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영화 마돈나 (Madonna, 2014) 리뷰

시북(허지수) 2016. 9. 30. 03:59

 

 영화를 보면서 오래도록 고민하던 부분이 딱 하고 등장하면 마치 계시를 받은 듯 놀랄 때가 있습니다. 제게는 영화 마돈나가 그런 소중한 영화 였습니다. 명대사 하나가 지금껏 내가 느껴왔던 사실을 애써 재확인 시켜주는구나 싶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사랑받지 못했으니까, 그래서 사랑하기가 안 되는거야..." 오랜 고민의 해답을 찾아냈습니다. 왜 나의 사랑하는 벗들이 저마다 방황했는지, 또 포기해 버렸는지, 이제야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아무쪼록, 우리는 꼭 사랑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서로를 아껴주면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영화는 무척 슬프고, 무겁고, 아프고, 보기에 불편합니다. 그래서 사실은 힘이 있습니다. 세상을 다르게 보고, 생각하게 해주는 힘이 있습니다. 자, 잘 봐둬, 아무 것도 가지지 못했던 사회적 약자, 눈에 띄지 못하고, 주류에서 항상 밀리게 되어 있는 사람에 대한 냉철한 접근이 참 똑부러집니다. 항상 이용만 당하고, 끝내는 버려지는 마돈나 (극중에서 미나), 그의 한 마디는 정말 진심 그 자체입니다. "전 최선을 다했어요... 언제나"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우리 주변에도 미나처럼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힘든 일을 겪어내고, 괴롭고 독한 말들을 버텨내면서, 밥벌이의 힘겨움을 꾸역꾸역 해내는 사람들, 저 같은 사람이야 아직도 철이 들지 않아서, 즐겁게 사는 것을 목표로 일상을 특별하게 보내자고 강조하지만, 이 세계에는 살아남기 위해서,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걸면서 달려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영화 속 세계에서는 그런 사람들이 참 많이 나옵니다. 너무 안타까운 것은 그 중에서 마돈나 만큼은, 최선을 다하고도 결과가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는 겁니다. 그가 사실은 할머니를 아끼는 효녀였다는 표현이 그래서 더욱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또한, 비록 사랑받지 못했더라도, 내 아이와 함께 사랑하면서 살아가겠노라고 다짐하는 모습은 - 사람에 대하여 실은 참으로 숭고하고, 대단히 멋진 존재가 아닌가를 되짚어보게 됩니다. 이런 면을 감탄이라고 하나요.

 

 영화를 이끌어 가는 것은, 해림양 입니다. 서른 다섯이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미모의 보유자인데, 배우 서영희가 연기도 너무 깊이 있게 잘해서, 영화 속으로 푹 빠져들어가게 만드는 매력이 대단합니다. 해림은 재벌 2세 상우의 제안을 받아들이며 마돈나가 누구인지, 그녀에 대해서 하나씩 알아가게 만들지요. 마치 탐정 같기도 하고... 타인에 대해서 알아가면서 마침내 해림양 자신의 과거까지 밝혀지는 전개가 참 슬프면서 현실적이었습니다.

 

 나도 실은 그랬어요, 나도 사실은 못된 여자였어요. 할 수 없었어요.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 아이를 지웠어요.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대단한 위로와 힘을 얻을 수 있던 점은 여기에 있었습니다. 과거에 대해서, 지나간 잘못에 대해서는, 이제 더 비난하지도 말고, 눈물 짓지도 말자는 겁니다. 눈물을 닦고, 오늘을 살자고 말하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환시처럼, 꿈처럼, 미나가 해림양의 손톱에 네일아트를 해주는 장면이 있는데 눈부신 최고의 일분이라 말할 수 있을테지요. 이 때야 말로, 두 사람 모두 에이 불쌍한 년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아끼며, 아픔을 나누며, 연대하는 것. 즉, 삶이란 고통스러워도 힘내어 살아가야 하는 것임을 알려주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치의 문제로 들어간다면, 여기에서도 거액의 돈, 의미 없는 생명의 연장이 아니라, 한 사람이라도 제대로 된 생명을 살려내는 것이 중요하며, 그 절차가 깨끗해야 함을, 이 당연한 사실들을 재차 배우게 됩니다. 그래서 희망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젊은 의사 당신이 희망이었습니다. 따뜻한 간호조무사 당신의 열정이 아름다웠습니다. 세상에 눈 뜬 아기, 그대를 만들기 위해서 두 사람의 희생이 있었음을 알려줍니다. 이것은 마치 흐르는 물과도 같다는 생각도 문득 들었네요. 낮은 곳으로, 더 낮은 곳으로, 그 곳이 실은 한없이 맑을 수 있다는 것. 높은 곳에만 멈추어 있다보면, 즉 고여만 있다 보면, 어느새 썩고 부패해 버린다는 것 같습니다. 인간도 마찬가지겠지요. 안주하면 곤란합니다.

 

 끝으로 저는 왠지 죽음 앞에서 눈물 흘리는 장면들이 강하게 기억납니다. 아, 이것으로 내 삶이 끝났구나, 그러나 헛되지는 않았구나 라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감히 짐작해 봅니다. 나도 과연 그런 삶을 살아낼 수 있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시간이라는 것은 한정되어 있고, 오늘도 어김없이 이렇게 흘러가고 있는데,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되묻기도 합니다.

 

 저는 운 좋게도 적게 일하고, 많은 여유를 누리며 살고 있습니다. 매주 책이나 영화를 볼 수 있으니까요. 천천히 읽고 있는 크리스마스 캐럴 초반부에 가난한 스크루지의 조카가 나옵니다. 메리크리스마스 라며 명연설을 하지요. 젊은 날, 돈 버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돈 말고도 의미 있는 젊음이란 얼마든지 있다, 그 일장연설이 마치 빛처럼 환하게 다가와 말을 건넸습니다. 스크루지의 직원까지 놀라서 박수를 칠 정도였지요.

 

 그래요. 예로부터 교훈은 아픈 것이라고 합니다. 원어에는 뾰족한 것으로 몸을 찔러서, 올바른 방향을 향하게 만드는 것이 교훈이라고 합니다. 영화 마지막에는 멋진 버스씬이 있습니다. 하얀 옷의 아름다운 임산부 모습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여성이 라는 의미가 아닐까요. 이제 교훈을 애써 얻은 해림은 다시는 아이를 지우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혹여 아이가 생기게 된다면, 아이와 내가 함께 살아가는 것을 고민하기 시작하지 않을까요?

 

 저는 늦은 밤 참 고맙습니다. CGV덕에 정말 좋은 영화를 한 편 감상했습니다. 오래도록 기억하려고 합니다. 여성을 소중히. 시간을 알차게. 그리하여, 죽음 앞에서 괜찮다며 웃음 지으며, 최선을 다한 삶이 이제는 끝났노라며 눈물 한 방울 흘릴 수 있는 진짜 인생이 되아보기를. 인생,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 2016. 09. 30.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