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Doctor Strange, 2016) 리뷰

시북(허지수) 2016. 11. 10. 02:43

 

 환상적이고 매력적인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닥터 스트레인지를 즐겁게 보고 왔습니다. 정말 강력한 정신의 힘을 가지고서, 우주를 압도하는 스케일에 놀라기도 했네요. 공간이 일그러지고 변형되기도 하고, 차원의 문을 통해서 이 곳, 저 곳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모습은 유쾌하면서도 시원스럽습니다. 이 세계는 불가능이라고는 없어! 그러므로, 정신의 세계로 어서오세요! 입니다.

 

 천재 외과의사 닥터 스트레인지는 운전 중에 딴 짓 하다가, 큰 사고를 당하면서 비극에 빠집니다. 손을 쓸 수가 없는거에요. 친척에게 이야기를 전해 들은 적이 있는데, 우리의 손은 신비한 조직이라서 손가락을 크게 다치면 재생이 거의 안 된다는 거에요. 그래서 고모님은 손바닥 뼈가 갈라진 곳이 고통스럽지 않도록 무리하지 않게 활동하곤 하지요.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에서도 손가락을 다친 불운의 피아니스트가 나옵니다. 손은 다치면 정말 슬픈 일인 것 같습니다. 다행히 저는 손은 크게 다친 적 없어서, 기계식 키보드를 힘껏 신나게 누르고 있답니다. 이제 서론은 이쯤하고 영화 이야기에 집중해 볼께요. 제가 좋아하는 멋진 장면은요!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짜~안! 망토, 바로 빨간 망토가 영화 내내 큰 웃음을 주었습니다. 영화는 망토가 오히려 주인을 선택했다는 느낌을 주는데, 그리고 망토와 주인의 호흡도 중요하다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당연히, 망토는 주인을 잘 보필하였고, 망토의 힘으로 악당을 제압하는데 성공하지요. 다들 놀라워 합니다. 오~ 저런 훌륭한 무기를 손에 얻게 되다니, 닥터 스트레인지 과연 예사로운 인물이 아니었어!

 

 하지만 정작 이 대목에서 닥터는 고민을 합니다. 나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그런 평화로운 마음으로 의사가 되었는데, 사람을 죽이고야 말았으니,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잠시 독백에 빠져듭니다. 자신에게 새롭게 주어진 삶의 무게가 만만치 않았다는 겁니다. 그리고 사실은 저마다 말 못할 사정으로 자신의 짐을 지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어렴풋이 느껴집니다. 심지어 닥터 스트레인지의 스승, 에인션트 원까지도 긴 시간을 살아가면서 이 세계를 지켜내고, 평화를 유지시키려고 싸워나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영화 초반부의 씬이 다시금 이해되는 대목입니다. 위선자 소리를 듣더라도, 세계를 혼란으로 빠뜨리는 자들과는 절대로 양보 없다는 것!

 

 그러므로, 영웅들은 다들 각자가 무거운 짐을 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멋진 능력을 가지게 된 것 같지만, 이 능력을 이용해서 세계를 선한 곳으로 만들어 나가야 할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악의 차원까지 건너가서 거래를 제안하게 됩니다. 너희는 너희 편을 데리고 다 떠나라, 우리는 우리 세계에서 살아갈 터이니, 그리고 이 협상은 악이 승낙할 때까지, 무한히 반복되는 루프로 전개 됩니다. 천재 의사의 신의 한 수라 할 수 있겠지요. 자신이 조종할 수 있는 능력 하에서 최선을 다한 한 컷 입니다. 비록 멋지거나, 극적인 싸움은 아니었다지만, 이 거래로 세계가 든든히 지켜내질 수 있다는 것, 필히 스승님도 기뻐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 영화는 어벤져스와도 접점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시간이 흐르면, 또 한 번 주목받게 될 것이 틀림없겠지요. 물질계와는 다른, 초자연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이 매력적인 캐릭터가 다시 한 번 어벤져스 팀에서 활약할 수 있다니, 후속작도 기대가 됩니다 :)

 

 적들은 허구한날 영원한 삶을 살기 위해서, 시간을 극복하기 위해서, 라는 황당한 오만을 남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죽음을 기억할 것입니다. 다만 어떠한 순간에서도 시간을 알차게, 노력을 소중하게, 라는 작지만 묵직한 교훈을 간직할 것입니다. 에인션트 원은 닥터 스트레인지를 에베레스트까지 데려가면서 너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암시를 던져줍니다. 제자를 위한 특별한 애정들이었지요. 그리하여 누구보다 많이 읽어내려가면서 열독에 집중하고, 마침내 경고문까지 읽게 된 수제자 닥터 스트레인지가 있어서 이제 한동안 지구는 평화로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웃음)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 있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 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주어진 일은 물론 무겁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나에게 과연 맞는 일인가 회의가 들 때도 있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된다면, 사실은 우리 역시도 "가능성"이라는 초자연적인 힘을 얻게 될 것입니다. 나보다 더 나은 나를 꿈꿀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하나의 가능성이 끝날지라도, 또 다른 힘이 아직도 살아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매력적이었네요. 세상은 물질로만 이루어진 기계 공간이 아니라는 것, 정신을 늘 맑고, 청명하게 유지하도록 노력한다면, 우리는 아껴둔 정신 에너지로 더 많은 일에 도전할 수 있을 겁니다. 힘든 시간들을 견뎌가며 부디 힘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거는 회복의 주문이랍니다. / 2016. 11. 10.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