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브루스 올마이티 (Bruce Almighty, 2003) 리뷰

시북(허지수) 2016. 10. 23. 02:32

 

 브루스 올마이티는 제가 오래도록 참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삶이 힘들 때, 이 코미디 영화를 보고 나면 큰 힘을 내보곤 합니다. 사는 것은 거대한 성공이 아니어도 괜찮아, 그 대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소소한 일상을 기쁘게 여기며, 사람들을 즐겁게 할 수 있다면? 이것으로도 얼마든지 근사한 삶이라는 아주 멋진 결론에 이르기 때문입니다. 이름도 없는 인생, 빛나는 것도 없었던 인생, 그러나 가까운 이들에게 따스한 사랑이 흐를 수 있고, 신 앞에서도 늘 겸손히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해 왔습니다. 기적도 행복도 오늘 이 순간에 있다는 것을 분명하고 또렷하게 잘 기억하려고 글쓰기 앞에 다시 섭니다.

 

 주인공 브루스는 주어진 일에 대해서 불평이 많고, 만족하지 못합니다. 나이가 마흔이 다 되어간다면서, 방송국 앵커 자리를 노리고 있는데요, 그의 간절한 목표 마저도 처참하게 실패로 끝나버리자, 방송국에서 쫓겨나갈 각오를 하고, 생방송 도중에 험한 말들을 쏟아냅니다. 아, 안타깝고 불쌍한 인생! 직장도 지금 잃어버리고 좋은 일을 하려다가 오히려 자동차까지도 망가져 버립니다. 마침내 신에 대한 불평을 쏟아냅니다. 무능하고, 놀고 먹는 신! 그런데, 그런 브루스에게 놀라운 기회가 찾아오지요. 신의 능력을 줄테니, 네가 대신 한 번 해봐라는 것!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힘을 가지자 마자, 여자친구 그레이스와의 관계가 달라집니다. 하늘의 달을 끌어당겨서 분위기를 만드는 장면은 대단하지요. 그리고 그렇게 남용되는 힘 때문에, 곳곳에서 피해를 입게 됩니다. 이 점은 영화가 계속될수록 더욱 강해지는데, 예컨대 기도소리 듣는 것을 귀찮다고 ALL YES라고 입력하는 순간, 도시는 폭동 상태로 변질되어 버렸습니다. 기도라는 것이 알고보니까 그렇게 좋은 게 아니었나봐요. 사실이 그렇습니다. 우리는 자기만을 위한 기도를 하기가 참 쉽습니다. 그래서 그레이스양이 매우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녀는 상처를 받았던 순간에도 브루스를 위해서 참 자주 기도합니다. 그런 좋은 사람이 옆에 있었으니까, 진작 좀 잘해줄 것이지!!!

 

 영화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레스토랑에서 브루스가 그레이스에게 고백하는 장면입니다. 그레이스는 마침내 올 게 왔구나 하면서 매우 설레어 합니다. 이 남자가 마침내 프로포즈 하는구나! 그런데, 알고보니 브루스는 방송국에서 앵커자리를 따냈다며 자기 이야기를 딱 하고 꺼내는 것입니다. 이 대목은 시인 브레히트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합니다. "가장 곤궁한 자들의 외침에 귀를 막는다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도 알아듣지 못하게 된다" 그녀가 무엇을 바라는지도 조금도 느끼지 못한 브루스! 해도 해도 너무 했어요! 아무리 힘을 가진다 하더라도,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이 무엇을 이야기 하는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브루스는 고속도로에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기도를 하다가 죽음 앞에 서게 됩니다. 그리고 비로소 좋은 기도가 무엇인지, 기적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지요. 그레이스가 사랑받고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는 것, 이것이 진짜 기도라는 것입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 가까운 사람도 아끼고 사랑하는 것.

 

 저도 비로소 마음 속에 오래도록 자리 잡았던 참 좋은 사람들의 기적 같은 눈부신 기억들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사람들이 좋은 사람을 만나서 기쁘게 살아갈 수 있기를 기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보다 좋은 사람 만나세요. 괜찮아요, 이제부터 당신이 행복할 수 있기를."

 

 자신의 재능에 맞는 일을 발견하고, 열심히 육체를 움직여 가면서 돈을 벌어서, 인생을 힘껏 살아가는 것, 그리하여 마침내 모든 일에 감사하게 되는 경지까지. 저도 힘껏 그 목표를 향해서 달려가야 함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웃으면서 감동한다는 것이 딱 이 영화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어요. 그렇게 우리가 기적의 주인공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힘든 삶 속에서, 작은 일에서도 커다란 기쁨이 함께 하기를! / 2016. 10. 23.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