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다른 계기 보다는, 심야에 청불스릴러를 케이블에서 해주길래 영화 시크릿을 시청하게 되었습니다. 주연배우들 차승원, 송윤아, 류승룡의 연기를 기대하면서 보게 되었네요. 내용은 이해하기 간단합니다. 조직의 2인자가 살해되었고요. 그 현장에서 범인은 누구일까 추적해 나가는게 주 목적입니다. 주인공 성열 형사는 낌새가 이상한 것을 눈치채고 맙니다. 현장에 있던 귀걸이 한 짝이, 아내 지연의 것이며, 게다가 유리잔에는 아내 립스틱이 묻어 있는 거 아니겠어요. 영화 시크릿은 아내가 뭘 숨기고 있구나! 를 줄기로 해서 진행되어 갑니다.

 

 조금 고의적인 답답한 느낌이 있는 것은, 성열 형사와 아내 지연은 서로 사이가 좋지 못하다는 거에요. 부부관계가 아니라, 그냥 같이 살고 있는 두 사람 처럼 비춰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서로에게 질문을 해도 돌아오는 것은, "나는 지금 말하고 싶은 기분이 아닌데?" 라는 쌀쌀한 반응! 지연이 침묵하고 있는 이유는 예상 외로 영화 초반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혹시 스릴러를 누설 없이 즐기고 싶은 분들은, 이쯤에서 뒤로가기 누르시고 영화 본편을 보시는게 좋겠네요. 그럼 이 작품의 주내용과 볼거리들을 계속 느긋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교통 사고 현장과 성열의 어린 딸이 사고로 사망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하필이면 안전띠를 하지 않았는데다가, 바람핀 여자와 전화 통화를 하다가 이같은 불행한 일이 닥쳤으니, 부부가 행복할 리가 없습니다. 지연은 큰 슬픔에 빠져 있고, 그 날 사고의 진실을 제대로 말해줄 리 없는 남편 성열 때문에 더욱 마음이 복잡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해결사 센터를 찾아가서 본심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남편이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웠어요"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었던지, 하필 그 날, 테이블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던 조직의 2인자가 의문의 습격을 받고 피투성이가 되고 말았던 겁니다. 상식적으로는 연약한(?) 아내가 칼을 휘두르며 남자를 죽인 것 같지는 않은데, 당시의 증거를 보니 아내가 범인으로 유력하고, 성열은 마음이 안절부절입니다. CCTV까지 입수되니까, 더욱 성열은 바빠집니다. 왜냐하면 재칼이라는 조폭 보스가 범인을 잡으면, 껍질까지 어쩌니 저쩌니 하면서 협박 중이거든요. 아내를 미국으로 보내기 위해서, 여권 위조까지 시도해가면서 하여튼 참 열심입니다.

 

 성열은, 사건 당일에 아내 지연을 실제로 봤다는 목격자까지 공들여 매수하는데 성공입니다. 다짜고짜 우리 비밀수사니까 절대 외부에 누설하지 말라고 강압을 자행합니다. 자, 하필이면 이 목격자가 재칼에게 잡히고 말았습니다. 재칼은 지연의 공연장을 찾아와서, 한바탕 난리를 치면서, 목격자를 끌고 다닙니다. "니가 본 여자를 지목해 봐!" 이 목격자가 대단히 웃긴게, 결정적인 순간, 포스터의 예쁜 여자를 지목해 버립니다. 비밀 수사 한다는 것을 지켜냈다고 자랑스러워 하는 목격자! 혹시(!) 눈치가 재빠른 스릴러 영화 달인들은 낌새가 이상함을 알아낼지도 모릅니다. 이 수상한 약쟁이 목격자 정체가 뭐야! 그리고 재칼은 칼맞은 동생 보다는, 자신의 황금인, 마약 가방을 찾고 있네요?

 

 그리하여, 퍼즐은 그렇게 정확하게 맞춰지게 됩니다. 영화는 후반부가 되어서야, 약쟁이 목격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조직의 가방을 습격한 잔혹한 진범이었으며, 아내 지연은 아무 잘못이 없었음이 밝혀집니다. 괜히 조직에게 끌려가 손가락만 위협당하는 모습이 애처롭고 안쓰러웠습니다. 아이를 잃은 탓, (+남편의 외도 탓)에, 지연은 거의 시종일관 어둡고 창백한 모습만 보여주는 대목도 조금은 안타까웠네요.

 

 영화는 막판에 지연이, 남편의 불륜을 다 알고 있었으며, 불륜녀를 없애버렸다는 꽤 자극적인(?) 반전을 펼치며 막을 내리게 됩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되갚은 후에, 부부가 다시 친밀해져 해외 여행을 다니고, 쇼핑을 다니며, 웃음을 되찾는 전개가 개인적으로는 어딘지 시원하지가 못했고, 마음 속에 약간의 불편함이 남았습니다. 나쁜 여자가 벌받는다는 것을 메시지로 전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그러면서도 남편을 용서하는 마음이, 아무런 스토리텔링 없이 곧바로 반전 형식으로 드러나서 그랬던 것 같네요.

 

 이번 영화의 결론, 약쟁이를 꼭 조심하자! 농담입니다. Daum 영화 리뷰어 라임호랑님께서는 별3개반에, 허무함이 남았다고 솔직한 직구를 던져주셨네요. 저도 딱 그 정도 수준에서 공감하겠습니다.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바꿀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하고, 바꿀 수 없는 일은 받아들이라고. 그 점에서 시크릿(?) 주인공 지연은 대단한 사람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남편을 다시 되찾고, 아이를 잃은 비극을 극중에서 극복하기 위해, 도대체 그렇게까지 최선(!)을 다해야 했는가? 이런 도덕적 질문은 참 어렵기만 합니다.

 

 그저 가끔은 마음 속으로는 욱해서 누구나 험한 마음을 품을 수 있겠지요. 거기까지는 얼마든지 괜찮은 것 같습니다. 다만 분노라는 감정도 잘 조절해서, 남을 해친다거나, 자신을 멍들게 하기 보다는, 해소할 수 있는 - 다른 최선의 길을 충분히 찾아보는 것이 현실에서는 더 좋겠다는 뻔한 결론을 내려봅니다. / 2017. 05. 10. 리뷰어 시북

 

by 시북 2017.05.10 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