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Miss Peregrine's Home for Peculiar Children, 2016) 리뷰

시북(허지수) 2016. 10. 11. 01:07

 

 주말에 영화관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팀 버튼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라, 친구를 설득해 이 작품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을 보기로 결정! 단순한 판타지 영화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가 삶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가를 생각해 볼 수도 있었습니다. 이 점은 세계적 흥행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도 겹치는 대목이 있습니다. 열심히 적극적으로, 탐험가처럼 살아가기 입니다.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 무서운 적 할로게스트와의 대결에서도 용기내어 한 번 맞서보겠다 라고 태세를 고쳐잡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미스 페레그린과 아이들은 저마다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친구도 있고, 손에서 불꽃을 만들어 내는 소녀도 있습니다. 공중을 날아다니기도 하고, 바람을 조절해서 바닷속 탐험도 가능합니다. 미스 페레그린은 결정타로 시간을 조절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요. 하루라는 시간을 정확하게 되돌리는 장면은 이 영화가 주는 멋진 미덕이라 생각합니다. 자, 이제 본론으로 어서 가보겠습니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이들은 1943년 9월의 어느 날을 기점으로 같은 날을 반복해서 살고 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이 날을 기해서 페레그린과 아이들의 집은 나치의 폭격을 맞고 전원 사망처리 되는 것입니다만, 영화 상으로는 그렇지 않았던 겁니다. 우리는 시간을 되돌렸어! 1943년 9월의 어느 날을 계속 살아가는거야! 그래서 이들은 특별한 손님인 제이크가 오자 누구보다도 기뻐하고, 즐겁게 환영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어서와, 우리들과 함께 새롭게 놀아줘."

 

 조금만 생각해본다면 1943년부터 2016년까지 그 긴 시간을 똑같은 일상을 반복해야 했기 때문에, 사실은 지루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제이크가 타임루프가 걸린 독특한 세계로 들어오게 되었을 때, 친구들은 설레어하고, 기뻐하며, 또 때로는 질투하기도 하고, 저마다 다양한 반응을 보여줍니다. 다람쥐가 떨어지자 다시금 나무위로 올려보내주는 따뜻한 마음씨. 저마다 주어진 일이 정해져 있으며, 하루라는 시간을 귀중하게 보내는 모습이 참 아름다운 동화같습니다. 둘이서 축구 한다면서 반칙하며 티격태격 싸우고, 쌍둥이는 장난감을 서로 갖겠다며 괜히 옥신각신대고...

 

 그럼에도 지켜져야 하는 룰은 있었습니다. 미스 페레그린은 아이들에게 제이크를 붙잡고 미래에 대해서 물어보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환상을 가져서, 오늘을 낭비하거나, 오늘을 아쉬운 날로 만들지 않기 위함입니다. 오늘을 충실하고 감사하게 여기도록 아이들을 가르치는 모습이 참 좋은 선생님이구나 싶습니다. 그리고 이 교훈은 우리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을 겁니다. 더욱이 오늘날처럼 10년 뒤를 예측할 수 없는, 빠른 시대에서는, 오늘을 열심히 보내고, 그 열정을 누적시키는 것입니다! 이로써, 주어진 삶을 보다 낫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일상의 모험가가 되는 것입니다.

 

 할로게스트는 참 집요하고, 강력한 적이었습니다. 특히 바론으로 불리는 녀석은 자유자재로 변신하면서, 페레그린과 아이들을 위협하기에 이릅니다. 그 이유는 시간을 조정해서 불멸의 존재로 영생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망상을 실험으로 시도하다가, 욕심쟁이들은 다들 괴물 할로게스트가 되었다는 것. 그래서 바론이 할로게스트에 의해서 희생당하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가 않았습니다. 이들은 서로 서로가 경쟁자이자 적일 수 있다는 것.

 

 이와 반대로 이 이상한 아이들은, 서로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서로의 능력을 살려 함께 적들에 맞서며 힘을 합쳐나가고자 합니다. 심지어 별달리 특징이 없는 아이라도 눈뭉치라도 던져서 할로게스트와 용감히 맞서는 장면들은 최고입니다. 그리하여, 신나게 되살아 난 해골들의 힘을 빌려 놀이공원에서 재밌게 한 판 승부를 펼칠 수 있게 되었지요. 요점은 이것이라 생각합니다.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해보는거야! 한 누리꾼이 재밌게 표현한대로, 쌍둥이의 필살기 한 방에 적이 나가떨어지다니...! 굉장했습니다. (이거 이거 바론도 한 방이겠는걸?)

 

 어쨌든 우리는 이제 2016년의 어느 날을 살고 있습니다. 우리의 능력치가 이상한 범위에 들어가기란 어려울테니, 보통은 일반적인 사람들이기도 하겠지요. 리뷰를 마치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 어때? 조금 이상해도 괜찮지? 조금 모자라면 또 어때? 괜히 아는 체 하기 보다는, 그저 삶을 기쁘게 누리며 감사하게 계절을 느껴가며 산다면 그것으로 즐겁지 아니한가 싶었습니다.

 

 라디오를 하도 듣다보니, 대사를 전부 외워버렸다는 이야기가 농담치고는 참 슬프게 들렸습니다. 다행히도 이들에게는 아이의 꿈을 통해서 재밌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새로운 구원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작은 장면들은 새로운 자극이 우리의 세포를 깨워주는 것만 같습니다. 그래요. 새로운 읽을꺼리와 새로운 볼거리로,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물들여 가기를! 주어진 지루한 일상일지라도 충실히, 성실히 버텨나가기를 힘껏 응원합니다. 혹시 모르죠. 그 뒤에 아름다운 입맞춤이 기다리고 있을지~ / 2016. 10. 11.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