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미인어 (The Mermaid, 2016) 리뷰

시북(허지수) 2017. 5. 8. 02:51

 

 중국 영화로 엄청난 흥행과 수익을 냈던 작품, 로맨틱 코미디 영화 미인어 입니다. 한국에서는 누적관객수 4천여명이라고 하는데, 아무튼 옥수수님이 한 번 보라고 추천해 주셔서 주말에 쉬면서 즐겁게 감상했네요. 100분짜리 영화고, 가볍게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조금 유치한 느낌도 살짝 있지만, 관객에게 재미와 의미의 이중 메시지를 던지려고 노력한 흔적이 잘 보입니다. 인간에게 다가가려는 인어의 무리한(?) 미인계! 그리고, 돈이라면 뭐든 되는 줄 알았던 탐욕에 눈 먼 중국 재력가들의 막 사는 인생에 대한 비판적 시선도 담겨 있습니다.

 

 힘든 어린 시절을 극복하고, 자수성가한 젊은 사업가 류헌은, 청정지역 청리만에 대한 개발을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붓기 시작합니다. 일단 맑고 깨끗한 청리만 - 이 땅을 사고, 간척을 통해서 많은 부분을 육지로 만든 다음, 개발을 꾸며나간다면, 거침없이 돈도 벌고, 자연도 파괴(?)하고 일석이조 입니다. 스케일이 아주 크군요. 작심하고 해양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소나 라는 물건을 바다에 깔아버리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물고기들이 일거에 다 도망가 버리거든요.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소나는 사실 인간에게도 치명적인 물건이었습니다. 1/10 파워로 류헌이 직접 체험해 보기도 했는데, 하마트면 옷 입고 똥 쌀 뻔 했다고 합니다. 인간에게 실금이 나올 정도인데, 이걸 해양에서 여러 대 돌리고 있었으니, 일대에 물고기들은 거주할 수가 없겠죠? 게다가 물고기들이 안 사는 지역이라는 이유로, 간척사업권까지 따내고 있습니다. 정말 지독한 사업계획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편, 극중의 인어들은 겨우 청리만의 폐선박까지 밀려나서 생존에 극심한 위협에 시달리고 있네요. 인어들이 아픕니다.

 

 이제 인어들은 방법이 없습니다.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 류헌 사장을 암살할 계획을 세웁니다. 그렇게 정예 미인어 산산이 선발되어서 가혹한(?) 특훈을 받습니다. 이 어린 인어 아가씨는 총총거리는 발걸음으로 제법 사람처럼 걸어다니며, 댄스에도 일가견이 있습니다. 이동 수단으로 보드까지 잘 타고 다니네요. 열심히 류헌의 파티에 접근해, 전화번호를 건네주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렇게 인연이 닿게 된 두 사람, 화면은 빠르게 전개되어, 곧이어 류헌의 근사한 집으로 초대되었네요. 꽤 통과 절차가 엄격합니다. 전자 탐지기로 몸의 금속 물질을 검색해야 하고, 가방에 살생무기인 성게가 들통나서 산산은 진땀을 흘립니다. 독을 타 넣은 물 때문에, 이 집의 실장님은 하마트면 저세상 갈 뻔 했습니다. 산산은 방해를 헤쳐나가며 류헌 바로 옆까지 왔지만 오히려, 류헌의 골프채 연습 스윙 한 방에 그대로 K.O. 당하며,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아, 미인계 정~말 힘들다!

 

 다음 만남에서는 류헌이 꽃다발을 안겨주는데요, 그러면서 마침내 산산이 인간이 아님을 눈치챈 듯이 말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분명히 천사야, 그러니까 결혼해줘! 무슨 만난 지, 이틀만에 초고속 전개 입니다. 반지까지 끼워주는 이 따뜻한 진심과 헌신에, 산산도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매우 당황스러워 합니다. 산산을 지원하러 왔던 낙지 삼촌은, 도움이 되기는 커녕, 낙지 요리 코미디를 홀로 거창하게 찍으시고 돌아가기도 했네요.

 

 인간과 인어의 만남, 그리고 애정의 형성이라니. 나이든 할머니 인어는 - 사랑이란 원래 모든 벽을 넘어서는 것임을 알려주며, 산산에게 너무 자책하지 말라고 편들어 줍니다. 류헌과 산산은 놀이공원에 가서 꿈만 같은 시간들을 보냅니다. 함께 닭요리를 먹으며, 각종 놀이기구를 타고, 알콩달콩 삶의 행복함을 느끼게 되었겠지요. 함께 있어서 좋다면, 거기서부터 관계의 힘이 출발하는 것입니다.

 

 미인계에 완전 눈이 멀었던, 류헌은 산산의 필살기 라면 먹고 갈래요? 한 방에, 인어들에게 납치까지 되어서 목숨을 잃을 뻔 하지만, 산산이 극적으로 류헌을 구해줍니다. 이후 류헌은 마음을 달리 먹고, 소나 장치를 끄는 결단을 내리지요. 인어가 실제로 있다는 것, 목숨을 잃을 뻔 했다는 것, 거기서 류헌은 깨달음을 얻어 자신의 잘못을 발견한다는 전개가 무척 놀랍습니다. 맑은 공기, 깨끗한 물, 이것이 우리에게는 훨씬 더 중요하다는 순수한 말에 설득당한 것입니다.

 

 결말은 류헌이 환경을 보호하고, 산산을 위해서, 끝까지 노력하는 모습, 그리고 그에 대한 보답으로 해양을 여행하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끝이 납니다. 이 영화에서는 노래가 무엇인가를 암시하고 있습니다. 천하무적은 고독하며, 천하무적은 공허하다는 거예요. 정점에 서서 외롭게 살아가는 것 보다는, 사랑하는 사람과 손잡고 더불어 살아가는 선택이 더 낫다는 것, 그 점이 참 좋았습니다. 미인어, 괜찮은 중국 영화라 생각합니다. / 2017. 05. 08.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