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용의자 (The Suspect, 2013) 리뷰

시북(허지수) 2016. 10. 5. 02:00

 

 한국 액션 영화도 충분히 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멋진 작품 용의자를 보았습니다. 특수부대원 한 명이 불사신처럼,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돌진하는 장면들은 순식간에 강하게 영화 속으로 우리를 안내합니다. 이 영화의 장점은 지루할 틈이 별로 없다는 점입니다. 싸우는 장면은 긴장감 넘치고, 자동차 씬들은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많은 분들의 의견대로, 이거이거 명작 본시리즈가 떠오르기도 했네요. 그만큼 잘 찍었고, 편집도 좋았습니다. 액션배우, 이제는 천만배우로 거듭난 공유의 대활약 이야기, 영화 용의자 속으로 출발해 봅니다.

 

 북측에서 내려온 탈북자 지동철은 가족을 죽인 범인을 잡아서 복수하는 것을 오직 삶의 목표로 삼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돈으로도 움직일 수 없는 그의 목표는 시작부터 이 친구가 예사롭지 않은 인물임을 보여줍니다. 박건호 회장이 지동철을 아끼고 있어서, 복수할 절호의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오래도록 찾았던 리광조의 힌트를 얻게 되었으니까요. 이 영화는 고민이나, 망설임이 없습니다. 오로지 직진으로 내달립니다. 리광조 기다려라, 지동철이 지금 간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한편 박건호 회장은 정부기관의 김실장 세력에 의해서 암살 당하고 맙니다. 굴지의 기업은 단번에 휘청거리게 되었지요. 중요한 것은 이 때부터, 박건호 회장을 죽인 용의자로 억울하고 부당하게도 지동철이 딱 찍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정보는 통제되고, 언론은 입을 다물게 됩니다. 저는 지금도 소신을 밝히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어서 우리사회가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소중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나마 숨이라도 쉬고 있는 것입니다. 안 그러면 악당 같은 세력들이 자기들이 유리한대로 정보를 해석 및 조작해서 발표하기가 참 쉽다는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상식이 죽은 사회가 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김실장은 이 영화 최고의 악역 입니다. 그의 저주받은 대사, 빨갱이들끼리 한 판 잘 싸워보라는 말은 역겨움의 끝을 보여줍니다. 자신은 권력을 등에 업고 있으며, 위의 윗줄까지 돈을 찔러 넣었기 때문에 절대로 안전할 것이라고 크게 착각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세상의 주인공은 자기라는 뜻인데요. 하지만 이런 정신 나간 인간들의 실체를 꿰뚫어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점에서 용의자의 또 다른 재미는 민대령(박휘순 분)의 활약상 입니다. 민 대령은 우리도 채널을 두 개 가지고 활약하자면서, 지동철을 좇는 한 편, 김실장의 뒤를 캐봅니다.

 

 자 결과는! 복수라면서 순수하게 달려나가는 깨끗한(?)목적의 지동철에 비해서, 정말 영 뒤가 좋지 못한 김실장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게 되지요. 민대령의 대사는, 명작 스릴러 영화 테이큰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현장에 있으면 총이 전달하는 감정이 정말 다른가 봅니다. 테이큰에서는 총알이 있고, 없고에 따라서 총의 무게가 다르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영화 용의자에서는 총알이 있고, 없고에 따라서 총의 소리가 다르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예민함이 주는 감성이 저는 참 좋았습니다. 자신이 살아가는 현장에서 최선을 다했을 때, 진짜들만이 알아보는 미세한 세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평소 지갑에 소중한 사진을 넣어두자는 주장을 종종 해왔습니다. 영화에서는 민대령이 이 가족사진 한 장으로 인해서 지동철과의 격렬한 싸움 속에서도 살아남게 되는 계기가 되었음을 간접적으로 암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민대령은 최후의 순간, 지동철과 함께 김실장을 보내버림으로써, 그리고 지동철을 풀어줌으로써, 완전히 빚을 갚아주는 가슴 찡한 장면을 보여줍니다. 정말 말도 안 되게, 담배 한 갑 사러 간 사이에 도주했다고 하는데, 고의성이 확실하지요. 지동철을 극진히 도와주는 민대령이라니, 그의 사람됨에 반할 것만 같습니다. 남측 최고의 정예는 그렇게 멋지게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나는 겁날 것 없다! 나는 비굴하게 살지 않았다! 이 자식들아!

 

 이제 엔딩, 중국까지 찾아가서 마침내 자신이 사랑해야 할 존재를 찾은 지동철은 이제 다시금 삶을 희망으로 물들여 갈 수 있기에, 그럼에도 해피엔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교회 관련자들을 죄다 죽여버렸다는 북한 사회의 비정함에 대해서는 저는 정말이지 일종의 혐오감을 가지고 있을 정도입니다. 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죽여버리는 그 폐쇄적인 집단, 오늘자 뉴스를 보니 이제 북한은 식량 조차도 제대로 사람들에게 전해주지 못한다고 합니다. 아! 그 공포정치 3대 세습 속에,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지... 그러면서 자신들의 거대 동상은 환하게 비추고 있다니, 그 모순이 참 어이가 없습니다.

 

 이제 결론, 지동철은 탈북해서 참 다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영화에서 처럼 북한을 위한 식량지원이 될 수 있어서 굶어죽어가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극의 최경희 기자처럼, 진실을 위해서 싸워주는 기자님들이 많아져서 사회의 제 4번째 권력으로써, 제대로 된 일을 해낼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누가 시켜서 받아적기만 하기에는 이 사회, 너무 아픈 곳이 많잖아요. 잘못된 현실 앞에 마이크와 카메라를 들고 뛰어다니는 진짜 기자들이 곳곳에 있기를! 지금까지 볼 것도 많고, 이야기도 풍성한 영화 용의자 였습니다. / 2016. 10. 05.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