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현 선생님의 책! 역시 좋았습니다. 꾸준히 책을 내주셔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더욱 건강한 것은 완벽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p.23)" 내 마음을 열어보아 알게 되고, 그래서 삶이 훨씬 더 편안해집니다. 별 거 아닌 내 자신이라도 얼마든지 괜찮다는 마음. 그리고 나아가 미움 받더라도 뭐 어때 라는 마음. 그래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여정이 반갑기만 합니다. 현재 세대를 향한 쓴소리도 잊지 않습니다. "하지만 알아야할 것이 있다. 기다릴 줄 알고, 불편한 것을 견디는 힘이 인간을 성숙하게 한다는 명제는 21세기에도 유효하다. 불편함을 줄이는 것은 필요하나, 지나친 편리가 어느 수준을 넘어서버리면 그건 독이 된다.(p.26)"
일반적인 관점과는 전혀 다른 시각을 제시하는 모습은 매우 멋진데, 한 번 볼까요. "아무 생각 없이 충동구매를 한 사람의 만족도가 오랜 시간 고민해 구매한 사람보다 높았다. 지나친 검색과 고민은 기대치를 높아지게 하고 상대적으로 만족도는 떨어뜨린다. 게다가 많이 알수록 자꾸 비교를 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내가 갖고 있는 것의 가치를 점점 더 낮게 평가할 위험만 늘어난다.(p.30)" 너무 고민하지 말고, 일단 질러보는 게, 정신 건강에 때로는 도움이 된다는 게 놀라웠고, 사실이었습니다. 브랜드 모니터 하나 - 대충 판매량 최고순으로 정렬해 - 구매한 후, 아주 잘 쓰고 있습니다.
저자 : 하지현 / 출판사 : 문학동네
출간 : 2017년 02월 24일 / 가격 : 14,000원 / 페이지 : 248쪽
자신에 대해서 좀 더 너그러워져야 할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작은 사치와 셀프 기프팅에 대하여 하지현 선생님은 호의적인 언급을 하고 있네요. "지친 뇌와 마음을 위로하고, 꽉 차오른 긴장을 풀어주는 소중한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 너무 죄의식을 느끼고 후회하고 의지박약아, 쓸모없는 데 돈 쓴 인간 으로 자책하지 말 일이다.(p.67)"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가까운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모습, 너무 아끼기가 힘이 든다면, 때로는 느슨하게 자기를 달래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에너지 소모가 컸던 너무 힘든 하루 였다면, 그만큼 푹 쉬어주는게 중요합니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니까요.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은데요. 뭐, 저도 이 점에서는 힘든 시간들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러면 하 선생님의 직설은? "학원을 찾거나 익숙한 방송에서 복음을 얻고자 한다. 다 부질없다. 차근차근 직접 부딪히고 깨지고, 아파봐야 느는 것이다. 넘어지지 않고 자전거를 배운 사람은 드물지만, 만일 있다 해도 그런 사람은 나중에 마구 달리다 한 번은 크게 다친다. 겁이 없어서.(p.95)" 즉 우리는 상처받으면서 성장한다고 정리될 수 있겠네요.
오늘날의 현실에 대해서 독일 심리학자 바스 카스트의 표현이 나옵니다.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던 속박의 상황에서, 끊임없이 결정해야 하는 속박의 상황으로 바뀐 것이다.(p.115)" 자아가 자잘한 일에 소모되어버리고 있다는 것이 반길 만한 일은 아니래요. 모든 결정이 점차 개인의 선택으로 맡겨지는 자유주의적 태도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 변화된 환경으로 인해 선택장애가 늘어난 것일 수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저는 불현듯 여행가이드가 떠오르네요. 잘 모를 때는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면서 여행을 하는 걸, 더 즐거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혼자서 결정의 모든 짐을 지고 살기에는 벅찰 때가 있지 않을까 싶고요.
인터넷에서 회자되는 팩트폭력에 대해서는 현실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함으로 - 팩트를 한 번 바라볼 것을 주문합니다. "위로를 바라는 마음은 공감하지만, 팩트를 제시하는 것을 무조건 폭력 행사와 동일시하면서 계속해서 현실 부정에 빠져 아주 낮은 확률의 행운이 찾아오기만을 바라는 것은 더욱 위험한 일이다.(p.179)" 팩트 속에는 물론 위로나 희망이 될 만한 정보는 아무리 찾아봐도 드물겠지요. 그럼에도 우리는 현실을 바라보고, 그 속에서 살아갈 방법을 적극적으로 궁리해야 한다는 겁니다. 힘을 냅시다. 꼭.
어려운 일을 마주쳤을 때, 위로가 될 대목을 전달하며 슬슬 책 리뷰를 마칩니다. "인생을 살면서 몇 번의 불가피한 사건들은 일어나기 마련이다. 스스로를 있을 수 없는 비극의 주인공이라고 여기게 되면 외상후스트레스장애의 세상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보다, 있을 수 있는 사건이 벌어졌을 뿐이고, 이 또한 내 인생의 일부라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 일이 언제쯤 닥칠 것인지 그 시기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확률적으로 볼 때 대략 사람들이 당하는 억울한 일, 예기치 못한 사건, 불안한 일의 횟수는 거의 모두에게 비슷하게 일어난다.(p.196)"
그렇습니다.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는, 나는 내가 받은 트라우마보다 강한 존재라는 마음 입니다! 나를 무너뜨렸던 트라우마라는 사건은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역경으로 변모될 수 있다면, 그 얼마나 멋진 일인가요. 우리의 소중한 삶을, 저는 오늘도 응원합니다. / 2017. 09. 05. 새 모니터 앞에서, 리뷰어 시북