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영화 2012 (2012, 2009) 리뷰

시북(허지수) 2017. 5. 19. 04:22

 

 인류 멸망에 대하여, 거액의 예산을 투입해 만든 영화 2012 입니다. 의외로 박평식 평론가께서 6점이나 주었는데, 표현을 빌리자면, 이 엄청난 스케일에 감탄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지진이 나고, 쓰나미가 오고, 자연 앞에 인류는 얼마나 무력한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영화 속 주연들이 아니면, 재난 속에서 먼지처럼 사라져가는 모습들 속에 압박감마저 느껴집니다.

 

 멸망이라고 친다면, 마야인들이 2012년이라고 못 박았고, 오래 전 잠깐 유행했던 노스트라다무스의 1999년 설도 있었네요. 그런데 저는 오늘자 뉴스를 보고 소름이 돋아 심장이 잠시 멎는 줄 알았습니다. 2017년 무인편의점의 세상 등장을 화려하게 알리고 있었는데요. (현금이고, 카드고 간에) 이제 사람이 아무것도 필요없이 오른손만 갖다대고 편리하게(?) 30초 만에 물건 구입이 가능해졌습니다. 정말 놀라운 영상이었네요.

 

 성서에서 정확히 경고하고 있지요. 모든 자에게 오른 손에나 이마에 표를 받게 해서, 이것 없으면 매매를 못하게 하니, 이 비인간적 짐승의 시대가 닥쳐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런 자본 위주의 질서와 논리에는 대세라고 순응하기 보다는, 생각하고 저항하는 태도가 꼭 필요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홍체로 휴대폰 인식은 혁신적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어쩌면 인류는 너무 빠르게 효율과 탐욕을 향해 달리는 것은 아닐까요. 인간의 자리에, 온기 대신 기술을 앉히고 감탄하고 경배하는 시대는, 영화 2012 와 살짝 겹쳐보이며, 재앙의 전주곡처럼 느껴졌습니다.

 

(*이토록 발달된 현대에도,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만명이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지 않았습니까. 그 뿐 아니라, 요사이에 우리의 산책을 괴롭게 만드는, 참혹한 미세먼지는 1급 발암물질이기도 합니다. 아, 영화 이야기 빨리 하겠습니다. 마야인들의 달력이 2012년에 끝나는 것은, 그 뒷세계에는 사람답게 살아갈 희망을 찾기가 더 어려울 것임을 암시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힘내어 열심히 살아가야 함은 당연합니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저는 재밌게 보았습니다. 서론이 유달리 장황하게 길었네요. 자 달려볼께요. 영화는 2009년 무렵부터 시작하고 있습니다. 극소수의 과학자들이 태양이 특이한 활동을 보이자, 지구에까지 영향을 미쳐서, 땅속 지표가 심상치 않음을 알아내는데 성공했습니다. 헴슬리 박사는 미국으로 건너가서, 높으신 분을 만나서 보고서를 올리고, 이 보고는 미국 대통령까지 일직선으로 전달됩니다. G8이라 불리는 강대국들은 긴급 회의를 가지고, 비밀리에 인류 보존 계획을 수립하고 즉각 실행에 옮깁니다. 불과 3년만에 세계는 하나가 되어, 중국 높은 산 가운데 엄청난 방주를 여럿 만들었고, 수십만명은 적어도 살아남을 수 있게 되었지요.

 

 이 배의 승선권은 그러나 천문학적으로 비쌉니다. 각 나라의 부자들은 그린 티켓을 보유해서 탑승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일반 서민들에게는 참으로 어림도 없는 일입니다. 작가 잭슨 커티스는 누구보다 빠르게 감을 눈치채고, 소중한 가족들을 챙겨서 미국을 벗어나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미국은 지금 엄청난 지진이 발생해서 땅이 완전히 갈라지기 시작했으며, 화산까지 폭발하며, 거침없이 사람들을 집어삼키고 있는 중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야기의 구성은 약간 판타지에 가깝다고 봐야합니다. 주인공 가족은 고생을 하면서도, 정확한 타이밍에 착착 생존해 나가기 때문입니다. 반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조연들은 비극적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알려주는 메시지 하나는 인상적이었습니다. 그것은 "표현은 늦기 전에 할 것,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을 아끼지 말 것" 입니다. 왜냐하면 인생은 짧기 때문이고, 영화적 표현을 가져온다면, 언제 무슨 일이 닥칠지 정말로 모르기 때문입니다. 가령, 극중에서 타국에 있는 아들에게 비상 상황에 안부 전화를 걸었다가,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전에 연결이 끊겨버리는 대목은, 이 영화가 주는 훌륭한 교훈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난 어버이날에 저는 94세의 할머니께 큰맘(?)먹고 모처럼 전화를 드렸는데, 어찌나 반가워 하시던지요. 우리는 오늘을 버텨가며, 열심히 살아가고, 주변과 소통하며 지내는 것으로 때로는 삶의 힘, 즐거움을 얻는 것 같습니다. 요약하면, 관계의 힘을 믿을 것입니다. 좋은 인연은 우리의 삶을 정중하고, 치열해질 것을 요구한다고 믿습니다.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현실 앞에서, 오직 살릴 수 있는 단 하나의 가능성을 향해서, 달리고, 또 달리는 인간미 있는 잭슨 커티스. 그의 불굴의 원동력 역시 다름 아닌 자식들이라고 선명히 알 수 있습니다. 헴슬리 박사 역시 이 방주에 사람들을 태울 수 있는데까지 태워야만 한다고, 그것이 바로 문명인의 길이며, 사람다움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렇게 각국 정상들의 지지를 얻어내는데 성공합니다. 문명의 자리에 "사람"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돈보다 사람이라는 매우 당연한 말을 크게 외치고 있습니다. 위기가 닥치면, 상류계급의 사람들부터 살아갈 위험성이 높다는 점에서 또한 현실적인 면도 있습니다.

 

 저는 독서가가 되고 싶어서 틈나면 노력을 해보는데, 신간 서적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발견했습니다. 학창시절 특별활동을 (2년 이상) 끈기 있게 열심히 해나가면, 훗날 사회에서 역시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는 거에요. 그러나 가난한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특별활동을 할 기회가 제한되거나, 축소될 위험이 있다는 겁니다. 부 혹은 성공의 대물림을 교육에서 부터 출발선이 다르게 정해진다면, 불평등한 사회가 되고, 어쩌면 이것을 상징하는 말이 이른바 흙수저론이 되어버린지도 모릅니다. 상류층에게는 성공 기회가 더 많은 세계가 현실이라는 것. 그래서 영화 2012 마지막 대목에서 인도의 가난한 가족이 목숨을 잃는 장면은 안타깝고 아찔했습니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소수의 특별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우리는 영감을 받곤 합니다. 영화의 숨은 영웅은 어쩌면 선구자적인 사명으로 살아나갔던 인도 가족일 수 있습니다.

 

 (한편 미국이라는 나라는 놀랍게도 교육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가난한 학생들에게도 기회를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개선을 위해 시도하고 노력하는 모습에 감탄을 하게 되었습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그렇게 현실에서 얼마든지 발견(!)되어져 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돈 많은 사람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은, 굳이 영화처럼 대지진이나 쓰나미가 전혀 없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 지옥 혹은 재앙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게다가 알베르 카뮈의 경고처럼, "잘못을 저지르고도 벌하는 일이 없다고 한다면, 내일의 범죄자들이 용기를 가질 것이기에" 우리는 잘못된 것에 대하여 힘껏 표현해가며, 함께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저는 믿습니다.

 

 인간의 이기심은 끝이 없을지언정, 양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맞서 있다는 것. 헴슬리 박사의 호연지기를 멋지게 보았습니다. / 2017. 05. 19.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