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서 모처럼 직접적으로 영화 추천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짧지만 강렬한 영화, 혹은 참으로 아픈 영화 공정사회를 시청하게 되었습니다. 과연 우리 사회는 약자를 얼마만큼 배려하고 있는가를 다시금 묻게 됩니다. 일마치고 뉴스를 볼 때면 놀랍고 기이한 일들이 눈앞에 놓여있습니다. 임산부를 지하철에서 때렸다는 황당한 노인이 있질 않나... 그런데 영화 공정사회는 우리를 더욱 통렬하게 합니다.
멀쩡하고 잘난 사람들이 그녀를 외면한다는 것, 저는 이 무렵 공부중독(*엄기호, 하지현 저)이라는 책을 읽고 있었는데, 여기에도 한 가지 진실이 등장합니다. 인성이라는 것은 공부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공부만 잘해서 성공하고 잘나게 된 사람들, 이들에게 인성이 실종되었을 때 얼마나 슬픈 현실이 되는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게 아줌마가 제대로 사회에 복수하는 영화입니다. 보기 편한 영화는 분명 아니었지만, 우리 사회 반드시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특히 공무원들! 힘들더라도 좀 더 역지사지를 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저는 실은 공무원에 대하여 두 가지 생각이 있습니다. 한 가지는 현실적 아쉬움입니다. 어머님이 많이 편찮으셔서 심한 조울증으로 지적장애 판정을 받았고, 사회복지사의 방문도움을 받기 위하여, 서류를 제출할 때, 공무원들은 꼭 한 마디를 덧붙였습니다. "이게 원하시는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절차가 있어서 심사는 하겠지만 어떤 분은 안 되더라고요." 다행히 우리 가정은 사회보장정보원으로부터 바우처카드를 발급 받을 수 있었지만, 그 공무원의 당황스러운 표정은 잊혀지지 않습니다.
사실은 공무원들도 나름대로 충분히 힘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요. 이렇게 말할 수 있겠지요. 영화 속 대사가 큰 울림이 있습니다. 한 형사당 맡은 사건이 40~50개씩 되니까 현실적으로는 하나 하나 공들여서 처리해 줄 수가 없는 것입니다. 나머지 한 가지 생각은 공무원 사회에 대한 감사함입니다. 그래도 과거 보다는 다들 매우 친절해졌다고 생각합니다. 김영란법이 말해주듯 오늘날 부패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머니가 사회보장을 받게 되어서 삶의 어려움을 견디는데 많은 힘이 되었으니까요. 길었던 서론은 이정도로 하겠습니다. 영화 이야기 쭉 달려야죠.
마형사의 전화는 수시로 울리고, 핸드폰도 마찬가지로 바쁘게 소리냅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줌마는 강간 피해를 입은 딸의 이야기를 하고, 또 합니다. 속이 상해서 눈물이 나고, 수사는 진척이 없는 것 같고, 답답해 죽을 것만 같습니다. 어디에서부터 잘못된걸까,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을 던져봤자, 머릿속만 힘들어집니다.
딸은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내가 엄마 말 안 듣고 모르는 사람 따라갔다가, 이렇게 되었던거지? 미안해... 눈물 나게 아픈 장면입니다. 아무리 엄마가 괜찮다고 끌어안더라도, 이 딸아이의 상처는 지워지지 않겠지요. 그럼에도 이 사회는 이 딸의 아픔에 진심으로 귀기울여주지 않았습니다. 아빠라는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거라며 조용히 사건을 덮기만을 원하고, 마형사는 심지어 범인의 위치까지 알려줘도 수사는 며칠 지나 월요일날 하겠다고 고집을 부립니다. 진짜로 해도해도 너무합니다. 전혀 공정하지 않은 우리 사회. 법은 솜방망이에, 형사는 과중한 일에 시달리고, 사회가 병들어 있으면 결국 연약한 사람들이 희생양이 된다는 것이 너무 무섭고 떨리고 괴롭습니다.
눈물로, 분노로, 악으로, 달려온 아줌마는 마지막 해결책으로 무엇이든 해결해 드린다는 곳에 전화를 걸어서 직접 범인에게 복수를 펼치고, 아빠에게 그 죄를 전가해 버립니다. 분명 이것이 법적으로는 충분히 잘못된 행동임을 관객들은 모두가 잘 알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제대로 벌을 내리는 것이 공정하지 않냐는 질문을 던지기에 충분합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솜방망이 처벌은 이제 그만! 짐승만도 못한 것들은 그만 이 세계에서 사라져주기를.
짧은 이야기를 마치며, 부모의 마음이 무엇일까를 다시금 생각해 봅니다. 자신의 아들 딸이 사랑받고 별일 없이 커가는 것이 기쁨이라는 이야기를 그래도 꼭 남기고 싶습니다. 그리고, 상처 입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아파하고, 함께 분노하는 것입니다. 저는 부모 자식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끈이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수 자이언티 노래가사를 떠올립니다. "아프지 말고, 아프지 말고." 평소에 말이라고는 거의 없는 아버지가 술에 취해 들어와 한다는 진심이 그랬습니다. 아프지 마라. 가족이 한 사람만 아파도 다들 힘이 드는데, 아프지 말고 어떻게든 견뎌나가자는 가장의 무게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배우 장영남의 촌철살인 대사들이 가슴에 오래도록 남을 것입니다. "내 아이가 실종되었다고 좀 생각해 보세요! 순찰이라도 좀 돌아달라고요!" 어쩌면, 이런 비극적 사회에서 딸 키우기가 겁나고 위험한 세상인지도 모릅니다. 저는 복수를 다루었던 친절한 금자씨 영화를 보면서 별일 없이 사는 것이 행복임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가족이 한 상에서 함께 밥먹는 것은 세계를 통틀어서 함께 목격할 수 있는 드문 문화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함께 밥먹고, 이야기 나누면서, 평화롭고 화목한 가정이기를, 별일 없는 삶을 축복으로 여기고 오늘 하루를 감사할 수 있기를... 사회가 비록 무서운 곳이지만, 따스한 곳이기도 하여서, 우리 당당하고, 힘차게 살아갈 수 있기를. / 2016. 10. 08.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