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라라랜드는 우리를 꿈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사실 우리는 현실을 살아가기 바쁩니다. 일은 힘들 때 있고, 일상은 똑같은 것 같고, 가끔은 지쳐서 이불 속에서 조용히 웅크리고 있을 때도 있습니다. 목표를 쫓아간다는 것은 확실히 쉬운 일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신경이 쓰입니다. 혹시 상처라도 받으면 어쩌지? 내가 못한다는 게 들통나면 어떡해? 진심을 다해 노력했는데도 떨어지면 많이 아프기 때문입니다.
영화 속 두 주인공 세바스찬과 미아는 참 꿈이 큽니다.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은 멋진 재즈바를 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는 지금 무일푼에 백수 신세인데도 말이에요! 여기 한 가지 매력적인 통찰이 숨어있습니다. 우리의 바람, 그것은 현실을 넘어서 가끔 상상의 날개를 펴봐도 좋다는 것. 내가 어디까지 근사한 삶을 꿈꿀 수 있나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드라마적인 표현을 가져온다면, 사랑하는 사람과의 즐거운 일상, 수백번 시뮬레이션 해봐도 얼마든지 좋아요. 그리고 그런 날들을 우리가 노력해 경험해가고 만들어 가면 되는 거니까요.
미아는 배우가 되기를 원해서 오디션을 다니고 있습니다. 그녀의 작은 차 프리우스는 오늘도 오디션 현장을 향해서 열심히 가고 있는데, 정작 오디션 시간은 채 1분도 되지 않습니다. 자~ 다음 사람! 현실은 오늘도 아픔을 줍니다. 떨어지고, 또 떨어집니다. 대학을 그만두고, 꿈을 쫓은지도 어느덧 6년, 세월만 하염없이 가고 청춘이 어리석었던 것은 아닐까 회의가 갑자기 찾아듭니다. 길거리를 뚜벅뚜벅 걷다가 음악에 끌려서 어느 바에서 발걸음을 멈춘 미아, 그곳에서 운명적으로 세바스찬의 연주를 만나게 됩니다. 자, 영화의 본격적인 시작입니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그 해 추운 겨울, 세바스찬은 재즈를 연주하고 싶었지만, 오너가 시키는대로 징글벨, 크리스마스 연주곡 등을 연주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이것이 내가 아니라는 정체성이 강하게 들었겠지요. 자신의 온 정성을 다하여, 불꽃같은 열정으로 화려한 연주를 선보입니다. 미아는 그 장면을 바라보면서 이 사람의 특별함을 느꼈는지도 모릅니다. 자신만의 길을 걸어갈 줄 아는 것, 저는 이것을 용기 있는 인생으로 불러도 좋을 것 같습니다. 세바스찬은 이 날로 해고 통보를 받습니다. 왜 시키지도 않는 일을 하니, 다시 말해 왜 열정을 쫓아다니니, 그렇게 철없는 세바스찬의 특별했고 화려했던 연주는, 무의미하게 끝나고 만 것일까요.
흔한 유행가 가사들처럼, 인연이라면 어차피 또 만나게 되잖아요. 계절이 지나, 세바스찬과 미아는 다시 재회하게 되었고, 두 사람은 서로 전혀 끌리는 것이라고는 없이, 아무런 감정이 없다며, 주변의 아름다운 도시 풍경이 차라리 아깝다는 태도를 취합니다. 따지고보면 참 호흡이 잘 맞는 커플입니다. 옥신각신하면서도, 어느덧 자주 만나며 가까워진 두 사람 - 이들은 각자의 세계에 대해서 설명을 시작합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나는 재즈가 너무 좋아, 나는 연극이 너무 좋아! 입니다. 그렇게 사랑하는 세계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요! 저도 느낀 바가 컸습니다. 저도 영화 보기를 참 좋아하거든요. 자신만의 사랑스러운 취미가 있으면 삶이 더 풍성해짐이 분명합니다! 해도 해도 좋은, 질리지 않는, 그런 것들이 있으신가요? 삶이 재밌는 것은 이렇게 대화를 나누고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세바스찬은 안정적으로 돈을 벌기로 큰 결심을 합니다. 이를테면, 취직을 하는 거지요! 덕분에 투어하느라 미국 곳곳을 다니며 연인 미아도 거의 못 보게 되었지만, 자신이 훗날 이루게 될 큰 꿈을 위해서, 묵묵히 밴드 활동에 전념하는 모습은 꽤 멋있어요. 억지 미소를 지어가며, 우울한 표정도 괜히 지어가며, 잡지 사진도 찰칵찰칵 찍히는데, 역시 무슨 일이든지 돈벌기가 제일 힘든 것 같아요. 때로는 원하지 않는 일들을 힘들어도 참아내야 하니까요. 그래도 재즈바를 차리겠다는 선명한 목표가 있으니까 세바스찬의 투어는 오래도록 계속됩니다.
미아는 세바스찬의 권유로 직접 대본을 쓰기로 결심합니다. 오디션에서 자꾸 떨어지는데, 이참에 내가 무대에 직접 서보겠어! 라면서 매우 적극적인 태도로 과김히 일인극에 도전합니다. 그리고, 엄청나게 현실적인 평가를 듣지요. "최악의 무대였어, 여성일인극은 역시 안 돼, 나같으면 부끄러워 자살했겠다." 오래도록 준비했음에도, 첫 공연부터 절망적인 관중의 평가를 받게 되자, 흔히 말하는 멘붕에 빠지는 미아. 만사를 다 접어버리고, 시골 고향집으로 도망쳐버립니다. 그리고 영화는 하이라이트로 접어들지요.
세바스찬이 몰고 다니는 이상한 차가 시골 고향집 앞에 도착합니다. 엄청난 굉음으로 크락션이 울립니다. 미아 나 왔어~ 사방에 광고를 하고 다니지요. 마주하면서도, 이 남자는 - 포기하지 말아라, 너는 할 수 있어, 그리고 기회가 얼마든지 또 있음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말해줍니다. "그래, 우리는 여전히 가능성이었구나." 뭉클한 감동이 있습니다. 마침내 용기를 재충전하고 오디션 기회에 재도전하는 미아, 그 긴 과정 끝에 미아는 유명한 배우가 될 수 있었다는 아름다운 이야기.
살아가다보면 우리는 힘든 순간을 경험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말도 안 되는 심한 말에 상처 입고, 기스 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마음을 굳게 가진다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주변 사람들이 있어서 위로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아의 경우처럼,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제법 오래된 영화인데 배트맨에 나오는 명대사처럼, 아프고 넘어지더라도, 얼마든지 다시 일어서는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다시 5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습니다. 영화의 마무리가 되겠네요. 미아는 헐리우드에도 진출하고, 간판 배우가 되어서 포스터에 주연으로 올라설만큼 자신의 꿈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결혼도 하고, 예쁜 아이도 가지게 되었어요. 단! 남편은 세바스찬이 아니라는 것! 현실적인 결론이었습니다. 한 사람은 배우의 길을 가고, 한 사람은 투어하는 뮤지션이 되었으니, 자연스럽게 몸이 떨어지는 만큼, 마음도 멀어지고 말았던 것 같습니다. 자, 그리고, 세바스찬 역시 자신의 꿈대로 훌륭한 재즈바를 열게 되었고, 성공적인 사업가가 되었습니다. 미아와 세바스찬은 마지막으로 우연히 재회하지만, 서로를 다만 멀리서 지켜볼 뿐입니다. 그리고 세바스찬은 그래도 괜찮아 라는 웃음을 보여주지요.
이것은 "한 때, 사랑했었던 소중한 사람이, 지금 행복할 수 있다면 나는 얼마든지 괜찮다" 라는 넓은 마음으로 느껴질 수 있었습니다. 많은 여운을 주는 마무리지만, 어쨌든! 두 사람은 꿈을 이루었네요. 우리의 마음에 원대한 큰 꿈이 없어도 괜찮아요. 좋은 사람들이 있어서, 서로를 챙겨주고, 힘든 일은 위로해주면서, 함께 기뻐하며 살아간다면, 살아가는 일에는 소소한 재미도 있고, 일상을 추억으로 물들여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늘을 열심히, 내일을 기대하며, 그렇게 매일을 소중하게 보낸다면 좋겠습니다. / 2016. 12. 10.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