서 등장할 때마다 우습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가련하기도 합니다.

 

 영화는 어빙이라는 배불뚝이 남자가, 시드니라는 묘한 매력의 여인을 만나서 함께 애정을 키워나가고, 사기꾼 동업을 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하나를 말하면, 열을 알아듣는 소통에 둘은 급 가까워 지면서, 화려한 콤비로 돈을 긁어모으지요. 큰 욕심을 안 부리고 있지만, 그러다가 FBI에게 딱 걸리는 겁니다! FBI요원 리치 역시 시드니의 매력에 호감을 가지면서 진실을 알려주지요. 시드니양 당신도 이용당하고 있는거에요. 실은, 어빙은 유부남에 아이까지 있다고!!!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등장인물 저마다의 사연으로 리뷰를 채워나갈 수 있을겁니다. FBI요원 리치는 크게 한 건을 해서 실적을 올리려고 굉장히 현장을 강조합니다. 상관에게 시도 때도 없이 필요할 때마다 전화를 걸고, 부탁을 하고, 협박까지 하는 장면이 코믹하면서도 간절합니다. 나 이번에 반드시 거물을 잡아서, 국가를 위해서 일을 해보겠어! 라는 의지가 느껴지지요. 아무튼, 리치에 의해서, 어빙과 시드니는 이제 FBI의 비밀 프로젝트를 함께 해야 하는 입장이 됩니다.

 

 1970년대 미국 문화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것도 덤이겠지요. 흥겨운 음악과 그 시대에 걸맞는 복장과 파티 들이 잘 구현 있습니다. 자, 그렇다면 FBI의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하니, 젊고 총기 넘치는 시장 카마인에게 접근하자는 겁니다. 그래서 시의 개발 이권을 둘러싼 비리 국회의원들을 일망타진하자는 것! 게다가 카지노 사업도 개발에 연관되어 있으니까, 카지노계 거물도 만나서, 이들까지 낚자는 것. 일석이조 라고 합니까, 그러나 현실은 시궁창! 그 모습을 함께 웃으면서 읽어나가는 것이 영화의 포인트 입니다.

 

 카지노계 거물이 등장하는데, 어 얼굴이 낯이 익습니다. 텔레지오 라는 저 사람, 중년의 카리스마 로버트 드 니로!? 아뿔싸 큰일났네요!! 지금 멕시코인 데려다가, 급히 아랍인으로 위장하며 중동의 재벌로 내세운 FBI 비밀 프로젝트 일당들이었는데요. 텔레지오는 여기다가 대고 직접 아랍어를 구사하고 맙니다. 그것도 아주 유창하게 말이지요. 순간 분위기는 쎄~ 하게 얼어붙고, (멕시코인이 무슨 수로 아랍어를...) 벙어리가 되었던 우리네 사기꾼 일당들은 간신히 위기에서 벗어납니다. 그러길래, 상대를 가려가면서 사기도 쳐야죠. 적이 너무 쎄!!!

 

 한편, 이 작품은 각본이 대단히 성실하고 치밀하게 구상되었다고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실화를 어느 정도 바탕에 두고 있다고 하는데, 구성이 매우 섬세하고, 깔끔해서 내용을 깊게 즐기고, 또 웃기도 웃고.... 참 사기꾼들의 경쾌한 영화다 싶습니다. 결국 실력이 없어서 망신 당하는 첫 번째가 FBI 요원이었다는 것은 두고 두고 명 엔딩이라 생각합니다. 호수 낚시의 교훈 아니겠어요. 바닥에 있는 얼음이 다 얼기 전까지, 미리 낚시에 나서면 안 되는 법! 밑밥을 더 철저히 깔았어야죠! 돈도 2백만불 (헉 20억...) 날리게 생겼으니, 리치네 입장이 말이 아닙니다.

 

 물론 성과도 있었습니다. 비록 카지노계의 거물과는 협상에 죽쒔지만, 비리 국회의원은 여럿 잡아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중에는 너무 선량하고, 지적이며, 열심으로 살아가는 카마인 시장 같은 좋은 사람이 있어서 문제였지요. 카마인 시장은 우정을 위한다면서, 사기꾼 어빙에게 당시 신제품인 전자레인지를 귀하게도 선물할 줄 아는 참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물론, 그 전자레인지는 로잘린 양이, 바로 첫 기동에 홀랑 태워먹는 멋진 전개를 보여주지만요 :)

 

 살기 위해서, 누군가를 속이는 인생, 그리고 나아가 자기 자신을 속이는 인생은 결국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영화는 후반부에서 매우 정중하게 그리고 있어서, 감동적이기 까지 했습니다. 시드니 양은, 끝까지 어빙과 함께 하면서 어빙의 진심을 응원하지요. 어빙 역시 카마인에게 찾아가서 몇 번이나 사과를 거듭하며 두드려 맞습니다. 이거 이거 유능한 사기꾼들이 이렇게까지 정직하다니, 명대사가 두 개 정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카마인처럼 좋은 시장이 이렇게 사기극에 이용당하는 것을 도저히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어...(어빙)"

 그리고 심금을 울리는 명대사, 과테말라 라는 나라는 말이야 정치하는 사람들이 다 부패해 있어서, 전화 한 통 거는 것도 엄청나게 힘들고 제대로 걸수도 없다고, 공공시스템이 망가져 버리는 거야. 정치는 깨끗한 사람들이 나서서 열정을 가지고 해야 하는 거야. 그래서 이번 FBI 프로젝트 끝까지 가는거야! 부패는 용납할 수 없으니까!

 

 카마인 같이 좋은 시장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리치 같이 열정 있는 FBI 비밀요원을 볼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물론 이 요원, 연애는 잘 되지 못해서 얼굴을 크게 얻어 맞았지만... 또한, 매력 있는 로잘린이 자신만의 당당함으로 살아가는 것이 무척 신났습니다. 이 향수 썩은내가 나는데도 매력 있어요. 그 대사가 마치 로잘린 자신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었을까요. 그리고, 우리 자신에게도 해당하는 말이 아닐까요. 우린 모두 완벽하지 못한 구석이 있지만, 그래도 사랑받으면서 살고 싶다는 것이에요.

 

 참 많은 것이 담겨 있는 멋진 작품이었습니다. 호화캐스팅 된 배우의 명연기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으니까요. 굉장히 미국적인 영화인데도, 계속해서 웃을 수 있는 것을 보니까, 미국 영화들을 그간 참 많이 보긴 했나 봅니다. 뜨끔.

 

 블로거로 오래도록 생활하고 있으면, 그게 마치 영화에서 나오는 시드니 양처럼, 자신을 그럴싸하게 귀족풍으로 꾸미는데 능숙하게 됩니다. 무슨일을 하세요? "아이들을 가르쳤어요, 의사 선생님이 이상형이에요. 글쓰기가 좋아요." 저도 딱 영화 속 사기꾼이 아닌가 반성하게 됩니다. 훨씬 정직해지고 싶습니다. "비정규직으로 일해요, 말이 통하는 사람이면 좋아요, 글쓰기는 힘들지만 계속 하고 있어요. 그게 하나의 오랜 꿈이니까요." 아, 마음이 얼마나 편안한지요. 아메리칸 허슬, 늦은 밤 마음에 큰 위로를 얻게 해줘서 고마운 작품이었네요. / 2016. 09. 29.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