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베테랑 (Veteran, 2015) 리뷰

시북(허지수) 2016. 10. 21. 17:16

 

 영화 베테랑은 참 재밌고, 잘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속도감이 좋아서 몰입하기도 좋고, 선과 악의 경계도 뚜렷하게 나뉘어져 있어서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선한 경찰의 힘"을 부각시키는 대목이 인상 깊었습니다. 아! 그래! 세상에는 이렇게 좋은 공무원도 있는거였지! 라는 그 희망의 감성이 마음에 듭니다. 한 분야의 베테랑이 되어갈수록, 그 예리함은 더욱 더 날카로워져 가는 것, 그런 삶이 정말로 품격 있고 멋진 게 아닐까요. 글쓰기에 용기를 잃어간다며 합리화 하고, 게으름을 피워가던 저는 매우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

 

 서도철은 이른바 마이웨이를 추구할 줄 아는 진짜 형사입니다. 한 번 수상한 냄새를 맡으면, 끝을 봐야 한다는 것이지요. 재벌 3세 조태오와의 술자리에 참석했다가, 조태오의 호흡이 수상하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단번에 세칭 약쟁이 녀석임을 간파해 내는 솜씨가 아주 일품입니다. 서도철에게 한 번 걸리면, 재벌도 막을 수 없다는 것. 그 말도 안 되는 긍정성이 영화 내내 흐르고 있어서, 이 영화는 감히 희망의 영화라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각성하는 시민들과 앞서가는 사람들이 있다면, 권력과 돈에 취한 부패한 인간들, 죄 짓고 사는 인간들과의 싸움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다는 것!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베테랑의 인기 장면은 배 기사가 거금 420만원을 받으려고, 재벌 3세 조태오를 찾아갔다가 황당한 소리를 듣는 대목이겠죠. 조태오는 420만원을 황당하게 여기며 맷돌에 비유하면서 "정말 어이가 없네" 로 정리해 버립니다. 돈은 상대적 가치를 가지겠지요. 누군가에게는 어이가 없을 만큼 작은 돈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생계가 걸려 있는 소중한 돈, 적지 않은 돈이라는 것을 반드시 생각해 보고 싶었습니다.

 

 제게 있어서도 420만원은 크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실은 적은 돈이라도 공정하게 잘 대우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꼭 짚고 싶었습니다. 이 세계에는 이미 최저임금도 못 받는 사람이 수백만명이라고 합니다. 법은 약한 사람을 잘 보호하지 못하는구나를 종종 느낍니다. 재벌가들은 스스로가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를 온갖 잔머리를 굴려서 현명(?)하게 처신합니다. 각종 영리한(?) 방법으로 절세 혹은 탈세를 하고, 최후의 순간에는 최 상무 같은 사람을 희생양으로 내세워서 대신 징역을 살게 해버립니다. 영화의 명대사를 빌리자면, "미안합니다." 그 한 마디 하기 싫어서 말이에요.

 

 그렇다면 서도철 형사는 왜 그렇게 열심히 살아갔던 걸까요. 자신의 진급에 위기가 걸릴 수도 있음을 알면서도, 이 위험해 보이는 현장으로 계속 파고 들어가는 걸까요. 그는 쪽팔리는 형사가 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일종의 소명의식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읽고 있는 책의 표현을 가져와 본다면, 이렇게 쓸 수 있겠네요.

 

 "나 자신의 삶은 물론 다른 사람의 삶을 삶답게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정성을 다하고 마음을 다하는 것처럼 아름다운 것은 없다. - 톨스토이" 그래서 서도철 형사를 우리는 힘껏 응원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삶을 삶답게 만들기 위해서 살아가는 모습, 그 열정 있는 모습이 바로 "아름다움, 멋짐" 이기 때문입니다. 그 멋진 활약상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훌륭한 작품입니다. 한 사람의 열정은 누군가의 삶을 바꿔놓을 수 있다는 것. 사회를 보다 정의롭게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편 더욱 생각해 봐야할 대목이 있다면, 법대로 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라는 부분입니다. 배 기사와 같은 사회적 약자는 열심히 일해도 먹고 살기가 빠듯하고, 결국에는 본사 앞에서 1인 시위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랬더니 최 상무가 비정한 태도로 건의하지요. 법대로 경찰 불러서 끌어내면 된다고 정리해 버립니다. 우리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하청이 잘못한 일이다 라고 말이지요. 그 420만원을 제 때 챙겨주지 못해서 서로 본사 탓, 하청 탓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는 동안에 누군가는 수백만원, 수천만원을 쓰는 마약파티를 열고 있고, 굉장한 사회모순이지요.

 

 그런데 익히 알려진대로 돈이 있다고 해도 사람이 되어 있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습니다. 조태오는 벌써부터 인성이 글러먹은 막장인 녀석이라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아버지 조 회장도 이 녀석을 당최 믿을 수도 없는 판국이 되었습니다. 저는 재벌이 꼭 나쁘다고만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세금을 많이 내는 것도 재벌인 것도 사실이니까요. 그들이 종종 나쁜 일을 하니까 욕먹는 것이지요. 실은, 존경받는 기업인이 많을 수록, 나라도 부강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예컨대 왜 일하는가 라는 일본 교세라 창업주는 이런 말을 인상적으로 남기기도 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사랑하고, 주어진 일을 좋아하는 것부터 시작하라, 좋아하고 사랑하도록 끝없이 노력하라, 다른 방법은 없다" 맡은 바 일을 잘하는 사람이, 점차 큰 일을 맡게 되는 것이 세상의 이치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조태오 같은 녀석은 하는 일마다 깽판으로 끝나고 막판에는 도심을 질주하고, 경찰을 때리는 등 인생의 끝으로 질주하고 있습니다. 얻어맞으면서도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서도철 형사. 아! 이 시민들이 다 찍어주고 있구나, 조태오 넌 끝났어! 라고 몸으로 이야기 하고 있는 것입니다.

 

 영화에서는 서도철 형사를 도와주기 위해서, 오 팀장, 미스 봉 등 일하는 경찰들이 함께 달려와주는 장면이 참 따스하게 가슴에 남았습니다. 팀의 막내가 칼을 맞아가면서까지, 열정을 외면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은 할 수 있는 데까지 달려갈 수 있었지요. 형사들은 저마다 칼 자국이 있었고, 상처가 있었습니다. 우리 역시도 주어진 일들을 사랑하고 열심히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때론 아프고, 힘들더라도 말이에요. 화이팅! / 2016. 10. 21.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