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꾸뻬씨의 행복여행 (Hector and the Search for Happiness, 2014) 리뷰

시북(허지수) 2016. 10. 13. 03:26

 

 상상 이상으로 좋았던 감성영화 꾸뻬씨의 행복여행 이야기 입니다. 배울 것도 많고, 느낄 것도 많고, 마음을 사로잡는 명대사 구간을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그 첫 구간은 극의 서론부에 등장합니다. 마음 속에 자신만의 아이가 있더라고 얼마든지 괜찮아, 대신에 그 아이가 핸들을 잡고 운전하는 것만큼은 막을 필요가 있다는 것. 키덜트 라는 말이 있습니다. 몸만 성인이지, 마음은 어린아이와 별반 다를 게 없는 피터팬 같은 사람. 네 이 말은 제 이야기지요. 게임음악이나 팝송을 들으며 글을 쓰고, 매주 어떤 영화를 볼까, 현실 보다 상상의 세계를 더 좋아합니다. 그래서 이 모험 영화에 완전히 반해버린 지도 모릅니다.

 

 영화는 행복하다는 느낌을 주는 아프리카 의사가 한 명 나옵니다. 그 때의 대사는 눈부십니다. 소명에 응답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행복! 지금 시대에 많은 사람에게 소명이라는 단어 자체가 이제는 많이 낯설다는 느낌을 줍니다. 고백하면 저는 소명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대신 욕심만 가득 하죠. 언젠가 더 풍성하게 블로그를 채워 천만 카운터를 넘겨볼테야! 그런 느림보 거북이 같은 마음으로 글쓰기에 재미를 붙여가고 있습니다. 천천히 산을 오르는 기분이랄까요. 이 느낌이 참 좋습니다. 제 마음을 확 사로잡은 영화의 명장면들로 이제 떠나보겠습니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헥터 의사가 히잡을 두르고 있는 아픈 환자를 돌보는 장면이 정말 근사합니다. 사람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거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을 때, 우리는 사람에게 반하게 되는게 아닐까 합니다. 저도 그랬던 적이 있고요. 자, 아무튼 이 여인은 "리스닝 이즈 러빙(귀기울여 준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 이라는 아름다운 진실을 전해줍니다. 소중한 사람을 만나면 귀를 기울여 주세요. 적극적으로 매우 반갑다고 이야기 하세요. 그런 사랑의 마음들이 우리의 삶을 "그래도 충분히 살만한 느낌", "아 삶은 실은 즐거운 것"으로 마법처럼 변하게 해줄테니까요.

 

 예를 들어 제게는 햇수로 벌써 16년째 가까이 하는 이성 사람 친구가 있습니다. 만날 때면, 늘 잔소리가 시작되지요. 계절에 잘 맞게 새 옷으로 좀 더 잘 입어라, 단골 그 헤어샵 좀 바꿔라, 세련된 모습을 한 번도 보여주는 날이 없니 등등... 그런 시시콜콜한 잔소리도 사실은 따뜻함임을 압니다. 저는 제 나름대로의 검소하고 단정한 삶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퉁치면서, 대화의 주제는 다음으로 넘어가죠. 친구 만나서 밥먹고, 또 때로는 영화보고, 그런 소소한 삶이 주는 만족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늘 주변에 좋은 인연들이 있음에 대한 감사함이지요.

 

 눈물나게 좋았던 대사가 있습니다. "불행을 피한다고 해서, 행복에 이르는 것은 아니다!" 이 말을 몇 번이고 곱씹어보면서, 불행을 만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얼마든지 극복하고, 이겨내면서 행복해 질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점에서 너무 유익한 영화였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어머님이 정신적으로 편찮으셔서, 저는 가진 게임기를 몽땅 처분하는 등 키덜트 생활을 거의 청산하고 있지만,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혹여 이런 불행을 만나더라도 사람은 얼마든지 잘 살아갈 수 있구나. 대신 영화를 보며, 책을 읽으며, 더 열심히 산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조금은 냉정하게 말한다면 게임만 하면서 취미로만 6개월을 보낼 수 있고, 또는 그 시간에 수십편의 영화, 몇 권의 읽고 싶던 책을 마침내 읽어가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 물론 욕심쟁이처럼 다 누리고 싶지만, 몇 가지 없더라도 사람은 죽지 않았습니다, 불행 앞에서도 삶은 계속되었고, 불행만 바라보고 있을 필요도 없었습니다. 잘 버텨나가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라도 찾아내는 것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행복은 존재 자체로 사랑 받을 때, 느낄 수 있다는 것. 저는 그래서 가정이라는 단어가 주는 따뜻함이 좋습니다. 가족 공동체 안에 있다보면, 내가 조금 못해도, 내가 조금 못나도, 그래도 이해받을 수 있고, 격려받을 수 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아픔 속에서도 각자가 열심히 살아갈 것을 요구했고, 저마다의 삶을 힘내고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입니다. 그렇게 도와가면서 살면, 불행도 극복되어져 간다고 간혹 느끼곤 합니다. 불행 앞에서 감히 괜찮다고 말할 수야 없겠지만, 불행을 만난다고 인생까지 꼬여버린 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그 불행으로 사람이 성장도 할 수 있는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보곤 합니다. 아, 이 생각은 인 디 에어라는 최근에 본 영화에서 얻은 영감입니다.

 

 정신과 의사 헥터의 최대위기는 아프리카에서 납치를 당한 것입니다. 기적적으로 살아나는데, 돌아오자마자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어서 곧바로 그의 삶은 축제로 격상되는 것입니다. 마을 현수막에 웰컴 헥터가 걸리지요. 저도 자세히 설명할 길은 없지만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납치까지는 아니고, 정말 많이 아프다가 회복되는 경험이라고 쓸 수 있겠네요. 그러면, 삶의 낮은 수준에서도 감사한 마음이 저절로 들게 됩니다. 아, 이제 내가 잘 뛰어다닐 수 있잖아, 아! 내가 이만큼씩이나 돈을 벌어서, 친구와 함께 맛있는 것도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네. 등등... 그래서 유독 영화관 나들이가 좋은지도 모릅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대목인, 소유보다는 경험의 추구가 저는 참 좋습니다.

 

 요즘은 글을 쓰면서, 내가 경험한 것까지만 쓰는게 정직하고 좋겠구나 라고 스스로 선을 긋는 연습을 합니다. 좋은 사람인 척 꾸미지 말자! 다만 평범하게 쓰자! 글 쓸적에 복잡한 말 가급적 넣지도 말고, 내가 좋았던 대목만 생각하자고 단순화 하지요. "행복은 의무입니다." 그리고 환하게 웃는 헥터의 모습. 잊지 않게 머리에 꼭꼭 담습니다. 의무는 살아가면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의미하고요. 그렇다면 결론이 났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신을 사랑하고 행복하기를 망설이지 말아야 합니다. 나는 내가 좋아 라고 이야기 하면서, 자신만의 목표를 향해서 여행하듯 살아보기. 그런 삶을 늘 꿈꿉니다. 일인분의 삶, 한몫을 든든히 하는 사람이 될 때까지, 계속해서 노력하며 살아보겠습니다. / 2016. 10. 13.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