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컨택트 (Arrival, 2016) 리뷰

시북(허지수) 2017. 2. 5. 02:11

 

 저는 영화 장르 중에서 SF 장르를 참 좋아합니다. 외계, 이세계와의 접촉이라니! 제 블로그 한 주제인 슈퍼로봇대전도 실은 그런 게임입니다. (웃음) 한글화 패치 만드느라 팀원들이 애써 고생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정식 발매 되어 이번 달에 한글 정식 발매가 되었답니다. 이래저래 세상은 참 알 수 없는 곳입니다. 영화 컨택트는 그래서 제게 매우 매력적인 작품이 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영어제목이 도착, 일본어판 제목이 메시지 인데, 각각이 담고 있는 뜻이 있겠지요. 접촉이라는 한국제목도 나름대로 센스가 있네요. 개인적으로는 메시지 라는 일본어 제목이 정말 심오했습니다. 영화 내내 메시지가 오고 가거든요. 어쩌면 다소 기적적이며, 놀라운 의사소통의 힘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어느 날, 알 수 없는 거대한 물체가 12개나 지구에 확인 되었습니다. UFO 라고 쓴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겠지요. 정부는 이들에 대하여 정보를 통제하기 시작했으며, 사람들은 불안감에 휩싸이고, 주가지수는 2000씩 대폭락을 기록하는 등 사회적 동요가 눈에 띕니다. 어느 황당한 종교단체 에서는 종말이 되었다며 단체로 목숨을 끊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주인공 루이스 박사가 막중한 책임을 갖고 있습니다. 이들 미확인 물체가 대체 왜 지구에 온 것인지 노력해서 밝혀내자! 이들과 마음을 열고(?) 의사소통을 시작하자! 그 과정을 무척이나 진지한 태도로 담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 영화는 우리에게 인상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사람은 사랑을 받는 기적적인 존재라는 것, 불가능해 보이는 모든 것을 해내어 간다는 것. 그럼 본격적인 서술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처음에는 녹음테이프에 담긴 웅~ 거리는 울림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외계물체와 만남이 계속되면서 루이스 박사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깁니다. 화이트보드에 휴먼이라고 써서, 자신들은 인간이라고 밝히며, 외계생명체에 접근하는 것이지요. 놀랍게도 동그라미 비슷한 반응이 확인되었습니다. 첫 번째 기적 같은 의사소통의 출발입니다. 그리고 루이스와 외계생명체의 인연은 계속되는데요.

 

 이쯤에서 관계에 대한 멋진 이야기 하나 소개한다면 이렇습니다. 10년을 서로 다퉈왔던 개와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한 집에서 살면서도 서로 으르렁 거리며 아옹다옹 원수처럼 지냈지만,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고양이가 나이가 들어서 죽고 나자, 개가 그 이후로 식사를 중단한 것입니다. 얼마 안 있어서 6주 후, 개도 기력을 다하고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사실은 서로가 있어서 삶의 활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제가 좋아하는 가요 제목을 가져온다면, "미워도 사랑하니까!" 같은 역설적인 일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이리하여, 외계생명체가 계속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자기 표현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들의 표현법은 단순한 원인줄 알았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그 모양은 서로 달랐고, 언어학적인 분석 끝에 이제는 서로가 외계언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핵심적인 질문이 드디어 던져집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라 하겠네요. "당신들 지구에 온 목적은 무엇인가?"

 

 소름 돋는 답변이 돌아옵니다. use weapon! 무기를 사용하라니? 한바탕 난리가 납니다. 지금 지구와 전쟁을 하자는 것인가? 안 그래도 중국을 비롯한 몇 개국에서는 저 알 수 없는 비행물체를 격침 시켜야 한다고 세계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루이스 박사는 이 대목에서도 외계인을 신뢰하는 선택을 합니다. 언어 선택에 있어서 무기와 도구가 착오를 일으킨 것일 수도 있다. 어휘 수를 계속해서 늘렸어야 한다. 아직 외계생명체가 선제공격을 한 것도 아니잖아요!

 

 두 번째 중요한 이야기를 소개한다면 이렇습니다. 물론 참고로 가설입니다. 우리가 쓰는 언어가 우리의 세계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언어를 바꾸게 되면 세계관까지 바뀔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쉽게 말해,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과 한국어가 모국어인 사람은 칠면조 같은 언어를 듣고 가지는 느낌이 완전히 다를 수 있습니다. 미국인에게는 추수감사절과 풍성한 만찬이 연상되겠지만, 한국인에게는 그게 무슨 새인가? 일 수 있습니다.

 

 자, 이제 외계언어로 계속해서 생각을 해나가며 꿈도 꾸던 루이스 박사가 마침내 통찰에 이르게 됩니다. 이들의 언어는 시간관념이 우리와는 다르구나! 언어에 시제가 표기되지 않아서 시간이 거꾸로 흐르기도 하는구나. 그 무렵이 되자 드디어 루이스의 머릿속을 관객이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루이스는 미래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미래에 어떤 일들이 일어날 지 머릿 속이 정리되어 나갑니다. 결혼을 하게 되고, 한나 라는 소중한 딸을 가지게 되고, 외계인과의 소통이라는 책의 저자가 되는 일까지, 나아가 어쩌면 전쟁 대신 평화로 세상을 바꾸게 된 일까지. (외계인은 책의 훌륭한 저자가 되는 루이스 박사를 만나러 왔다고 써도 괜찮겠지요.)

 

 외계인의 정체는 3,000년 이라는 시간 뒤에서 거슬러 지구까지 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거기까지 시간이 흐르게 되면, 인간들이 우주로 진출해서 자신들을 도와주었다는 따뜻한 이야기 입니다. 인간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서 괜히 뭉클했습니다. 어쩌면 영화에서 미리 암시로 던져주기도 합니다. 박사가 용기내어 손을 먼저 내밀자, 이 외계생명체도 마찬가지로 똑같이 따라하거든요. 조금 무서워서 그렇지, 박력도 있고, 멋진 첫 인사이기도 했네요.

 

 use weapon은 동물적 언어로 번역한다면, 가지고 있는 공격기관 혹은 방어기관을 이용하라는 뜻이기도 할 것입니다. 외계어휘가 다양하게 많았다면, 조금 상상력을 보태자면, 그들은 "자신이 가진 재능(능력)을 사용하라" 라고 인류에게 교훈을 준 것이 아니었을까요. 저는 재능을 아낌없이 빈털터리가 될 때까지 사용하라는 격언을 기억합니다. 그렇게 때론 자신을 힘껏 밀어붙여가며, 바보같이 부딪혀가며 열심히 살아갈 때, 우리는 루이스 박사 처럼 자신만의 재능을 멋지게 발견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루이스 박사가 그렇다고 마냥 행복했던 사람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녀는 자식이 먼저 떠나게 되는 인간이 겪는 극도의 아픔을 겪게 되었으니까요. 미래를 본다는 이유로 사랑했던 사람이 떠나버리는 실수도 했던 어쩌면 우리와 비슷했던 평범한 사람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삶에는 행복이라는 순간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거대한 외계생명체 보다, 단 한 사람의 소중한 사람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이선희 인연이라는 곡에 이런 노랫말이 있습니다. "맺지 못한데도 후회하지 않죠 영원한건 없으니까" 삶에는 고통스러운 순간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괴로운 기억들이 우리를 집어 삼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얼마 전, 마법의 언어를 하나 더 익히게 되었습니다. forget about it 이라는 건데, 지나간 건 잊어버려라는 뜻입니다. 오늘 현실에 다만 기뻐하며 충실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자신이 가진 재능을 빈털터리가 될 때까지 아낌없이 쏟아붇는 열정적인 인생이 되기를. 그렇게 우리 앞에 주어진 세계를 천국 같은 곳으로 바꿔나갈 힘이 얼마든지 충분히 있음을 저는 믿습니다. - 딸 한나를 기억하며, 아픔을 딛고 책을 쓸 용기를 낼 수 있었던, 루이스 박사의 강인함에 찬사를 보내며. / 2017. 02. 05.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